- DMZ 세계평화생태공원에 남북공동 평화체험농장을 창업하자 -
누구랑 가야하나 어떻게 가야하나
화염검 담장너머 DMZ 에덴동산
담쟁이 덩굴손이랑 스리살짝 갈거나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추억속의 명장면이 있다.
윗글은 초병근무 시절, 철책선 너머로 두루미들이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다 통일의 그 날을 그리며 읊조려 본 “꿈의 여정”이란 제목의 시조다. 두루미는 학을 지칭하는 순 우리말로 “뚜두루 두루”하는 울음소리에 맞게 붙인 이름이다. 하늘을 향해 사랑의 맹세라도 하듯 아름다운 목청으로 연가를 부르며 펼치는 구애 춤사위는 가히 환상적이다.
한번 짝지은 암수는 일생을 함께 살며 새끼 돌보기를 끔찍이 하고 먹이를 먹을 때에도 서로 다투지 않는 두루미는 부부금슬, 지조, 평화, 장수, 행운을 상징한다. 전통문화에 깊이 스며있는 두루미는 당상관의 흉배나 배게, 자수, 족자, 병풍, 고려청자 등에 단골문양으로 등장한다. 우리민족의 심성을 대표하는 두루미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멸종위기1급 야생동물로 분류될 만큼 보기 힘든 두루미가 그 때는 집안 뜰에서 애완동물처럼 길렀다. 조선후기 김홍도 작품인 삼공불환도라는 그림에는 두루미 두 마리가 나란히 사람 뒤를 따라 마당을 걷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지금의 닭이나 오리를 사육하듯 그 당시에는 두루미를 집안 뜰에서 길렀던 것이다.
삼공불환도 [三公不換圖] 세부
천연기념물 202호 두루미는 현재 전 세계 2700여 마리가 생존하는데 비무장지대 일대는 이중 1000여 마리가 해마다 찾아오는 세계적인 월동지이다. 이렇게 많은 두루미들이 동토 시베리아를 떠나 비무장지대로 월동하러 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민통선지역 평야나 강가에서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고 사람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안심하고 겨울을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마지막 남은 냉전이데올로기 빙하지역으로 철조망 두 가닥이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른 DMZ는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한이 서린 슬픈 역사현장이다. 155마일 DMZ면적은 907㎢로 이는 한반도 전체 육지면적인 22만㎢의 250분의 1에 달한다. 1953년 7월 27일 정전이후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이곳이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수많은 생명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대자연의 보고로서 희귀동식물들의 낙원이 됐다.
두루미, 산양, 사향노루, 삵과 같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비롯해서 2716여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전쟁의 폐허를 자연 스스로 치유하고 다양한 생물의 서식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DMZ 일원은 평화공존, 생물다양성과 생태학적인 가치로 인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8월 13일,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유엔기구 수장으론 처음민통선 내 통일촌 군내초등학교를 방문, 평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자원보고인 DMZ 일대를 어떻게 보전, 관리해야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세계적 생태관광문화상품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
DMZ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협력해서 한반도 기후변화가 DMZ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그 영향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과 함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런 점에서 DMZ 안에 800m거리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남한의 대성동과 북한의 기정동 사이에 남북공동으로 평화통일체험농장인 “무지개 평화마을”창업을 제안한다.
마을국기는 태극기와 인공기를 합친 무지개국기로 정해서 통일국기 대안을 제시하고 남북의 철조망 두 가닥을 하나로 녹여 평화통일철탑을 건립해서 국기게양대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내년 2016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이자 새마을의 날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DMZ에 유치, 무지개 평화마을 창립식을 함께 개최하면서 남북협동농업을 통한 평화통일의 소망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남북 두 정상이 통일년도에 상관없이 “무지개 평화마을”을 창립한 이날을 겨레가 하나 되는 통일 날임을 전 세계에 선포하고 장차 냉전이데올로기의 진정한 종말을 기념하면서 전 인류의 축제일이 될 수 있도록 “통일절을 사이(4.22)좋은 온 누리 평화의 날로!”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꿈꿔본다. 개성공단 성공사례를 농업에 접목해서 남북이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한반도 기후생태변화에 공동대응하고 두루미 등 멸종위기종의 보전복원과 사육방법 등을 공동연구하다 보면 평화통일의 길로 성큼 다가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