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 대조영이 실패해야만 하는 이유
1.
대조영을 보았다.
대중상의 기세와 치밀한 전개가 초반의 극을 장악했다.
장차 대조영이 되어야만 하는 주인공에게
복수의 마음을 품으면 안 된다는 대중상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대조영의 운명은?
2.
이제, 우리는 안다.
세상을 포용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널리 이해하는 것.
누구든 세상에 태어나 한번도 잘못한 적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이 잘못했을 때, 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
사회의 시선이 저 사람은 못된 사람이야, 라고 낙인을 찍어버린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그걸로 끝나버릴 수 있고, 악의 구렁텅이에서 다시는 못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잘못했을 때, 저 사람은 왜 그런 잘못을 저지른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한 반성이 선행될 때, 사회는 악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조영은 그런 면에서 실패했다.
3.
대조영은 아버지인 대중상의 말을 무참히 묵살했고, 결국 나중엔 복수의 칼날을 휘두른다. 그 복수의 칼날이 어디까지 향해 있는지는 모른다. 대조영을 보다가 말아서. 하지만, 중요한 건 대조영의 마음은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극의 주요 전개지점이라는 점에서 대조영은 실패했다. 아버지 대중상의 뜻을 이어받은 대조영이라면, 포용과 관용, 그리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부하를 대했어야 하고, 또한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았어야 한다. 태조 왕건의 왕건처럼 말이다.
4.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은 누군가가 자기를 도와줬을 때가 아니다. 누군가가 자기를 도와주는 마음에 진심이 있을 때이다. 정말, 나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현실이 느껴질 때, 사람들은 감동을 하게 되어 있다. 대조영은 그런 점에서 완전 실패다. 대조영에서는 진짜로 사람들을 도우려는 마음보다는 오직, 잃어버린 국가를 되찾기 위해 본인의 위력만 떨치는 모습으로만 대조영이 보이기 때문이다.
5.
그래서, 대조영은 자만이 묻어나는 드라마다. 대조영은 한 나라의 국가를 세운 지도자가 아니라, 그냥 자만한 한 인물의 실패한 역사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나도 자만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사람이 자만할 때는 다른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무시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의견 같은 것은 아예 깡그리 무시해 버리며,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 하나님을 욕하게 되고, 사람들을 멸시하게 된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과 안 맞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과는 다시는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하게 된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세상은 자만한 사람을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사업은 쫄딱 망하게 되고, 학자라면 연구가 엉망이 되기 시작한다. 알바를 하거나 일을 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자라면, 일하기가 싫어지게 된다. 백수로 하루종일 놀고 먹는 사람이라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게 된다.
이럴 때, 누군가가 “너, 그러면 안 돼”라고 건드리면 그건 그 사람의 화약고를 폭발시키는 것과 같다. 대조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저 사람은 건드리면 언제든 터뜨리는 화약고 같다. 그래서 위태위태하다. 과연, 한 나라를 건설한 국왕이 저렇게까지 위태로워서 나라를 건설할 수 있는 것일까?
-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바라보면서 기다릴 필요도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야 힘들겠지만, 본인이 정말 힘들어서 도움을 청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자만에 빠진 사람이 느낀다면, 그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지금 현재 세상에 절망하거나 또는 자만에 빠져서 끝의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사람에게 욕을 하거나 화약고를 건드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 사람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진심으로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조영에서 그런 사람이 있었을까?
아마도, 흑수돌과 걸사비우가 아닐까.
대조영을 기다리는 두 사람이 있었기에 대조영이 끝까지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유일한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