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람 01 중국집 요리사
짜장면 더 주세요!
이혜란 쓰고 그림
판형 188×254㎜ | 제본 양장 | 52쪽 | 값 9800 원 | 발행일 2010년 4월 30일
중국집 요리사의 바쁘고 신나고 맛있는 하루를 따라가 보자!
어느 동네든지 꼭 있는 중국집. 맛있는 짜장면 냄새가 소올솔 나는 중국집에서는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 집까지 배달해 주는 짭조름한 짜장면과 바삭바삭한 탕수육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요리사는 어떤 하루를 보낼까요?
중국집 딸 강희의 눈을 통해 중국집 요리사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 봅니다. 새벽시장에서 싱싱한 재료를 골라 사고, 손님이 오기 전에 장사 준비를 하고,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하고, 수타면을 치고, 배달도 다니고, 가게 청소를 하는 요리사의 일상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집 부엌 구석구석과 여러 가지 도구들의 모양이며 쓰임새를 살펴보고, 차림표에서 이름만 보았던 갖가지 맛있는 요리들과 짜장 양념 만드는 법, 손으로 국수 뽑는 법, 인기 메뉴들도 알 수 있습니다. 배달 다니는 골목골목의 사연이며 설거지하는 엄마의 두 겹 장갑과 같이 세세한 노동의 일상을 통해 일하는 사람의 애환과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사람과 일을 들여다보면, 이웃을 더욱 친근하게 여기고, 소중함과 고마움을 깨닫게 됩니다.
본문 뒤에 덧붙인 정보 페이지에서는 중국 요리 도구의 특징을 소개하고, 지역마다 다르게 발달한 중국 요리들과 재미있는 짜장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음식 만드는 일을 하는 다른 이웃들도 소개합니다. 빵 굽는 사람, 커피를 만드는 사람, 영양사, 한식 요리사, 일식 요리사, 분식집, 반찬 가게 요리사, 떡 만드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살펴봅니다.
주인공 강희처럼 중국집 딸로 태어난 작가 이혜란은 어려서부터 보아 온 아버지의 일과 생활을 쓰고 그렸습니다.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아버지를 꼼꼼하게 인터뷰하고 곳곳의 중국집을 다니며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삶을 꾸리면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과 짬뽕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아버지를 ‘일하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만든 책입니다. 작가 스스로가 일하는 어른이 되어, 아버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경하게 된 작업이기도 합니다.
중국집 요리사인 아빠랑 하루 종일 같이 일했어요!
강희 생일잔치는 인기가 좋습니다. 갓 튀긴 돼지고기에 달콤 새콤한 양념을 부어 낸 탕수육이랑,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짜장면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까요. 동네 사람들은 강희를 신흥반점 딸내미라고 부릅니다. 아빠는 신흥반점 요리사고요. 엄마는 사장님입니다. 공룡과 탕수육을 가장 좋아하는 남동생도 있습니다.
강희가 학교 안 가는 토요일에 바쁜 가게 일을 도왔습니다. 아침 일찍 아빠를 따라 동네 새벽시장에 갑니다. 시장에는 단골 채소가게랑 생선가게랑 정육점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강희 엄마 동무이기도 하고, 신흥반점 단골손님이기도 합니다. 싱싱한 재료가 요리의 생명이라며, 아빠가 싱싱한 재료 고르는 법을 알려 줍니다.
가게로 돌아와 장사 준비를 합니다. 중국집 부엌에 있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신기합니다. 배달받는 재료가 도착하면 부엌이 바빠집니다. 엄마는 채소를 다듬고, 아빠는 요리 재료를 썰고, 밑간을 합니다. 큰 솥에 맛국물도 끓이고, 짜장 양념도 만들어 둡니다.
첫 손님이 옵니다. 오늘 마수걸이를 잘했습니다. 장사가 잘될 것 같습니다. 신흥반점은 금세 손님들로 북적북적하고, 아빠는 부엌에서 탕! 탕! 수타면을 뽑습니다. 엄마는 주문도 받고 손님상에 음식 내느라 바쁩니다. 강희도 주문 전화를 받고, 잔심부름을 돕습니다.
아빠는 배달도 갑니다. 요리가 식거나, 면이 불면 맛이 없기 때문에 오토바이 타고 3분 거리까지만 배달합니다. 배달 길 골목골목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오토바이 사고가 난 곳도 있고, 아빠가 자주 가는 단골 기원도 있습니다. 통닭튀김집 아저씨를 자주 만나게 되는 길도 있고요, 승강기가 고장 나서 뛰어 올라갔던 아파트도 있지요.
장사하는 사이사이, 그리고 장사를 다 마치면 엄마는 설거지를 합니다. 엄마는 설거지 여왕님입니다. 기름기 많은 그릇을 뜨거운 물로 설거지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그릇들과 요리 도구들을 반짝반짝 깨끗하게 닦습니다. 아빠는 식당 청소를 하고 강희랑 동생은 살림방 청소를 하고 이부자리를 폅니다.
가게 불을 끄고 가족들이 한 방에 모였습니다. 아빠는 ‘누웠다 3초’ 별명답게 벌써 코를 곱니다. 엄마는 장부 정리를 합니다.
밤에 누워 잠이 들기 전에 엄마 아빠 손 냄새를 맡는 것이 좋습니다. 고소하고 달고 짭조름한 냄새가 납니다. 일하는 사람 손 냄새입니다. 오늘은 강희 손에서도 새콤달콤 단무지 냄새가 납니다.
소리가 들리고, 맛이 느껴지는 생생한 그림
작가 이혜란은 부산의 작은 중국집 살림방에서 살았습니다. 어린 시절 부엌 뒷마당에서 놀 때도, 방에 엎드려 숙제를 할 때도 늘 부모님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훤히 떠오른다는 부엌과, 프라이팬들, 배달 철가방과 간판 옆에 달려 있던 붉은 등을 따뜻하고 다정하게 그렸습니다. 센 불 앞에서 일하느라 붉게 달아오른 아버지 얼굴과 맛있게 음식을 먹는 이웃들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미덕은 중국집 요리사의 하루 일과를 세세하고 실감 나게 그리면서도 따뜻함과 재미를 잃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첫 장을 열면 요리하는 섬세한 손이 보입니다. 채소를 썰고, 저미고, 조물조물 반죽하고, 조심스레 양념을 붓는 손입니다. “탁탁탁!” 도마에 칼을 내리치고, “화아악!” 불을 일으키고, “치이칙!” 탕수육 튀기는 소리까지 그려 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보이는 중국 요리들 때문에 침이 고입니다. 윤기가 흐르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요리 그림에서는 맛있는 냄새까지 나는 듯합니다. 주방에 있는 여러 가지 도구들과, 싱싱한 재료, 요리할 때 입는 옷이랑 가게 구석구석을 자세하고 꼼꼼하게 그려 마치 신흥반점에 들어가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활력이 넘치는 시장 상인들의 소리와, 북적북적대는 가게 손님들 말소리, “땅!” 하고 수타면 내려치는 소리와 파삭파삭, 우물우물 맛있는 요리를 먹는 소리도 들립니다. 맛과 소리와 냄새까지 살려 낸 생생한 그림을 통해 아침에 일어나 장 보는 일부터 가게를 정리하고 장부를 쓰고, 쓰레기를 내놓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를 온전하게 살려 내었습니다.
이혜란
중국집 가겟방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 다락방에서 세계명작전집을 보며 아름다운 그림에 푹 빠져 놀았습니다. 뒷마당 사는 강아지와 고양이, 닭, 토끼랑 함께 자랐고, 꽃밭도 가꾸었습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출판사와 애니메이션 회사에도 다녔습니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하고 지금은 그림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우리 가족입니다》로 2005년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대상을 받았으며 《니가 어때서 그카노》, 《외로움아, 같이 놀자》, 《산나리》 같은 책에도 그림을 그렸습니다.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서로 도우고 아끼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쓰고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