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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덧 빼꼼
- 신통한 전창수 2022
전창수 지음
나의 몸을 헐벗는 엉덩이에 기대는 밤
다른 동성에겐 섹시함을 못 느끼는데
왜 나는 나라는 동성애는 섹시함을 느낄까.
나의 몸을 헐벗는 엉덩이에 기대는 밤
고추의 상상이 나를 파고들고
너머의 너머에선 유방의 손길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시라는 말투에 나를 데려가는 지금
아픔 너머 슬픔, 슬픔 너머 색욕이 짙어가는데
나는 지금 어딘가에서
흔들리는 눈빛에 모든 걸 내맡긴다
사람들 차츰차츰 떠나가고
혼자만 남을 것만 같은 이 새벽이
바람만 슬쩍 마음에 들면
떠남만 슬쩍 다음에 오면
사발면
몰라야 했다
나 그리움 쉽게 타오르는 밤
뜨뜻미지근한 커피 안에서 누군가
나를 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눈이 퉁퉁 불어 터져
씹히지도 않는 면발,
새로워야 했다
인스턴트 부풀리는 시간 점점 짧아지고
눈 껌벅일 새도 없이 내 안에 그리움이 들어찬다
그래도 추위를 모르는 참새들은 낳은 편이다,
자위(自慰)를 하는 순간 이미 시들어버린 국물,
이겨내야 했다
뜨뜻미지근한 커피 안에 내가 있고,
내 밖에 서 있는 사발면의 낡은 기억들.
목숨 건 도전이라면 낯익은 정신이지만
새로움 속에서 도전해야 했다.
후루룩.
사발면 먹는 소리가 여기저기 정겹다
총각의 열무
총각이 옷을 벗고 서 있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TV 속에선 오늘을 달리는 아나운서가
라디오에선 내일을 향해 가는 여자 MC가
총각은 멍한 눈으로
그들을 향해 질주한다
질주하는 너머로 총각의 웃음소리가 퍼진다
괴물은
어쩌면 저 너머에 어딘가로 이미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옷을 벗은 총각사내가
주섬주섬 옷 주위로 가다가 뭔가 아쉬운 듯
베란다 창밖
산 너머를 바라본다
바라보는
너머너머에 있는
뭔가가 그리운 듯
총각은 눈물을 훔치고
눈물을 내린다
오늘도 날아가는 미디어 너머로
총각의 슬픔이 날아온다
총각의 슬픔이 내달린다
총각의 아픔이 바라본다
나무
나무는 자라서 나무가 되고
양팔 벌린 나무가 되어 그늘이 되어 주고
나무는 나무로서
나무가 아닌 나무가 된다
나무는 모두를 사랑한다
모두를 사랑하기에
나무에겐 그늘이 없다
그늘이 없으므로
나무는 나무로서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로서 나무가 아닌 나무를 사랑한다
길이 가는 곳에
가야 하는 데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가야하는데로
따라서 가다보면 가다보면
무엇이 무엇인지
머지 않아 알게 되겠지
별빛은 아니더라
달님도 아니더라
나를 일깨우는 건
무엇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더라
진심으로 진심으로
진실한 마음 하나 안고
그저 가다가 보면은
무엇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되더라
둘이서는 절대로 못해도
모두 도와 가다보면
저절로 알 수 있겠지
모두가 마음인 날이
언젠가는 오게 되겠지
무엇이 무엇인지
하나도 몰라도
가야 하는 대로 흘러흘러
가다보면 가다보면 가다보면
슬픔이 가는 곳에
슬픔 가는 데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슬픔 가는데로
따라서 가다보면 가다보면
무엇이 무엇인지
머지 않아 알게 되겠지
기쁨이 아니더라
절망도 아니더라
나를 일깨우는 건
무엇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더라
진심으로 진심으로
진실한 마음 하나 안고
그저 가다가 보면은
무엇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되더라
여럿이선 절대로 못해도
서로 알아 가다보면
저절로 알 수 있겠지
모두가 기쁨인 날이
언젠가는 오게 되겠지
무엇이 무엇인지
하나도 몰라도
가야 하는 대로 흘러흘러
가다보면 가다보면 가다보면
발이 가는 곳에
발 가는 데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발이 가는 데로
따라서 가다보면 가다보면
무엇이 무엇인지
머지 않아 알게 되겠지
헛짓이 아니더라
발짓도 아니더라
나를 일깨우는 건
무엇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더라
진심으로 진심으로
진실한 마음 하나 안고
그저 가다가 보면은
무엇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되더라
나만으론 절대로 못해도
많이 알아 가다보면
저절로 알 수 있겠지
모두가 세상인 날이
언젠가는 오게 되겠지
무엇이 무엇인지
하나도 몰라도
가야 하는 대로 흘러흘러
가다보면 가다보면 가다보면
밤이 가는 곳에
밤 가는 데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밤이 가는 데로
따라서 가다보면 가다보면
무엇이 무엇인지
머지 않아 알게 되겠지
별들이 아니더라
어둠도 아니더라
나를 일깨우는 건
무엇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더라
진심으로 진심으로
진실한 마음 하나 안고
그저 가다가 보면은
무엇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되더라
밤만으론 절대로 못해도
많이 알아 가다보면
저절로 알 수 있겠지
모두가 밝음인 날이
언젠가는 오게 되겠지
무엇이 무엇인지
하나도 몰라도
가야 하는 대로 흘러흘러
가다보면 가다보면 가다보면
1. 나란 X
오늘은
당신의 몽둥이가
그리워지는 밤이군요, 선생님.
당신의 몽둥이가
내 뒤를 스쳐가면
내 거시기는 빨갛게 부어올라
아, 이 황홀! 이 젖음!
그리곤, 얘기했죠.
꺼져버렷!
그러다 그러다 내가 죽어
당신에게 집착하면 그러면 그때에
저를 사랑해 주실래요, 선생님.
2. 그 씹XX
그곳에 대고
용서를 빌지 말아요,
그러면 선생님은
더욱 화만 낼 뿐이에요.
한번 그렇게 몽둥이를 들면
그걸로 끝이에요.
1회성 새디스트,
그게 삶이래요.
전, 내 안의 욕구를
선생님 앞에서 토해냈어요.
우웩~!
3. 선생님
학교에서 존경받는
우리우리 선생님
시간가도 변치않는
우리우리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우리우리 선생님
KATE MOSS, 라는, 이름을 찾아
그녀를 찾아
산으로 갔지
땀 뻘뻘 흘리며
몇개의 구덩이를 헤쳐
가로막힌 출입금지
표지를 떼어버리고
겨우겨우 정상에 도달했더니
안개만 자욱하더군
내리막길은 가파르고
그녀를 찾아
산을 내려왔지
강이 있어
강에 빠져들었지
물 속엔
징그러운 물고기도 있더군
강을 건너는 동안
그녀는 잡히지 않았어
축축히 젖은 옷들을 헤치고
그녀를 찾아
강을 건넜지
들판이 보였지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 끝으로
노을이란 놈이 지는 거야
그래서
나는 외쳤지
에잇!
그녀를 찾아
들판을 건넜지
노을은 사라지고
어둠이 펼쳐진
이곳은 어디인지 몰라
잠이 들었지
그녀를 찾아
꿈 속을 걸어갔지
그녀의
흑백누드사진이 있었지
내 방문 바로 위에
찰싹 달라붙어
내가 가는 곳을
지켜 보고 있었지
그녀의 시선 안에
내가 있었지 나는 놀라
잠을 깬다
에잇!
그녀를 찾아
집으로 갔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자동차 경적음이 살아
소음들로 둘러쌓인
도시의 거리를 지나
집으로 갔지
5층의 계단을 건너
현관문을 따고
그녀를 찾아
방문을 열지
나는 놀라
어, 없잖아?
그녀를 찾아
방을 뒤지지
서랍을 떼어내고
장농을 열어놓고
창문도 열어보고
그녀를 찾아
방을 어지럽혔지
에잇!
지쳐 쓰러지면
그녀의 사진이
방문 위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이상한 교수님
이상한 교수님은
그래요, 그만해요, 됐어요, 라는 어눌한 말투로
내기억 속에 존재한다 아차!
교수님은 외래교수였지 아니지 외래교수님은 시인이셨지 아니야 아니야
출판사를 경영하는 사장이라셨지? 그분이 누구더라?
외래교수 혹은 시인 혹은 사장 그 중 하나였나? 그 중 하나라면
이상한 씨의 강의를 듣고 있는
나는 누구의 제자가 되지? 시인 아니면 외래교수 혹은 사장님?
존재했던 기억은 나를 떠나고
그럼 이제, 강의를 시작하지요,
다양한 생각들이 이상한씨의 학교를 벗어나고 있다
고백 - 미친 : 의뢰서
1
'미친 년'이죠. 아, 실례. 소위 미친 년이라 불리우는,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불쌍한 동네 아줌마나 처녀로, 비오는 날이면 활동력이 증가하며 꼭 비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헤어스타일은 '삼발'형 (요즘 업굴된 것이 '사자머리'라고나 할까?)을 고수하는 스타일, 거의 얼굴의 감정이 변동이 없죠. 항상 웃음으로 일관하는 품새가 지조가 있다라고나 할까? 시대적이거나 개인사적으로 事件적 불운에 의해서 혹은 후천적 자의나 선천적 운명에 의해서 결정되어 버리는 사회의(특히 지역사회의) 소외된 그녀들. 구체적으로 엄청난 사랑의 배신을 경험하거나, 자기자식의 사별 혹은 처녀성의 유린 등의 사유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됨.
나중에 첨가하기로 함. 지금 퇴근함다.
결국은 사랑을 하고 사랑에 속아 그렇게 되버린다고 할 수 있겠죠. 요즘은 자주 볼 수 없지만 우리 주변에는 '미친 년'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답니다. 사실 저도 <미친> 년이랍니다
2
친구가 쓴 러브레터. (친구의 성별은 남자임)
사유는 알 수 없으나, 치밀한 연구가 요구됨.
친구의 정신감정 분석의뢰서.
수신 : 지금 이 글을 보는 아무개.
시 사랑에 두발을 걸쳐놓는다
낙엽 진
어느 겨울 한창인 무렵에
사람이 된 나는
햇빛에, 바람에, 구름에
두 발을 걸쳐놓는다
잃어버린 잊어버린
사라져버린
눈물을 위해
두발은 앞길을 바라보며
하하.
허허.
사랑이 한창이구나.
정말로.
하하.
허허.
시 서두에 수첩을 걸쳐놓는다
수첩 핀
어느 마음 사랑일 무렵에
볼펜이 된 나는
펜끝에, 펜촉에, 펜앞에
두 손을 걸쳐놓는다
잃어버린 잊어버린
사라져버린
잉크를 위해
수첩은 시간을 바라보며
하하.
허허.
필기가 한창이구나.
정말로.
하하.
허허.
시 중간에 시계를 걸쳐놓는다
시간 핀
어느 시간 지나갈 무렵에
시간이 된 나는
절망에, 희망에, 기쁨에
내 앞을 걸쳐놓는다
잃어버린 잊어버린
사라져버린
시간을 위해
시계는 시간을 바라보며
하하.
허허.
초침이 한창이구나.
정말로.
하하.
허허.
시 결말에 계속을 걸쳐놓는다
결론 난
어느 시가 지나갈 무렵에
소설이 된 나는
시끝에, 글끝에, 내끝에
내 맘을 걸쳐놓는다
잃어버린 잊어버린
사라져버린
마음을 위해
소설은 세상을 바라보며
하하.
허허.
슬픔이 한창이구나.
정말로.
하하.
허허.
구름 속 산책
창문 밖
새가 날아오른다 하늘에는 구름 비춘 콘크리트 공사가 마악 시작되었다 공중 낮게 비명지르는 펜텀기 눈을 빛내며 공사장 아래를 지나간다 무너지는 집집마다
최강(最强)의 지진(地震)이 21세기의 빨간 불을 밝혔다 닫힌 손잡이 밖으로 한숨이 지하(地下)의 표면(表面)에서 웅성거렸다 저마다 하나씩의 두려움을 안고 공중에서 쏟아지는 비명소리에 가슴 졸이며 마지막 피난장소 구름 속으로 사람들 산책을 한다 터질 듯한 수증기
구름 속
집을 짓는다
구름 위 날아드는 새떼들 지상(地上)의 기억 밖으로 응집된다 물방울 기초공사를 마무리 지으며 회색빛으로 물든다 창문 밖
비가 내렸다 공사가 중단된다 공사의 계단마다 부실이 우글거렸다 공중 위 떠도는 철재(鐵材)들이 부도를 몰고다녔다 빗방울 위선(僞善)의 지상(地上)에 직격탄을 떠뜨리며 튀어올랐다 바람이 공사장을 휩쓸고 창문 밖
구름 속에서 누군가 산책을 한다
쏠로포
오늘도 손에는 잡을 수 없었다, 기막 막힌 혜성이 하늘에서 떠다니는데, 내 색깔을 집어삼킨 상상은 남성의 어딘가를 쥐고 있었다, 그러면서 여성의 어딘가로 향해 가는 나는, 지금 어디지 지금 어디지, 당황스러운 삶의 영역에서 나는 결국 기댈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간다. 너, 사람이냐? 대답하는 기대 너머, 그분이 대답하신다, 대답의 너머로 하늘 향해 열린 기대 너머의 삶, 그 삶의 상상이 나의 지금을 진행시킨다, 나 지금 초인이 되어가, 일상의 어디에도 아프지 않은, 미래 너머, 또 너머 너머, 나 이제 밝힘 속에서 어두워져, 그 어둠에서, 내일을 기다리고 있는, 손짓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이 빛의 밤들에.
창수는 웃으리
창수는 웃으리. 창수는 웃으리. 이 세상 어떤 슬픔에서도 견딜 수 없다는 말. 창수는 웃으리. 웃으면 웃으리. 지하철 안에서 어둠 속을 뚫고 나온 터널의 슬픔에서 창수는 웃으리. 그대 딛고 서는 그 말없는 시간 속에서 창수는 웃으리. 웃으리. 웃으리. 창수는 웃으리. 웃음 속에서 창수는 웃으리.
아주 밝은 수첩
나는 너를 본다
그리고 나는 너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도대체 모르겠다
네가 왜 그러는지
아-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난 것일까
나는 정말 모르겠다
나는 정말이지 모르겠다
분홍빛 장미
그녀는 선연한 분홍빛 물을 들이며 그렇게 내게 다가왔었다 난
내가 혼란되어질 때마다 빨갛게 타는 빛과 푸른물결 그리고 분
홍으로 피는 장미 사이를, 처참하게 헤엄치던 그녀가 떠오른다
눈물보다 가까운 곳에서 당신은 울고 있지만
당신은 눈물 속으로 떨어져 있는 눈길 몸속에 젖어들어 적시어진 칠석부터 칠석까지 이어지는 눈물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그대의 뒷길로 접어드는 고요 햇살 받으며 빛을 내는 거울과도 같은 시간 속으로 빠져드는 아웅다웅한 다툼 눈물보다 가까운 곳에 당신은 울고 있어 답답한 마음으로. 내 마음을 빠져보려
빠져보려 빠져보려 빠져보려
목의 맛
꾸울꺽.
내 목이 맛을 채운다
살갗.
부르르 떨리는 목의 맛.
사람은
사람은
사람이 사람을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다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모르게 한다
사람을 모르게 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기쁨은
무엇인가 있다
무언가가 없다
무언가 있으면
무언가 하지 않으면
녀석·1
- 애비, 망연자실 (茫然自失) 앉아서 하늘만 바라봄, 그 아들 망연자실 (茫然自失) 앉아서 하늘만 바라보는 애비를 보면서 웃고 있음, 한마디로 집안 망신 둘이서 다 시키고 있음. 허허허…
녀석·2
- 내 아들은 내가 처음 젖을 먹던 여인의 첫 소식이었다 그가 자라 성인이 되었는데 이름이 바람이라 하였던가 카사노바라 하였던가 그 아들이 지금 내 처를 뺏아갔었지 아마 지금 내 처는 내 나이 삼분之일 그러니까 아마 손자뻘일거야 이놈의 자식은 지금이 어느 시댄데 첩을 두고 사냐 하였더니 그러는 당신은? 하며 대뜸 반말을 하면서 늘어놓는 말이 윗물이 고와야 아랫물이 고운 거라네 기가 막힌 노릇이지 썩었다 썩었다 했어도 저렇게 썩어 빠진 녀석이 감히 나를 보고 욕하더니, 뭐라? 내 처가 이기나 네 처가 이기나 두고 보자고? 점점 더 이 새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이젠 아예 지 친군줄 아나 본데, 어디 그래 이 쓸개 빠진 녀석아 네 멋대로 지껄여 뿌려라 내가 네 놈 멕여 살리느라 이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지깟개 나를 욕해? 에라, 이 빌어먹을 놈, 빌어나 먹어라 난 네 쓸개나 고칠란다 하였더니 이놈이 그래 너 잘먹고 잘살아라? 지애비한테 너라구? 으허헛… 이놈 하는 말이 당신은 내 딸의 남편, 내 사위가 되니, 당연히 너지? 이러는 거 아니갔어? 허허허…
- 애비, 茫然自失 앉아서 하늘만 바라봄, 그 아들 茫然自失 앉아서 하늘만 바라보는 애비를 비웃고 있음, 한마디로 집안 망신 둘이서 다 시키고 있음. 허허허…
녀석·3
- 애비, 망연자실 (茫然自失) 앉아서 하늘만 바라봄, 그 아들 망연자실 (茫然自失) 앉아서 하늘만 바라보는 애비를 보면서 웃고 있음, 한마디로 집안 망신 둘이서 다 시키고 있음. 허허허…
바람 신호등을 켜다
바람을 지켜야 한다
길은 앞뒤 뚫려 시원하고 시원한
신호등 안 막혀 시야가 트인 출발이다
컨디션 점검은 서서히 이루어지고
다음 건널목엔 마음 졸이지만
여유 있는 출발은
멈칫거리지 않는 세상과 더불어
눈앞으로 날아온 세상에 있는
사람을 지나치는 어떤 차들도
바람을 내뿜으며 내달리지만
결국은 제멋대로인 삶이
거리의 사람들과 뒤엉켜
흔들리는 어깨
흔들리는 질주
기회 같은 건 엿보지 말자고 다짐하던
아무것도 부과되지 않은
삶의 이정표
멈추길 바라는 바람으로
적색, 황색, 녹색 신호등을
들켜버린 바람으로 들켜버린 바람으로
황색 신호등을 켜다
어딘가 지켜야 하나
길은 앞뒤 뚫려 지끈거리는 아침
녹색 신호등 시야가 트인 출발은
기름 점검에 앞서, 신호등
바뀌어가는 건널목을 지나치면 다음
대기자는 항상 불안하다
황색신호등 멈칫거려 조심조심 몰아가는 길의 골목,
앞세상과 옆세상이 눈앞으로 날아오는 순간
엔진의 움직임은 퀵모션으로 사람을 지나친다
빠르지 않은 도시의 차들, 드디어 달려
결국 제멋대로다 규범화된 삶이 있고 빛이 바랜
거리의 어디선가 들리는 경찰의 호송소리
도로의 복판은 온통 엉킴 뿐.
호송소리 흔들리는 고속도로에 들면
시나브로 지나치는 마음의 소리들,
조급한 마음으로 엔진소리를 켜면
불안한 차들소리에 움츠린 어깨가 속삭인다
사람 엿보다 나온
녹색등만의 일방질주로.
이쯤에서 돌이켜자
도로의 시간이 세월의 어둠으로 바뀌어
쉬임없이 달려드는 소리가 오기 전에
황색 신호등을 켜자
아무것도 부과되지 않은
도시의 어딘가에 녹색 신호등,
들켜버린 시간 속에서 돌아서다
사타구니에 로션을 느낄 때
사타구니에 땀방울이 찬다, 이 영광은
내 소중한 물류를 내보내지 못할 때 생기는 현상,
이라는 근거없는 소문은 나를 심쿵.
남자는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증상이라며
그곳을 깨끗이 씻고
로션을 발라보라는 의사의 권고대로,
내 땀방울은 물방울에 의해 거세된다.
사타구니에
로션이 적셔질 때,
끈적끈적한 느낌은 그대로인데
내가 앉기로 한, 그곳이 어디인지
늘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좁은 의자, 오 노!
칸막이 있는 의자, 오 더욱 더 노!
내 손은 차가운데,
사타니에서 차고 오르는
열기의 사막,
커져가는 둥근
오아시스의 근심.
누군가
꾸울꺽 넘기는
체온을 느껴보고 싶었을 뿐이다.
모든 고속도로에서는 새들에게 우선권이 있다·1
새들이 떠나는 고속도로에서는
백킬로미터 이하라는 푯말이
심각한 웃음을 띠고 그들을 통과시킨다
아직
보도블럭 위의 설치된 간판들은
제 몫을 다해 멋대로이다, 가는 길
움직임마다 놓인 피사체.
비상(飛上)하는 저들의 힘찬 날개짓.
승리지상주의가 짓밟힌 흔적들.
짓밟힌 것은 저 사람,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법.
끝없이 변화하는 법.
머물 곳을 찾아보지만
이미 한번 돌아간 도로에
후진은 없다. 유턴도 없다.
가끔 지나치는 간판들
모두 들떠서 아롱거리다가
서민들을 위한다며 일렬로 일렬로,
함께 고속도로를 탄다
모든 고속로에서는
질주하는 자유만이 있다.
모든 고속도로에서는 새들에게 우선권이 있다·2
겨울도 아닌데 창가에 또는
거리 곳곳에 서리가 붙는다
혹독한 장마와 수해
그리고 가뭄의 여름을 보낸 뒤
비로소 내리는 가을,
감전이 두렵지 않은 듯 태연하게
전깃줄에 발을 감싸 안는 까치 한 마리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의 앞으로 번식기를 맞은 듯한 참새가
참새를 쫓고 있다
올해도 추위가 빨리 찾아왔군, 애써
태연한 말투로 중얼거리는 관리소 아저씨의 홍조(紅潮).
여름 내내 공원을 가득 채웠던 비둘기,
평화를 상징하는 파출소 모퉁이에서 간혹
아직 떠나지 못한 이들만 모이를 쪼아댈 뿐.
그 비둘기를 따뜻하게 응시하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입담도 들리지 않는다
새들이 떠나는 고속로에서는
100킬로미터 이하라는 푯말이
조금은 일찍 찾아온 추위에 당황해
심각한 웃음을 띠고 그들을 통과시킨다
흐린 날씨 탓에 어둠은 조금 더 일찍
잔디 사이사이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파트
건물 주택 상호들이 차츰차츰 불을 밝히면
아직 남아있던 새들도 스스로 사라져간다
나무나무마다 들려져 있던 낙엽들.
밤이 오는 강한 바람에 휩쓸리고
추위를 가리지 않고 한겨울을 보내는 텃새는
부랴부랴 집을 짓는다 겨울도 아닌데
철새들은 벌써부터 보색을 띤다
모든 고속도로에서는 새들에게 우선권이 있다·3
사람이 있는 여름 고속도로
어딘가에선 도로의 바람이 불어오고
유턴 어딘가로 향해 가면
내려 앉은 파란 딱지 하나
슬픔과 함께 하늘을 세고 있었다.
우선하여야 할 것은 아무것도 내주지 않은
모두를 위해 내달리던 새들이
강물 어딘가에 콕콕콕 먹이를 쪼아대어
드러눕는 어딘가,
바람이 일렁이던 길이 있었다
도서관-개관(開關)
1
영혼 부풀린 책 속의 글뿌리, 깊게 흘러 넘쳐, 가장자리 섬세한 꿈결을 이룬다. 책상의 낡은 통로로 오래 묵은 생각이 배설(排泄)된다. 관 안 가득 자연 흐름 휴게실로 흐른다. 볕 뜨는 날마다 게워지는 아픔 뒤 기쁨 서성이는 행복이 소리 없는 축복을 행사한다. 관 안 가득 움츠린 사람들 종일 지쳐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자랑스럽게,
아들의 뒤를 밀어주는 아버지, 거품 부풀려 한 올 두 올 얽어가는 책냄새의 심심한 소리, 요란한 넘김 소리로 흘러내린다. 시간 따라 흐르는 이용자들의 걸죽한 입담, 때로 관을 메우고 절제된 휴게실 절제된 책장 절제된 하늘. 까르륵 소리와 함께 흘러 비워져가는 마음. 희망으로 들어찬 어둠이 내내 흐렸던 하루를 잠재운다.
2
소리 없이 아침이 들어찬다. 밤새 헤어진 빛깔 틀어 하루는 용용용 넘쳐 흐른다. 가득 찬 열람 가득, 한 주름의 숨결이 맑은 마음 주르륵 열람실로 흐른다. 한 줄기 밝은 빛줄기 맑게 비추어 아름다운 그 안,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조용하다. 밤새 움츠렸던 사람들 비로소 기지개를 켜면, 절망 뒤를 품은 슬픔 나누는 얼굴에 미소는 조금,
사라진 관 속의 글뿌리 흘러흘러 야위었던 시간이 채워져 간다. 흐르는 책들이 다시 일어서고 껄껄껄 걸죽한 웃음소리 소리없이 관 안 가득 번진다. 시간이 매만진 자리, 새로 쌓인 책들이 글뿌리에 실려나간다.
3
관 안의 비좁은 창가 겨우 비집고 힘차게 뻗은 하얀 빛줄기, 비로소 햇살을 인식할 때쯤 떠오른 아아 한 줄기 저 강한 마음.
햇살에 부풀은 책들이 힘찬 포효로 일어서고 있다
아해들·1 아무도 반겨주는 아해가 있소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첫 번째 아해가 있소
성격이 참 밝은
두 번째 아해가 있소
그 밤은 하얗다오
아무도 없는 그 숲을
세 분의 아해가 영글고 영글어서
조금씩 검은 차가 되어가오
사르르사르륵…참
희한한 숲에 나는 서 있소
세분의 아해가 춤을 추오
하얀 밤이 다 지나도록
검은 아침이 오도록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나무 무성한
숲이 눈 앞에 드리우고 있소
우리는 숲이 되어가고 있소
아해들·2 금붕어
금붕어 열 한 마리가 연못에서 놀고 있었다
한 마리가 늙어 죽었다
금붕어 열 마리가 물 속을 헤엄쳤다
한 마리가 메말라 죽었다
금붕어 아홉 마리가 사람에게 잡혀갔다
한 마리가 도망쳤다
금붕어 여덟 마리가 어항 속으로 들어갔다
한 마리가 바뀐 환경에 적응을 못해 죽었다
금붕어 일곱 마리가 밥을 먹었다
한 마리가 배가 터져 죽었다
금붕어 여섯 마리가 물 위로 뛰어넘기를 했다
한 마리가 실수하여 어항 밖으로 떨어졌다
금붕어 다섯 마리가 어항에서 놀고 있다
한 마리가 의학용으로 잡혀가 버렸다
금붕어 네 마리가 달리기를 했다
한 마리가 바위에 부딪혔다
금붕어 세 마리가 싸움을 했다
한 마리가 상처를 깊이 입었다
금붕어 두 마리가 다시 연못으로 던져졌다
한 마리는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너무도 외로운 금붕어 한 마리가 연못을 헤엄친다
11人의 금붕어는 모두 무사히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웅크리고 앉아서
한 잔의 毒酒를 마시고 우리는
웅크리고 앉아 이야기한다
집구석에서, 골목길 모퉁이에서, 건물 앞 현관문에서
웅크리고 앉아 우리는
우리의 알 수 없는 미래와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매일 웅크리고 앉는 우리는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신문에 난 오늘의 기사에 대해서, 돈 50원 때문에 싸웠던 오늘 아침의 그 여자와 남자에 대해서
웅크리고 앉아 이야기한다 웅크리고 앉아 우리는
매일 이야기한다 사라지는 것과 존재하는 것,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각자의 추억과 각자의 할 일에 대해서, 아아 그렇다
우리는 각자에 대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는 매일 같이 있어도 혼자 있고, 혼자 있어도 같이 있다
우리는 매일 같이 웅크리고 앉아 웅크린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웅크리기 전에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웅크린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이야기를, 각자의 이야기를, 저마다 떠벌릴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는 서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간 숙녀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
웅크리고 앉아서, 웅크리고 앉아서.
귀무
歸 無
나 全無로 돌아가리라
어둔밤 닿으면 일어서는
세속 더듬어 손에 손 잡고
나 全無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없이 나 혼자
별빛보며 놀다, 있음 손짓하며는
나 全無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있음 끝나는 날
가서 있었음이라고 증명하리라
영원
증 오 - 영 원
담배연기 - 시 원
디 스 - 천 원
말 보 로 - 천 원
사 랑 - 만 원
시를 <가르치겠다>는
미친 스승과 앉아
담배연기를 마신다
돈 안 드는 영원, 가장 비싼
사랑, 시원한
국산담배???
왜 사냐건
왜 사냐건
묻지요
왜 사냐고
왜 묻느냐고
묻지요
그리곤 웃지요
왜 사냐고
묻는데
왜 웃느냐고
웃지요.
흐름이 있었다
놀람에 빠진 어떤 말들,
때로는 엿가락에 처박힌 채
그들의 달음을 이겨라 내어라
입술을 새고 있었다,
자칭 금이라 하는 너는
푸른 구름을 가끔 흘러가며
그 해에게
별들을 보인다고도
때로는 올라가는 바람 같은 것이
달의 등을 토닥인다고도
사람은 퍼뜩퍼뜩
말들의 날개 달린 속도가
시작된 그곳엔
글이 있었다 사랑이 있었다
저기 올라간 한사람이 있었다
물결이 있었다
바람에 빠진 어떤 강들,
때로는 놀라움에 처박힌 채
그들의 사랑을 울려라 달려라
물결을 새고 있었다,
자칭 연어라 하는 너는
세찬 강물을 가끔 거스르며
그 삶에게
하늘을 보인다고도
때로는 내려가는 물길 같은 것이
새의 발을 토닥인다고도
또랑은 퍼뜩퍼뜩
소리의 빠른 가슴 울림이
시작된 그곳엔
밤이 있었다 아침이 있었다
저기 떠오른 한 태양이 있었다
희망이 있었다
절망에 빠진 어떤 나들,
때로는 그리움에 놀라운 그
바람의 마음을 살려라 달려라
하루를 세고 있었다,
자칭 다리라 하는 삶은
대찬 사람을 가끔 거스르며
그 들에게
푸름을 보인다고도
때로는 내려가는 강길 같은 것이
하늘의 구름을 지켜본다고도
햇살은 퍼뜩퍼뜩
눈부신 엷은 마음 저림이
시작된 그곳엔
낮이 있었다 저녁이 있었다
저기 떠오른 한 슬픔이 있었다
빛들이 있었다
물빛에 빠진 어떤 글들,
때로는 신선함에 놀라는 채
글씨의 마음을 새겨라 올라라
시간을 적고 있었다,
자칭 솜씨라 하는 길은
별빛 안전을 가끔 추스르며
그 몸에게
눈물을 보인다고도
때로는 내려가는 숨길 같은 것이
세월의 밝음을 지켜본다고도
빛살은 퍼뜩퍼뜩
눈부신 믿음 소망 사랑이
시작된 그곳엔
내가 있었다 꿈이 있었다
저기 떠오른 한 빛들이 있었다
사라지지 않는 별빛은 내 하늘 자꾸만 피해
별빛과 입 맞추려 애쓰지만 너희는 입 쓰지 않네 밤에 꽁꽁 붙어 무슨 작당을 하는 걸까 하늘은 어딘가 향하고 있는데 별빛은 내 입술 자꾸만 피해
* * *
별빛은 어딘지 모를 어딘가에 누워 하얀색 몸들을 구부려 마음에 대고 가슴속 팔은 약간 구부려 뒤 마음 바닥에 대고 있어 겉에는 끝이 무척이나 없어 보여 길게 늘어뜨린 하늘이 너희의 다양한 가슴을 둘러싸고
굴하지 않는·떠들지 않는·소리가 없는
별빛의 하늘 저편 지구 상단
동그란 엷음의 어둠이 검은 색채의 별빛 딱지 속에 다른 세계로 새겨져 있어
그 아래서
너희는 흑백의 모습으로 어둠의 장막 속에 발가벗겨져 어딘지도 모를 곳을 응시한 채
별빛 하나의 축 늘어진 일곱 개 성이 밤의 어둠을 가리고
별빛 두개의 구부러진 밤하늘 다리와 어둠의 다리가 작당의 치부를 가리고
어둡지만 어둡지 않은
별빛의 하늘 넘어 하늘
* * *
별·빛
슬픔의 기포된 공간 안에 갇혀 남겨놓은 성 끊임없이 누군가를 갈구하면서도 다가설 수도 일어설 수도 없는 빛과 어둠의 세계, 하늘인지 어둠인지 구분할 수 없는 곳에서 숨도 쉬지 않은 채 영원히 한 곳만을 응시하다 시선에 시선을 거두어도 고개 돌리지 않는 세상은 하늘에 갇혀 무슨 작당을 하는 걸까 별빛은 어딘가 향하고 있는데 하늘은 내 시선 자꾸만 피해.
쓰기의 중앙영어단어
영어와 글 맞추려 애쓰지만 영어는 나 별로 없네 책에 달라 붙어 무슨 꿍꿍일 하는 걸까 단어는 어딘가 향하고 있는데 글자는 내 시선 자꾸만 피해
* * *
글자는 어딘지 모를 어딘가에 있어 금박의 몸들을 박아 종이에 대고 단어의 팔은 많이 휘어져 글자 뒤 바닥에 대고 있어 속에는 속이 무척이나 없어 보여 길게 늘어뜨린 하나는 글자의 대문을 향하여 쌓여있고
단어가 있는·대문이 있는·종이가 있는
영어의 중앙 저편 중앙 상단
명조의 엷음이 금박 색채의 금박 딱지 속에 콕콕 새겨져 있어
그 아래서
단어는 금박의 모습으로 기쁨의 어둠 속에서 옷을 입은 채 어딘지 모를 곳에 있음으로
글자 하나의 축 늘어진 활자의 금이 어둠을 가리고
글자 하나의 구부러진 활자가 금을 가리고
금박이지만 금박이 아닌
단어의 금박 넘어 금박
* * *
영·어
금박의 수놓은 공간 안에 갇혀 끊임없이 누군가를 갈구하면서도 다가설 수도 일어설 수도 없는 금과 단어의 세계, 글자인지 세상인지 구분할 수 없는 곳에서 숨도 쉬지 않은 채 영원히 한 곳만을 바라보다 글자에 글자를 거두어도 결코 돌아가지 않는 단어는 금박에 갇혀 무엇이 되고 있는 걸까 영어는 어딘가 향하고 있는데 단어는 내 시선 자꾸만 피해.
버스에 오른 할머니
베갯잎 지고 버스에 오르는 할머니 살이 포동포동 찌셨다 세월이 늘인 저 무게로, 그분은 삶을 지탱하듯 겨우겨우 버스 손잡이를 잡고 계셨다 처녀 시절엔 저 분도 한 몸매 하셨을 텐데… 애를 낳으면서 엉덩이는 쳐지고 아이들을 기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커져가는 마음의 무게. 그 때문에 몸도 많이 상했을 테지. 아- 신비한 사람의 몸.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이미 엄마가 되면서부터 노후를 준비하고 계셨었구나 세월을 머금은 저 포동포동한 몸매로 이 힘든 시간을 지탱하고 계시는구나
전봇대 찰랑대기
우리집 전봇대는 참 높기도 하다
고층과 고층이 맞닿아
우러러볼수록 자꾸만 낮아져만 가는 허공.
찰랑찰랑
태극기 휘날리는 민족주의.
수구초심 으로 기대어 버린
단순복잡연습 1
바다는 너무 멀다
오르는 어떤 산
어려운 일
하늘은 맑게 맑게
끌어당기는 슬픈 힘
나의 과거는 너의 과거는
오후는 언제나
이르던 시간에도
한낮에 가는 거리가
단순복잡연습 2
따라가긴 가는데 가는데
가고는 있다 가고는 있다
갑니다 갑니다 갑니다
눈물이 나곤 하는데도요
가곤 합니다 가곤 합니다
저어서 가는 길은 그런 길
좋아서도 갑니다
그런 길은 좋은 길, 바로 그 내 길.
슬쩍 똑똑 빼꼼·1
내 마음이 슬쩍 비껴가면
똑똑한 누군가는 빼꼼 고개 내밀어
내게 살아가라 하지요
나는 그에게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라고 묻고
그는 내게
알아서 하지, 라고 하네요
내 마음이 슬쩍 비껴가면
똑똑한 누군가는 뺴꼼 고개 내밀어
그냥 살아가라 하지요
오늘도 그냥 산 인생이 고개 내밀어
슬픔 한줌 삼켜보며 말합니다
나도 똑똑한 인생 한번 빼꼼 내밀고 싶다고요
나도 슬쩍 한번 고개 한번 올리고 싶다, 라고요
내 마음이 슬쩍 비껴가면
빼꼼 내민 인생이 슬쩍 고개 내밀어 쳐다보네요
오늘도 그냥 살아가라 하지요
슬쩍 똑똑 빼꼼·2
슬쩍 사라져 봅니다
누군가 똑똑 문을 두드리네요
빼꼼히 문을 여니
슬쩍한 슬쩍이
똑똑한 척 하는 누군가에게
빼꼼 문을 열어주네요
슬쩍 마음이 시리면
누군가의 똑똑한 사랑이
빼꼼히 알아요
슬쩍 어딘가로
똑똑 두드린 오늘이
빼꼼 빼꼼 빼꼼
슬쩍 똑똑 빼꼼·3
오늘도 슬쩍 마음에 들어가려 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래도라며 했던 마음이
누군가의 똑똑한 빼꼼에 살며시 손을 내밀면
오늘도 살아가라 글을 쓰지요
오늘도 행복하단 숨을 쉬지요
어제는 몰랐던 오늘이 내일은 알겠다며 내미는
언젠가의 기억들이 슬며시 올라오면서
세상은 슬쩍
마음은 똑똑
그리고 나는 어느덧 뺴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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