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Monggol)로 가는 길
2017.8.5. 10시 금년도 후반기 공학박사 학위 논문심사를 마친 아들과 함께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어 공항버스 시간에 맞춰 나갈 수 있어 편리하다. 공항버스를 타면 인천공항까지는 제2 경인교속도로를 거쳐 인천대교를 지나 45분 가량 걸린다. 공항버스는 11시경 인천공항에 우릴 내려준다.
11시30분 인천공항 출발 층 C구역 창가에서 “인도로 가는 길” 여행사 직원을 만나기로 했지만 조금 일찍 도착한 것이다. 공항 안에는 휴가철을 맞아 출국하는 인파로 붐비는 가운데 약속장소로 찾아가니 여행사 직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몽골 비자와 여권을 받고 보딩 패스를 받으러 몽골항공 발권 카운터(A1~A6)로 가니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드문제로 중국으로 가는 여행객이 줄면서 몽골이 새로운 여행지로 뜨는지 발권을 기다리는 여행객들이 예상 외로 많다. 게다가 외국 항공사라 그런지 발권 수속을 하는 속도도 평소보다 매우 느리다. 1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 보딩 패스를 받고 수하물을 부친다.
보안 검색을 마치고 출국수속을 한 후 면세점에서 썬 그림 등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후 몽골항공 출발 게이트(119번 게이트)로 가니 탑승시간이 불과 10여 분 전이다. 항공기 출발 3시간 반 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탑승시간에 겨우 맞춰 도착했는데 나보다 뒤쪽에서 발권을 기다리던 여행객들은 아마 면세점 쇼핑이 어려울 것 같다. 14시 25분에 출발하는 몽골항공 OM301 항공기는 출발시간 보다 늦게 탑승한 승객들로 인해 14시 50분이 돼서야 항공기 출입문을 닫고 출발 준비를 한다.
15시가 좀 넘어 인천공항을 가볍게 날아오른 항공기는 이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향한다. 이번 여름 여행은 7년 전 아들과 함께 라오스 배낭여행을 한 후 두 번째 배낭여행이다. 적어도 2년에 한 번 정도는 아들과 배낭여행을 하고 싶었으나 아들이 그 동안 석사, 박사 학위를 하느라 좀처럼 시간을 내기 어려워 함께 하지 못하고 나 홀로 또는 아내와 배낭여행을 다닐 수 밖에 없던 아쉬움을 이번 기회에 함께하고 싶다. 아들이 휴가를 낼 수 있는 시간이 10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멀리 갈 수는 없고 더위에 약한 나와 아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동남아 쪽은 너무 더워 피서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여행가기로 하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니 몽골 고비사막이 제 격인 것 같다. 물론 여행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몽골 초원 사막을 여행한다는 것이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그 동안 공부하느라 살이 찐 아들의 체중조절도 하고 아들과 대화를 할 시간도 타 여행지에 비해 넉넉할 것 같다.
기내식을 먹고 잠시 눈을 붙였는데 항공기가 울란바토르 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창밖을 내다보니 숲은 보이지 않고 평평한 초원 위를 날고 있다. 멀리 도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잠시 후 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공항에 항공기가 가뿐히 내려앉는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약 18km 지점에 위치한 칭기스칸 공항은 몽골제국의 창설자이자 세계 최대의 정복자인 칭기스칸의 이름을 딴 것으로 칭기스칸 공항은 몽골 유일의 국제공항이지만 대형 항공기는 두 세대 밖에 보이지 않고 그나마 국내선을 운항하는 50인승 정도의 프로펠러 항공기가 몇 대 보이는 공항이다. 공항 청사 또한 우리나라 지방공항 청사보다도 시설이 열악하고 규모도 작다. 국제선 편이 많지 않아 출입국 수속이나 수하물 배송은 복잡하지 않아 10여 분만에 마칠 수 있어 편리한 면도 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수하물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오니 여행사 길잡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공항 밖은 벌써 우리나라 가을 날씨로 전광판에는 14℃라 쓰여 있다. 연일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다 몽골에 오니 정말 피서 잘 온 것 같다. 넓은 초원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고 공기도 맑은 것 같다.
공항 2층 은행에서 환전을 하는데 1$에 2,444TG(투그릭)으로 아들과 함께 몽골에서 쓸 220$을 환전하니 537,680TG를 준다. 몽골 화폐는 20,000, 10,000, 5,000, 1,000, 500, 100, 50, 20, 10 등 동전은 없고 모두 지폐로 54만TG에 가까운 돈을 받으니 주머니가 뭉툭하다.
환전을 마치고 공항 주차장에 모이자 여행사 길잡이인 명 재욱씨가 자기소개를 한다. 명재욱씨는 한국에서 인도로 건너가 산지 20년 된 화가로 프린랜서로 여행 길잡이를 하는데 주로 인도 여행 길잡이를 하며 3년 전부터 6월에서 8월까지 여름 한철 몽골 고비사막 투어와 흡수골 투어를 안내한다고 한다. 금년도에만 고비사막 3번, 흡수골 2번을 안내했다고 한다. 아울러 이번 여행을 도와 줄 몽골인 보조 길잡이를 소개하는데 한 명은 이 호선이란 26세의 젊은 친구로 한국에 취업한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와 중학교를 졸업해 한국어를 제법 잘하는 성격이 활달하며 몽골대학에서 영화제작을 공부했다고 한다. 또 다른 한 명은 투시게란 이음을 가진 25세의 젊은 친구로 몽골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순천향대학에서도 1년간 공부해 한국어가 제법 능통하다. 두 명의 현지 길잡이는 모두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제법 준수해 같이 여행할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번 여행을 함께할 여행객은 모두 25명으로 4명은 밤 비행기(대한항공)로 도착할 것이고 1명은 호텔에서 현지 합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야기가 끝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에 5명 씩 분승해 울란바토르 시내 호텔로 향한다. 시내로 향하는 도로에는 수 많은 차가 달리는데 과속은 물론 지그재그 운전, 신호위반 차량이 많이 보인다. 화력발전소로 보이는 커다랗고 높은 3개의 굴뚝에선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도로변에는 쓰레기가 어지럽다. 개인 주택보다는 아파트가 많이 보이는데 매우 낡아 보이는 아파트와 신축한 아파트 혼재되어 있다. 멀리 시내 중심가에는 제법 높은 건물들이 보이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은 낡고 초라해 보인다. 시내로 들어서자 퇴근시간과 맞물려 교통 체증이 심하다.
공항에서 40여 분 가까이 달려 도착한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러 나간다. 아들이 몽골에 왔으니 몽골식으로 저녁을 먹자고 한다. 오랜만에 멋있게 저녁을 사 주려고 울란바토르 제일 번화가인 평화의 거리(Peace street)로 걸어가면서 보니 우리가 찾는 몽골 음식점은 안보이고 한국음식을 하는 한국식당과 가라오케, 펍, 까페 등만 보인다. 대졸자 초임이 월 60만TG 정도라는데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25만원 정도이니 몽골인들은 외식을 잘하지 않고 외국인들은 상대로 하는 음식점만 있는 것 같다. 40여 분을 찾아 헤맨 끝에 국영백화점(State Department Store) 옆 포장마차에서 샤슬릭과 고기 볶음밥, 칭기스칸 맥주를 주문한다. 메뉴판이 온통 키릴문자로 쓰여 있어 도통 읽을 수가 없고 할 수 없이 메뉴판에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종업원에게 손가락으로 개수를 표시해 주문한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양고기 샤슬릭은 누린내가 나지 않아 우즈베키스탄 여행의 추억을 되살리는 훌륭한 맛이었고 칭기스칸 맥주는 알코올 도수는 우리보다 높으나 홉이 제대로 들어가 있지 않고 차지 않아 맥주 특유의 시원함과 쌉쌀함을 느낄 수 없어 내 입맛에는 별로다. 볶음밥은 느끼하지만 그런대로 내 입맛에 맞는다. 아들과 각 2개 씩 먹은 것이 총 40,000TG로 현지인들에게는 꽤 비싼 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