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초해 (百聯抄解)란 ?
초학자에게 한시를 가르치기 위해 중국 역대의 칠언율시(七言律詩) 중에서 연구(聯句) 100개를 뽑아서 언해한 책이다. 연구(聯句)의 한자마다 《천자문(千字文)》과 같이 한글로 훈과 음을 단 후 한시의 번역을 덧붙였다. 편찬자는 김인후(金麟厚)로 알려져 있으나 간기가 없어서 원간 연대는 정확하지 않다.
현전하는 목판본 중에서 가장 이른 간본으로 알려진 동경대학소장본의 한자의 새김이 광주판 《천자문(千字文)》과 매우 유사하고 이 책의 전라방언적 요소를 보인다는 점에서 편찬자가 김인후(金麟厚)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고사촬요(故事撮要)》의 책판 목록(1576)에 평양과 장흥에 이 책의 책판이 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동경대학소장본은 16세기 중엽 이후의 장흥판으로 추정된다. 국내에는 임진왜란 이후의 중간본 및 복각본이 목판본 및 필사본의 형태로 여럿 전하는데, 필암서원본, 송광사본, 일사본, 장석련 소장본 등이 그것이다. 장성의 필암서원(筆巖書院)과 순천의 송광사에는 책판도 남아 있다. 또한 구소련과학원의 레닌그라드 동방학연구소에도 애스턴(W.G. Aston) 구장본이 있다. 임진왜란 이전의 판본으로 추정되는 동경대학소장본은 한시의 각 글자마다 음과 훈이 달려 있고, 번역이 함께 실려 있는 데 반해 임진왜란 이후의 판본들에서는 한자의 새김이 없고 연구의 순서와 번역도 조금 다르다. 또한 이들 임진왜란 이후의 판본들은 연구(聯句)의 순서와 번역에 있어서도 서로 차이를 보인다.
동경대학소장본은 ‘ㅿ, ㆁ’등이 나타나는데, ‘ㅿ’은 큰 혼란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임진왜란 이전의 판본임에도 방점이 없다. 이 판본의 한자 새김은 광주판 《천자문》(千字文)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不 안득불(4b), 未 아미(1a, 5a), 上 마(5a)]. 애스턴 구장본의 경우 수록된 한시의 종류와 순서, 그리고 ‘ㅿ, ㆁ’이 사용된 예가 보인다는 점에서 동경대학소장본과 유사하지만, 한자의 새김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임진왜란 이후의 판본들과 유사하다. 임진왜란 이후의 판본들은 한시에 한자의 음만 있을 뿐, 한자의 새김이 없으며 ‘ㅿ, 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한시의 연구(聯句)는 이백(李白), 두보(杜甫), 유장경(劉長卿) 등 당대(唐代)의 시인들이 지은 칠언율시 중에서 함련(頷聯) 또는 경련(頸聯)에서 가져 온 것이다. 연구(聯句)들은 대체적으로 제재별로 분류되어 있어서 ‘화(花), 산(山), 춘(春), 풍(風), 월(月), 송(松), 죽(竹), 강(江), 지(池)’ 등의 순서를 보인다. 판본에 따라 ‘백(白), 홍(紅), 청(靑)’ 등과 같이 색채별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당대(唐代)의 칠언율시 중에서 연구(聯句)를 선별하고 여기에 언해를 붙였다는 점에서 《두시언해(杜詩諺解)》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시의 각 한자마다 음과 훈을 달고 있다는 점에서 《천자문(千字文)》, 《유합(類合)》, 《훈몽자회(訓蒙字會)》와 같은 한자학습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동경대학본은 《국문학연구》4집(1973, 효성여대)에 영인된 바 있고, 임진왜란 이후의 간기 미상의 한 책이 1960년 대구대학에서 영인된 바 있다.
百 聯 抄 解
001. 花笑檻前聲未聽 鳥啼林下淚難看
002. 花含春意無分別 物感人情有淺深
003. 花因雨過紅將老 柳被風欺綠漸除
004. 花下露垂紅玉軟 柳中煙鎖碧羅輕
005. 花不送春春自去 人非迎老老相侵
006. 風吹枯木晴天雨 月照平沙夏夜霜
007. 風射破窓燈易滅 月穿疏屋夢難成
008. 花衰必有重開日 人老曾無更少年
009. 花色淺深先後發 柳行高下古今栽
010. 花不語言能引蝶 雨無門戶解關人
011. 花間蝶舞紛紛雪 柳上鶯飛片片金
012. 花裏着碁紅照局 竹間開酒碧迷樽
013. 花落庭前憐不掃 月明窓外愛無眠
014. 花前酌酒呑紅色 月下烹茶飮白光
015. 花紅小院黃蜂嫋 草綠長堤白馬嘶
016. 花迎曖日粧春色 竹帶淸風掃月光
017. 郊外雨餘生草綠 檻前風起落花紅
018. 霜着幽林紅葉落 雨餘深院綠苔生
019. 月作利刀裁樹影 春爲神筆畵山形
020. 山外有山山不盡 路中多路路無窮
021. 山上白雲山上盖 水中明月水中珠
022. 山疊未遮千里夢 月孤相照兩鄕心
023. 山僧計活茶三椀 漁父生涯竹一竿
024. 竹根迸地龍腰曲 蕉葉當窓鳳尾長
025. 耕田野叟埋春色 汲水山僧斗月光
026. 聲痛杜鵑啼落月 態娟籬菊慰殘秋
027. 遲醉客欺先醉客 半開花笑未開花
028. 紅袖遮容雲裡月 玉顔開笑水中蓮
029. 靑菰葉上凉風起 紅蓼花邊白鷺閑
030. 竹筍初生黃犢角 蕨芽已作小兒拳
031. 竹芽似筆難成字 松葉如針未貫絲
032. 山影入門推不出 月光鋪地掃還生
033. 更深嶺外靑猿嘯 煙淡沙頭白鷺眠
034. 江樓鷰舞知春暮 壟樹鶯歌想夏天
035. 水鳥有情啼向我 野花無語笑征人
036. 池邊洗硯魚呑墨 松下烹茶鶴避烟
037. 風飜白浪花千片 鴈點靑天字一行
038. 龍歸曉洞雲猶濕 麝過春山草自香
039. 山含落照屛間畵 水泛殘花鏡裏春
040. 春前有雨花開早 秋後無霜葉落遲
041. 野色靑黃禾半熟 雲容黑白雨初晴
042. 柳爲翠幕鶯爲客 花作紅房蝶作郞
043. 千竿碧立依林竹 一點黃飛透樹鶯
044. 白鷺下田千點雪 黃鶯上樹一枝金
045. 白雲斷處見明月 黃葉落時聞擣衣
046. 白躑蠋交紅躑蠋 黃薔薇對紫薔薇
047. 紅顔淚濕花含露 素面愁生月帶雲
048. 風驅江上羣飛鴈 月送天涯獨去舟
049. 月鉤蘸水魚驚釣 烟帳橫山鳥畏羅
050. 池中荷葉魚兒傘 梁上蛛絲鷰子簾
051. 修竹映波魚怯釣 垂楊俠道馬驚鞭
052. 垂柳一村低酒旆 平沙兩岸泊魚舟
053. 珠簾半捲迎山影 玉牖初開納月光
054. 十里松陰濃滿地 千重岳色翠浮天
055. 雨晴海嶠歸雲嫩 風亂山溪落葉嬌
056. 春鳥弄春春不怒 曉鷄唱曉曉無言
057. 春庭亂舞尋花蝶 夏院狂歌選柳鶯
058. 松作洞門迎客盖 月爲山室讀書燈
059. 松含雪裏靑春色 竹帶風前細雨聲
060. 石床潤極琴絃緩 水閣寒多酒力微
061. 露凝垂柳千絲玉 日映長江萬頃金
062. 花塢題詩香惹筆 月庭彈瑟冷侵絃
063. 風引鍾聲來遠洞 月驅詩興上高樓
064. 拂石坐來衫袖冷 踏花歸去馬蹄香
065. 村逕遶山松葉滑 柴門臨水稻花香
066. 山月入松金破碎 江風吹水雪崩騰
067. 靑山遶屋雲生榻 碧樹低窓露滴簾
068. 粧閣美人雙鬢綠 詠花公子一脣香
069. 香入珠簾花滿院 色當金壁月生雲
070. 庭畔脩篁篩月影 門前細柳帶霜痕
071. 輕揭畵簾容乳鷰 暗垂珠淚送情人
072. 鬟揷玉梳新月曲 眼含珠淚曉花濃
073. 垂柳綠均鶯返囀 羣林紅盡鴈廻聲
074. 糝逕楊花鋪白氈 點溪荷葉疊靑錢
075. 春色每留階下竹 雨聲長在檻前松
076. 雪裏高松含素月 庭前脩竹帶淸風
077. 軒竹帶風輕撼玉 山泉遇石競噴珠
078. 前澗飛流噴白玉 西峰落日掛紅輪
079. 閉門野寺松陰轉 欹枕風軒客夢長
080. 春日鶯啼脩竹裏 仙家犬吠白雲間
081. 春光不老靑松院 秋氣長留翠竹亭
082. 身立風端細柳態 眉臨鏡面遠山容
083. 獨鞭山影騎驢客 閑枕松聲伴鶴僧
084. 螢火不燒籬下草 月鉤難掛殿中簾
085. 山頭夜戴孤輪月 洞口朝噴一片雲
086. 山影倒江魚躍岫 樹陰斜路馬行枝
087. 山靑山白雲來去 人樂人愁酒有無
088. 月掛靑空無柄扇 星排碧落絶珠纓
089. 朝愛靑山褰箔早 夜憐明月閉窓遲
090. 鳥去鳥來山色裏 人歌人哭水聲中
091. 螢飛草葉無煙火 鶯囀花林有翼金
092. 庭畔竹枝經雪茂 檻前桐葉望秋零
093. 鶯兒趂蝶斜穿竹 蟻子施虫倒上階
094. 綠楊有意簾前舞 明月多情海上來
095. 松間白雲尋巢鶴 柳上黃金喚友鶯
096. 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海浪無痕
097. 殘星數點鴈橫塞 長篴一聲人倚樓
098. 天空絶塞聞邊鴈 葉盡孤村見夜燈
099. 巷深人靜晝眠穩 稻熟魚肥秋興饒
100. 纔攲復正荷飜雨 乍去還來鷰引雛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