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 작곡과 초연 1899년 9월 그가 25세 때에, 단 3주 동안에 작곡된 이 「정화된 밤」은 두 대의 바이올린과 두 대의 비올라,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현악 6중주로서 실내악-교향시 장르를 개척한 과감한 시도이자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스메타나의 ‘현악 4중주’로부터의 영향도 엿보이는 이 작품은 반음계적인 후기 트리스탄 화성과 교향곡에 육박하는 텍스추어로 인해 격렬한 반응을 일으킨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1902년 3월 18일 빈 무직페라인에서 로제 4중주단과 두 명의 현악 연주자가 이 작품을 초연했을 때 아니나 다를까 청중은 동요하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끝까지 음악을 지켜냈다. 후일 쇤베르크는 초연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 음악의 성격 「정화된 밤」은 그 전개 방식에 있어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전통적인 분석들이 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느껴지는 주제 발전 방식과 바그너의 화성과 브람스의 형식을 통합, 이를 넘어서는 독창적인 음악어법을 구사했다는 모습이 그러하다. 그러나 쇤베르크의 방식은 R.슈트라우스의 후계자라고 말할 수 있는 에리히 코른골트(ErichKorngold, 1897~1957)나 그의 스승인 알렉산더 폰 제믈린스키(AlexanderZemlinsky, 1871~1942)보다 훨씬 혁신적이고 과감했다. 이 작품은 분명 바그너적인 스타일로 시작하지만 폭넓은 도약음정과 3화음에 의거하지 않은 선율법, 브람스 현악 4중주를 연상케 하는 엄격한 형식미와 9도의 자리바꿈 화음의 사용은 보수적인 코른골트나 제믈린스키와는 현격히 대비되는 현대적이고 도전적이며 진취적인 어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표제음악적인 성격과 실내악을 통합하는 동시에 실내악과 교향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드는 실험정신까지 배어있는 「정화된 밤」은 실내악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흡인력과 오케스트라적인 효과를 담고 있었기에 작곡가는 1917년에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을 완성했고 1941년에 이를 개정했다.
▲ 곡의 줄거리 쇤베르크는 독일 시인 리하르트 데멜(Richard Dehmel, 1863~1920)의 연작시집인 ‘여인과 세계’(WeibundWelt, 1896) 가운데 ‘두 사람’(ZweiMenschen)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정화된 밤」을 작곡했다. 두 사람이 달이 밝은 숲 속을 걷고 있다. 여인은 행복을 갈구한 결과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죄를 지었다고 고백한다. 남자는 여자의 죄의식을 씻어주며 사랑으로 아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 해설 및 감상 음악은 풍부한 감성과 탐미적인 아름다움, 폴리포니적인 견고함과 두터운 텍스추어를 바탕으로 한 현악기들의 긴장감 높은 앙상블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은 시의 내용에 따라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쉬지 않고 연주된다.
▲ 첫 부분 : Sehr langsam(아주 느리게) D단조의 느린 서주부는 일종의 달빛 주제로서 반음계적 어법의 하강음형을 띄고 있는 만큼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의 서주부와 닮아있다. 더불어 전체 구조에 있어서도 리스트의 단악장 소나타는 역시 단악장으로 구성된 「정화된 밤」의 청사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20마디가 지나자마자 화성은 급격하게 바그너풍의 성격으로 변화하며 애매모호한 화음의 아르페지오가 등장, 트리스탄 전주곡의 시작부와 같은 느낌을 준다.
▲ 두 번째 부분 : Etwas bewegter(조금 빠르게) 극렬한 긴장감을 수반한 아첼레란도에 이어 여성의 대사에 해당하는 두 번째 부분이 시작된다. 남자의 아이가 아니라는 대목이 비올라에 의해 연상되며 음악은 보다 죄의식 강한 자책감으로 빠져든다. 그러다가 당신을 만났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음악은 E장조로 바뀌며 열정적인 주제가 등장한다.
▲ 세 번째 부분 : Schwer betont(무겁게) 여자의 말이 끝난 뒤의 장면을 묘사하는 세 번째 부분은 음산하고 그로테스크한 스케르초다. 명확하진 않지만 남자가 여자의 고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예견하는 듯한 느낌도 포함되어 있다. 여자의 힘없는 발걸음과 혼란한 심리를 반영하는 듯 화성은 여전히 애매모호하고 창백하다. 감미로우면서도 교향악적인 패시지가 펼쳐지며 남자에 해당하는 D장조의 네 번째 부분으로 이어진다.
▲ 네 번째 부분 : Sehr breit und langsam(폭 넓고 느리게) 여성의 대사 부분 다음으로 긴 남자의 말에 등장하는 장면과 심리가 정확하게 묘사되며 신비롭고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울렁거리는 현악 패시지를 통해 차가운 바다의 반짝이는 물결을 묘사하고 그 위에 비추어지는 달빛과 사랑의 기운을 솔로 바이올린이 낭만적으로 표현한다. 두 사람의 마음은 점점 따뜻하게 달구어지고, 바르카롤적인 분위기는 트리스탄 2막의 사랑의 장면처럼 폭넓은 음색의 팔레트로 발전, 정화된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인다는 대목에서는 고도로 설계된 반음계와 화려한 빛을 발산하는 F샤프 장조로 변조되어 분위기를 공감각적으로 바꾸어놓는다.
▲ 다섯 번째 부분 : Sehr ruhig(아주 조용히) 상단에 링크 마지막 에서는 D장조의 달빛 주제가 화사한 저역현의 반주를 통해 새롭게 정화된, 그리고 보다 열망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현악 앙상블의 섬세한 움직임을 통해 끝없는 피아니시시모의 피날레로 사라져버린다. ● 전곡 감상 (3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