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
슬픈 마음, 아픈 마음, 힘든 마음
울프 노트
정한아 저문학과지성사 | 2018년 04월
1.
나, 가난했던, 앞으로도 가난할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해.
잉크가 마르는 동안 나는 사랑했네 / 부끄럼 없이 꺾은 꽃봉오리 한 채의 수줍음과 / 그 千의 얼굴을 / 한 꽃의 일평생 차마 / 입에 담지 못할 망설임
- <수국> 일부
경제적인 가난일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야. 마음의 가난이라고 하지, 아마. 먹고 사는 거는 문제가 아니거든. 먹고 싶은 것 아무거나 못 먹고, 사고 싶은 것 마음대로 못 사는 것 빼고는 별 문제 없어. 근데, 이거 부유한 몇 퍼센트의 사람만 빼고는 다 똑같은 상황 아니야? 그러므로, 나 경제적으로 가난하다는 말 하지 않을게. 나, 먹고 살 수는 있으니까. 다만, 내 마음이... 내 마음이... 과거에도 가난했고, 지금도 가난하고, 앞으로도 가난할 거야.
차마 말할 수도 노래할 수도 없는 / 그, 뭐냐, 거기시가 / 산책하듯 엷은 평온으로 덮이었을 때 / 그, 뭐냐, 거시기를 / 실종된 우리의 理想이라 불러본다면; // 사랑(저런, 저런,) / 행복(아니, 아니,) / 집 나간 고양이들의 역사(아뿔싸, 한 번도 자기 집에 살아본 적 없는) - <어제의 광장과 오늘의 공원 사이> 일부
이쯤되면, 궁금할 거야. 나는 왜 마음이 가난하다고 말하는가. 분명히, 불행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왜 가난하다고 하느냐. 과거의 가난한 마음은 이랬지.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다. 살고 싶지 않다.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한나님을 원망한다.' 그런 가난한 마음이었지. 차마 말할 수도 노래할 수도 없는, 그런 불행. 왜 그렇게 불행했을까?
누굴까. / 맨 처음 쇠를 구워보자고 생각한 사람은. / 그는 시커멓고 땀으로 번들거리며 웃통을 벗고 있고 / 정교하고도 힘찬 손놀림으로 불과 냉수 사이를 오가며 / 아름다운 금속 물질을 단련시킨다. - <대장장이> 일부
단련되는 중이었기 때문이지. 단련되는 순간 순간들이 내겐 힘든 순간이었지. 하루를 보내는 게 모진 고통이었고, 하루가 지나가고 내일이 와도 불행하다고 느꼈었어. 행복한 이유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었거든. 그래서, 늘상 찌푸린 얼굴이었지. 희망도 별로 없었어. 앞으로 무엇이 되 볼까 하는 거 따위, 상상도 하지 않았으니까.
지나간 일이야, 입동에는 / 살아 있는 사람처럼 / 무릎과 무릎을 스치며 걸었지
- <허밍> 일부
그렇게 지나갔어. 스치듯 지나갔지. 그 순간순간들이. 그때의 불행이 지금의 행복한 순간을 만들지. 그때 단련되었기 때문에,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불행한 건지 알지. 불행이 어떤 순간에 오는지 알지. 슬픈 순간이 불행이 아니란 것도 알지. 불행은 슬픔과 기쁨의 감정의 순간이 아니야. 그냥, 인생 자체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거지. 지금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단련되어 가고 있는 거야. 그렇게 위로를 하곤
하지.
지칠 때까지 / 구역질이 날 때까지/ 그 무엇도/ 지루함보다 나쁘지는 않기 때문에 / 자기를 혹사시키면서 / 아주 쓸모없는 방식으로도 / 쓸모없음을 찬미해서라도 /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 장례를 치를 때에도 / 흘러가는 움직임
- <流行유행> 일부
나도 가끔 우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분이 나빠지기도 해. 하지만, 그것이 불행의 이유가 될 수는 없기에,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내가 뭐가 된 것도 아니야, 그저 나는 책 읽고, 글 쓰는 게 좋고, 하루하루 흘러가는 일상이 즐거울 뿐이야. 그 속에서 뭔가를 발견해 떠오르는 시어들이 좋고, 그 속에서 흘러가고 있는 만남들을 즐기지. 그 모두가 움직임이란 거겠지.
...저도 / 괴롭습니다 도서관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옵니다 매일 민원을 넣는당신을 비롯해서 /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는 사람 다리를 달달 떨며 5년째 같은 책만 보고 있는 사람 아래위로 빨간 옷만 입고 다니며 늘 여자 옆에만 앉아 숨을 거칠게 쉬는 남자 좌석마다 돌아다니며 낙서를 하는 중년 여자 도서관에 간다고 부모를 안심시켜놓고 열람실에서 포르노를 보는 십대 소년들 휴게실에서 컵라면과 반짝 할인 과자로 배를 채우며 이 사람들이 / 정말로 책을 보러 온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1년간 도서 대출 내역을 알려드릴까요? - <창백한 죄인> 일부
내가 불행했던 이유는 그런 거겠지.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고 저 사람은 불행하구나,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구나, 저 사람은 행복하구나를 너무 빨리 판단해 버렸고, 나는 그런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느꼈으니까. 나는 불행한데, 저 사람은 행복하구나, 저 사람은 내게 잘해 주니, 좋은 사람이겠구나. 인생은 그런 게 아니란다, 하고 어느 날 인생이 내게 말을 걸었을 때 느꼈지. 내가 보는 세상이 다가 아니야. 삶의 이면을 봐. 행복할 것 같은 사람도 사실은 불행할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이 때로는 사기꾼이 되기도 하고, 항상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이 사실 알고 보면, 아주 따뜻한 마음을 지닌 행복의 바이러스가 될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면서, 사람 사는 세상이 내가 사는 세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비로소 나의 불행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
네 글씨는 참 다정하더라 / 그때 나는 좀 멀리 있었지
- <랄라와 개와 친구와 20년 전의 엽서>
나는 불행에서 멀어졌을까? 그래, 불행에서는 멀어졌어. 앞으로 닥쳐 올 고난과 슬픔에서는 벗어날 수 없을지는 몰라도, 나는 적어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오지 않을 거 같아. 쏟아지는 눈물과 쏟아지는 글들과 쏟아지는 책들이 그런 나를 위로할 테니까.
죽은 자는 편리하다 / 모든 책임은 그에게 떠맡기면 되니까 / 울부짖을 목구멍도, 송사를 제기할 손가락도 없으니까 / 마음속에 품고만 있던 죄와 사랑은 이제 영원히 / 무저갱 속으로 침묵하고 / 침묵의 관은 넓고도 넓어 / 여차하면 삼라만상을 품을 수도 있으니까 - <하느님은 죽어서 어디로 가나> 일부
지금 불행에 빠져있다고, 자살할 생각은 하지 말아줘. 그 불행은 언젠가 끝날 테니까. 불행이 끝난다고 행복한 순간이 바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야. 불행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거고, 그 여유가 바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줄 테니까. 지금, 슬프다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너무 힘들다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가지기보다는 슬픈 마음, 아픈 마음, 힘든 마음, 그 마음을 간직해 보는 건 어떨까. 어떤 힘든 순간에 이 글을 떠올리고 힘이 되길 바랄게. 난, 지금 이 글을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에게 전하는 게 아니야. 조금은 불행한, 조금은 행복하지 않은, 조금은 부족한 느낌을 갖고 있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있는 거고,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나에게도 전하는 것이지. 이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다만, 시간의 강이 그 만남을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고 있을 뿐. 그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정말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만 기억하자. 나도, 그대도, 그리고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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