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처음 꿈에 대한 능력을 자각한 건 몇 년 전이었다. 어린 시절, 덤프트럭과의 충돌 사고로 인해 그녀는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사고 이후, 그녀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다. 온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기계음만이 가득한 공간에서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날 밤, 처음으로 이상한 경험을 했다. 마치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 현실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두 다리가, 꿈속에서는 자유롭게 달릴 수 있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단순한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자신의 꿈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꿈속에서는 현실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녀는 걷고, 뛰고, 심지어 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꿈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마치 또 다른 현실처럼.
그녀의 꿈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점점 더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생생해졌다. 발이 땅을 밟는 느낌,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는 감촉, 심장이 빠르게 뛰는 짜릿한 감정까지. 꿈은 현실보다도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꿈속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움직일 수 있었고, 그 자유로움을 온전히 만끽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도피처라 생각했다. 현실에서 채울 수 없는 결핍을 꿈에서 보상받는 것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꿈은 단순한 도피처가 아니었다. 마치 하나의 세계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꿈속의 그녀는 힘이 있었고, 어떤 환경이든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꿈속에서 한 장소를 발견했다. 끝없는 바다 너머에 작은 섬이 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상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곳은 매번 꿈속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모래사장과 푸른 숲이 어우러진 곳. 그곳에 발을 디딘 순간,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그저 섬을 탐험하는 것에 만족했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숲속을 거닐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점점 더 그곳에서 머무르고 싶어졌다. 현실에서 돌아올 때마다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녀는 꿈속에서 섬을 꾸미기 시작했다. 작은 오두막을 만들고, 길을 내고, 정원을 가꾸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섬은 점점 더 그녀만의 공간이 되었다. 바닷가의 소금기 어린 바람, 햇살이 내려앉은 모래사장,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 이곳은 그녀가 현실에서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은 장소였다.
이제 그녀는 꿈을 꾸는 것이 단순한 수면 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능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지로 꿈을 조정할 수 있는 힘. 현실에서는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지만, 꿈속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힘. 이건 단순한 공상이 아니었다.
그녀는 매일 밤 꿈을 기다렸다. 어쩌면 꿈이 그녀에게 남겨진 유일한 해방구이자, 또 다른 세상이었으니까.해변에 떠내려온 소년을 보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