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의 시간,
2025년 오늘은 책방 엽니다.
눈이 쌓인 대천에서, 준비한 당근을 꺼내어 눈사람 코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생각나 찾아갔을 때 당근코눈사람 앞까지 바닷물이 차오른 모습을 보았습니다.
‘돌 신발도 만들어줬잖아. 왜 피하지 않았니.’
헐레벌떡 달려가 당근코눈사람을 들어 올려 계단 앞에 두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작은 사람을 만들걸.
거처로 돌아와 아이에게 달에 대해, 파도에 관해 이야기하자고 말하며, 여행 중 산 책 <Moon Book>을 펼쳐 읽었습니다.
우리가 눈사람을 만들었을 땐 지구가 4분의 3 정도 회전했을 때였구나,
눈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는 달과 가장 가까웠던 첫 번째 만조였구나.
‘기조력’
달의 인력이 바닷물을 끌어당겨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힘.
달의 반대편에 지구가 있더라도 약한 기조력 때문에 다시 만조가 됩니다.
그러니 물리적 거리감은 마음의 거리감과는 별개라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눈사람을 만들며, 그를 들어 올리며, 눈사람 옆에 누워 함께 들은 파도 소리는 당신과 함께 보낸 시간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반대편에 있는 저와의 기조력을 느끼고 있나요.
오래 걸었습니다. 그곳에서 당신 같은 이웃의 도움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넘어지고, 누워있기도 했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을 실컷 떠올리고, 참지 못하고 연락하고,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만조의 시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당신과 가까이 닿았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 겁니다.
그곳에선 눈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에 온 시간을 썼습니다.
이곳에선 당신과 함께할 순간으로 한해를 차오르고 싶습니다.
오늘은 책방, 엽니다.
2025. 2. 10.
만조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