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舊正除夜 구정의 그믐밤
生來曾不慕輕肥
태어나 부유함 바란 적 없으나 1)
憂國初心萬事違
나라걱정 초심에 만사 어긋났네. 2)
日艦暗圖玄海發
일본함대 현해탄 몰래 발동하고 3)
露機常欲白頭飛
러시아기 늘 백두산 나르려하네.
窮廬幼子啼黃葉
가난한 집 아이는 황엽에 울고 4)
溫室羣芳向翠微
온실의 꽃들은 청산으로 향하네. 5)
是日尤爭風樹感
오늘 더욱 풍수지감 흔들리는데 6)
誰將寸草納朝暉
누가 장차 촌초의 햇볕 받을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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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비(輕肥): 경구비마(輕裘肥馬)의 줄임말로 부드러운 가죽옷을 입고 튼튼한 말을 타고 다니는 부유하고 사치스러움을 뜻한다.
2) 우국초심(憂國初心): 처음에 지녔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그렇게 하고부터는 시인의 삶의 어려움이 많았다는 말이다.
3) 현해(玄海):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로 현해탄(玄海灘)이라고도 했다.
4) 제황엽(啼黃葉): 황엽을 달라며 움. 불경(佛經)에 나오는 비유로 우는 아이에게 노란 버들잎을 주면서 ‘황금을 줄게, 아가야 울지 말라.’면 호기심에 울음을 그친다는 옛 이야기다. 그것을 초보자에게 쉽도록 이끌어서 깊은 진리로 인도한다는 예화였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보채는 아이인 듯.
5) 향취미(向翠微): 취미는 청록 빛의 산색, 청산(靑山)을 말하니 청산을 향한다는 뜻. 온실의 연약한 꽃들이 청산의 자연을 바란다는 의미가 된다.
6) 풍수감(風樹感): 풍수지감(風樹之感)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봉양 못했던 불효의 마음을 말하니 ‘오늘 따라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대니 풍수지감 곧 부모님 봉양 잘하지 못했던 느낌 더욱 간절하네.’
7) 촌초납조휘(寸草納朝暉): 작은 풀잎이 아침햇살을 받음이란 말로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