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쓰는 글

[성수현]

저는 지금 감정기복의 늪에서 허우덕대고 있습니다.
언제나 감정이 중추가 되는 사람으로 이런 백수생활, 못 견디게 불안합니다.
 
순간이라도 견실하자라는 마음만 늘 앞서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순간의 쾌락에 얼마나 잘 휩쓸리는지요. 
늘 여지가 있는 삶(막차 없이 뒷 일 생각 안하고 노는 그런 일 따위)을 살아와 저 자신에게 후유증이 되돌아옵니다.

그러다 오늘은 한동안 머물던 부정적인 감정 꼬리표 자르기에 성공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만난 귀인덕분입니다. 
영감수업이라는 유튜버의 무능력하고 쓸모없던 내가 변화될 수 있었던 이유라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당시의 상황적 약점을 이용해서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높였는지의 경험담과 마인드셋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eY3jgDcCQw

주인공을 가장 오래 할 수 있는 배우는 관객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인물은 류승범 배우)
관객의 입장이 되었을 때 그 니즈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내 인생에서 모든 순간을 주인공으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관객(구경꾼)으로서 관조와 몰입을 오고가며 힘을 푸는겁니다.
그리고 언제쯤 주인공이 된다면 그 관객에게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돌려주는거죠. 
 
영감수업이라는 유튜버는 주인공과 구경꾼이 주가 되는 삶을 모두 살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라는 물음과 끝없는 비교 속에서 우울이라는 바다를 헤맵니다. 
 
어느 날 박경림씨의 글 한 대목을 읽고 그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힘들다는 건 굉장히 희망적이다. 계속 부딪혀볼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즉,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거나 할 수 있음을 깨닫죠. 
 
그 후 영어 강사의 일에 도전합니다. 초기에 주변의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보자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되었기에, 되려 영어 초보의 마음을 이해하고 개인에 맞게 지도할 수 있었죠.
초보가 왕초보를 가르키는 것, 그만의 이점이 있는겁니다. 
 
현재는 무능력해보이더라도 금방 유능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구경하는 재미, 선택의 자유 이 두가지를 기억하라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미래가 스펙트럼처럼 보였습니다. 
나 베이킹 노래 피아노 코딩 영상편집 글쓰기 말하기 요가 클라이밍 대학원 들어가기 뭐든 다 해볼 수 있겠구나.
들떴습니다. 활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그 전에...
백조양에게 어제는 물어봤어요. 공부 중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어떻게 해?
그냥 한다고 했습니다. 저에게는 늘 그 '그냥'이 부재했습니다. 
'그냥'을 남발하면서도 사실은 그 이유를 끊임없이 찾고 싶어했어요.
 
아직은 여전히 당위성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저입니다. 
그래도 글만큼은 그냥 꾸준히 써보려고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냥'을 연습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카페를 만들었어요. 나의 악순환을 탈피하기 위해서. 
부수적인 이유로는 나그네 같던 내 삶도 귀중하게 여기고 싶어서. 
잘 부탁합니다. 한 번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