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그 속으로
송언수
앵강마켓에 가보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선뜻 길을 나섰다. 바래길 조성을 위해 남해에 사는 지인도 떠올랐다. 문화원 국장도 본 지 오래다. 창선대교를 넘어 남해로 가는 길.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겨울 햇살에 바다는 윤슬로 빛났다. 바래길 지인이 하루 일정을 짜고 동행했다. 덕분에 알차게 다녔다. 지자체의 노력과 청년들의 고군분투로 남해는 통영보다 활기차 보였다.
촌집을 리모델링한 일식면예찬과 백년유자, 앵강마켓이 남면에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가 되고 있다. 일식면예찬은 하루 한 끼는 면으로 먹으라는 일본식 면과 덮밥집이다. 日이 아니고 一이라는 안내가 식탁마다 붙어 있다.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백년유자의, 유자청이 아닌 착즙을 이용한 음료도 신선했다. 멸치와 미역 등의 해산물을 소분해 예쁘게 포장했을 뿐인 앵강마켓 또한 고부가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새로 조성한 바래길은 완주자가 센터 한쪽 벽면을 채워간다. 2년 후엔 통영길문화연대 회원들의 모습도 보일 것이다. 앵강에 자리한 바래길 센터 옆으로 코리아둘레길 센터도 들어온단다. 대한민국 걷기. 작년에 2년에 걸친 지리산둘레길 완주를 마치고 통영길문화연는 올해부터 일요걷기로 바래길을 걷는다.
지역공동체지원센터는 통영에 아직 없다. 옛날 이층집에 아래에는 회의실과 강연장을 넣고, 2층은 살림집 그대로 사무실을 꾸렸다. 옛날 ㅁ자형 구옥을 리모델링한 청년센터‘바라’. 지붕에 왜식 기와를 얹었다. 통영근대건축재생활성화로 건물 리모델링을 하려면 우리도 왜식 기와를 올려야 하지 싶다. 공유주방과 편히 앉아 책 읽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쾌적해 보인다.
등굣길 학생들 아침으로 먹으라고 무상으로 빵을 제공한 행복베이커리는 바래길 지인의 제보로 신문에 나고 그로 인해 의인상을 받고 유재석 프로에 출연해 문지방이 닳도록 손님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에겐 좋은 일이 생기는 게 마땅하다. 빵을 한 아름 사 들고 말랑떡볶이 집으로!
떡볶이 팬에 어묵만 있다. 주문을 받으면 어묵 육수에 담가두었던 떡을 꺼내 떡볶이 팬에 넣고 버무려 잠시 조려서 준다. 말랑말랑한 떡의 질감이 매력 있는 곳. 순대도 맛있다.
아몬드카페는 조금 외진 곳에 있으나 여기도 손님들 발길이 잦다. 켜켜이 케이크처럼 쌓아주는 빙수가 유명한 곳. 실타래 빙수는 눈꽃 빙수를 가는 실처럼 뽑아 쌓아 준다. 한쪽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팥 떡을 놓는다. 칼로 눈꽃 빙수를 결 반대로 자르고 자기 그릇에 덜어 아이스크림이나 팥을 얹어 떠먹는다. 맛있다. 핑크로 꾸민 작은 방도 있다.
마지막 스팟은 저녁에야 문을 여는 맥주집. 6시 오픈인데 주인에게 전화해 5시 오픈해주라 부탁하고는 문화원 다녀오라며 자기는 잠깐 공동체지원센터에서 회의를 하겠다 한다. 5분 거리에 있는 문화원에 들렀다. 2015년에 문화원에 들어와 마음 맞춰 일한 친구다. 이번에 문화재야행 사업을 받아 분주한 중에 반갑게 맞아준다. 늘 밝고 에너지 넘치는 친구다. 남해군과 갈등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넘기고 지금은 승승장구한다니 반갑고 고맙다.
5시 네코나메에서 바래길 지인을 다시 만났다. 일찍 가게 문을 연 여주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시그니처인 유자맥주는 솔드아웃. 맥주 종류가 많다. 숲향이 난다는 포레스트 맥주, 흑맥주도 있다. 생소한 백향과 맥주를 마셨다. 백향과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음료 정도인데, 이 정도면 얼마든지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후폭풍이 크겠지 싶어 1잔만 마시는 걸로 ㅋ
동행한 친구는 술을 잘한다. 종류별로 맥주를 마셔보고 제 입에 맞는 맥주를 몇 잔 더 마셨다. 얘기 중에 위스키나 와인 통에 맥주를 발효시키면 위스키나 와인 맛이 난다는 말에 관심을 보였더니 와인 맥주 남은 게 있다고 샘플 잔에 갖다 준다. 맥준데 와인인. 맥주인 듯 맥주 아닌 맥주 같은 그런. 특이하고 맛있다. 맥주는 좋아하는데 안주 만드는 걸 싫어하는 주인이기에 음식 사 들고 오는 것도 가능하다. 대신 치워야 하는 수고가 있으니 2천원 받는다. 콜키지. 근처에 반포에서 중국집 하다 온 가게가 있다 하여 팔보채를 안주로(저녁으로) 먹었다.
주인은 주인대로 지인들과 술 모임 있는 날이라며 막걸리 청주를 주문한 족발과 홀짝이다 맛 보라며 한 잔 건네준다. 찹쌀로 빚은 막걸리 청주가 달짝지근하니 맛나다. 가끔 전국의 술을 주문해 품평을 곁들인 술자리를 지인들과 갖는다는 주인이 행복해 보인다. 9시. 코로나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자리를 파했다.
종일 남해 곳곳을 안내해준 바래길 지인은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내려왔다. 요가와 명상수련으로 몸과 마음도 편안해 보인다. 물 좋고 햇살 좋은 남해라서 더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