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 이렇게 너를 미치도록 원하게 된 것은
쿨한 나를 무너뜨려 가는 고독한 밤의 정적 깨트려 줘
- Siam shade 「Lovesick~You don't know~」 중에서
캠퍼스 커플; Lovesick~You don't know~
인공위성과 몇몇 별들이 숨 죽인 채 반짝이고 있는 고요한 밤이었다. 공대 건물의 몇몇 창문이 하얗게 불을 밝히고 있었을 뿐 돌아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준은 학생회관 앞 공터의 벤치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빠, 여기서 뭐 하세요?"
남준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그냥, 좀 전까지 과제하다가 동방에 가서 드럼이나 칠까 하고."
"그러세요?"
"넌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니?"
"전 좀 전까지 연습하다가 이제 가려고요."
"그래? 바쁘지 않으면 같이 연습하자."
"네?"
남준은 신입생 보컬 여자 후배(여주)와 함께 학생회관 지하의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음료수 하나 뽑아 줄까?"
"괜찮아요."
"괜찮아. 하나 골라 봐."
여주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
자판기 커피가 나오는 동안 여주는 자판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고 남준은 여주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여주는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커피를 쏟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조심스레 종이컵을 움켜쥔 채 조심조심 걸었다. 남준은 그런 여주를 쳐다보다가 넘어질 뻔했다.
"오빠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남준은 멋쩍게 웃었다.
동아리방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통기타 소리가 문틈으로 새 나오고 있었다.
- 삐걱.
동아리방 문을 열었더니 복학생 두 명이 담배를 피우며 앉아 있었고 복학생 한 명은 담배를 꼬나물고 로망스를 연주하고 있었다.
"어, 너네 웬일이야."
"어, 형,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긴, 공부하다 심심해서. 오면 안 되니?"
남준은 다 해진 소파에 기대어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한 대 빼 물었다.
복학생 한 명이 말했다.
"형, 오브리나 할까요?"
"그러자."
여주가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서툰 손길로 믹서 및 앰프, 보면대와 의자를 세팅했다. 담배를 피우던 복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와 악기를 잡았다.
"여주야, 무슨 노래 좋아하니?"
"형, 얘는 트로트를 잘 불러요."
"심수봉 노래 좀 불러 봐라."
"네."
여주가 포크송 대백과를 뒤져 심수봉 노래를 몇 곡 찾았다.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모습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 거야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 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어요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리게
당신 없인 아무것도 이제
할 수 없어 사랑밖엔 난 몰라
남준은 드럼을 치다가 눈물을 삼켰다.
'어제도 울고 오늘도 울었지만 내일은 여주 때문에 행복했으면...'
- 다음 얘기가 있다면 다음 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