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제훈'
'배우 이제훈'을 아끼고 애정해 왔지만서도
'인간 이제훈'에 대해선 그저 궁금증을 간직하고만 있었습니다.
'도 넘는 관심이 배우 이제훈을 영영 퇴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는 적어도 OFF인 순간만큼은 보통의 사람처럼 온전한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본인 스스로를 다룬다는 소식을 듣고, 또 하나의 페르소나인 '인간 이제훈'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우려스럽기도 했어요.
'언프레임드'
동명의 영화를 이미 제작하셨지만...
이 작품이 진정한 '언프레임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레임 안의 배우, 이제훈
프레임 바깥의 인간, 이제훈
이 둘 사이 경계를 허물어 가며, 보통의 다큐멘터리가 그렇듯 '이제훈'이라는 사람에 대해 면밀히 관찰합니다.
공개일도 마침 8.18
'기태ㅣ제훈'이라고 파수꾼 대본에 적혀있다는 낙서가 떠올랐습니다.
화면비가 달라진다던가, 무성영화 형식을 차용한다던가 등등의 요소로
'배우 이제훈'과 '인간 이제훈'의 경계를 넘나드는 순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격납고, 한옥에서 보이는 네모반듯한 패턴에서도 스크린이나 필름이 연상되더라구요.
이제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처럼
'만약...'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씬들
+ 직장인 이제훈 대리
별 대사가 없이도 느껴지는
퇴근길의 굴레에 놓인 고단한 걸음걸이,
공기에서부터 느껴지는 현실적 고민들...
그치만 감독님의 말씀처럼 너무 비현실적인 비주얼의 직장인ㅎㅎ
+ 피아니스트 이제훈
쿠키 영상의 삑사리까지 귀여웠던 피아니스트ㅋㅋ
어쩐지 피아노에 K. Kawai라고 써있더라구요.
(피아노도 아는 거죠. K-카와이... 당신... 귀...귀여워...)
배우님은 짧은 씬에서도
상상력을 일게 하는 힘이 있나봅니다ㅋㅋ
암울한 시대의 고뇌가 묻어나는 개화기 지식인.
생각의 손과 발이 묶여 억압된 채로 행동하지 못하고
그저 상상 속에서 자기 세계를 펼쳐나가는 '이상' 같은 문인.
신분제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지만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 로맨스...
+일반인 이제훈
서울 한복판, 명동 거리를 걷고 있어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 하면 어떨까...?
이 순간의 대사도 대사지만...
순간의 표정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읽히더라구요.
작품 통틀어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더 묘하기도 했고, 덩달아 그 감정에 빠져들어 좀 속상해지더라구요.
Oldies but Goodies
'파수꾼'을 시작으로 '사냥의 시간'까지...
케미부자 목록에 빠지지 않는 박정민 배우,
그리고 윤성현 감독님 (미국에서 얼굴이 더 좋아지신 것 같으셔서 보기 좋네요ㅎㅎ)
'진실, 리트머스'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함께 '언프레임드'를 제작한 '하드컷' 식구들
그리고 언젠간 코미디 영화를 함께 하게될(?) 이동휘 배우까지...
훈크룩스 롱패딩처럼이나
오랜 인연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래서 제훈 유니버스의 확장이 더 기대되는 모양입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멋진 사람들 사이의 시너지가 어떨지...?
다시, 이제훈
남들보다 뒤쳐지는 듯한 불안함,
홀로 오롯이 버텨내야하는 고독한 시간...
나 자신 스스로에 대한 실망, 그리고 노력...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하고, 또 다시 꿈을 꾸고...
한 인간으로서 갖는 진지한 고민에서 동지애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배우님께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산다니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 드네요.
그렇지만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틀을 깨고 도전하려는 모습이 어찌나 대단해보이는지...
마지막 씬의 뒷모습이 무슨 히어로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격납고라 그런지 매버릭인가 싶었네요ㅎㅎ)
응원하는 팬 입장에서 마치...
시시때때로 등락이 있더라도 장기간 꾸준히 우상향하는 우량주를 보유한듯한 기분입니다.
전전긍긍하며 걱정할 필요없이 항상 든든하게 마음 부자로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매번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기대하게 되네요.
공개 이후로 여러번 반복해서 보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정말 감사한 작품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과 고민, 열정이 두루 담겨져 있기도 하고, 편한 사람들 사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엿볼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31 아이스크림 마냥 '이제훈'의 여러가지 매력을 꾹꾹 눌러 밀도있게 담아주신 윤단비 감독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새로운 작품들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니 더욱 짜릿하네요.
이제훈 님
항상 응원합니다!
P. S.
'인간 이제훈'은 잔잔한 흑백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열정이라는 촉매를 만난 '배우 이제훈'은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불꽃놀이 같다는 걸 알고 계시는지?
https://youtu.be/gnMplmuVr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