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1)
2022년 7월 23일 대한항공 편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코로나 여파와 유류비 인상으로 항공료는 평상시 3배에
육박했다. (왕복 항공료가 230만 원)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이 훌쩍 넘었다. 공항 내 직원 감축으로 인한 시스템 불안으로 위탁수하물의
분실 사고도 빈번히 일어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짐을 찾아 예약한 호텔로 향해 지하철표를 사려고 판매기 앞에서 동전을 찾고
있었는데 서양 여성이 나에게 오더니 1일권 지하철 표를 주면서 자기는 출국하면 필요 없으니 사용하라고 건넨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여성의 표정에서 선의가 느껴져 고맙게 받아 전철을 타고 시내 중심으로 갔다.
저녁에 구경하면서 맥주 한잔도 할겸 암스테르담 홍등가 근처에 있는 호텔에 도착해 로비와 레스토랑 카운터를 같이 쓰는
오래된 건물이었다.
간단한 확인을 거쳐 배정된 방으로 갔고 문을 여는 순간 나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방 한칸을 천장과 바닥 사이의 중간을 막아 앉아 있으면 거의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했다. 방 한 칸을 출입구를 따로 만들어
2개의 룸으로 사용하는 기막힌 장삿속이다. 딱 개집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성급히 문을 닫고 로비로 내려와 항의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사기를 당한 분한 마음이 들었지만 계약서에 환불이 안 되는
규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부랴부랴 다른 호텔을 검색해 직접 가서 방을 보고 첫날을 보냈다. 눈요기라도 하려 홍등가 근처
호텔을 예약한 잔머리의 결과로 2박 호텔비용 45만 원을 눈퉁이 맞았다. 다시 예약한 중앙역 바로 옆에 있는 호텔은 방이
작긴 했지만 모든 것이 괜찮았다.(3박 600유로)
그런대로 숙면을 하고 호텔 창문에서 내려다본 암스테르담의 아침 풍경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조용했다. 서둘러 꽤 괜찮은
호텔 조식을 먹고 딸아이 부부를 만나서 점심을 같이했다. 꽤나 오래된 팬케잌 레스토랑인데 목조건물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서너개의 테이블이 있는 작은 식당이었는데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맛집이라 그런지 얇은 팬케잌의 여러 가지
소스는 내 입맛에도 맘에 들었다.
다음날 결혼식 준비로 바쁜 아이들을 보내고 천천히 시내 중심의 운하를 따라 걸었다.
한산한 아침과는 달리 시내 곳곳에는 여행객들의 케리어 끄는 소리로 가득찼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볼 수가 없고 생동감이 넘쳐나는 도시의 여행객들을 보고 코로나를 이긴 삶이 멀지 않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다음 날, 딸아이가 보내준 차를 타고 결혼식장으로 향한다.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서북쪽으로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오래된 고성이다. 개인소유의 고성들을 구입해서 이벤트 및 호텔사업을 하는 회사의 소유라하는데 부지는 굉장히 넓었다.
오랜 세월을 버틴 고목들과 건물은 그 흔적들을 새기고 있는 듯 도도하지만 소박하고 묵직하게 느껴졌다.
예쁘게 진행되는 결혼식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세심한 배려와 인간적이면서 자연스러움은 배울 만했다. 식장에서
딸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 갈 때에는 머릿속이 하얗게 타는 것 같았고 딸을 넘겨주고 돌아설 땐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
내 정신은 꼬꾸라졌다.
오후 2시에 시작한 결혼식은 저녁 11시에 끝났다.
끝없이 나오는 음식과 와인. 소소한 이벤트와 예쁜 목소리를 가진 재즈 가수의 음악은 정말 잘 어울렸다.
어색한 파티 문화와 대화는 오랜만에 신은 구두처럼 불편했지만 즐기는 딸아이와 하객들은 한없이 즐거워 보였다.
약간의 술기운에 울적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고성의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슴까지 시원한 느낌이다. 옛날 이 고성의 주인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훌륭한 조식을 끝으로 딸아이 부부와 사돈 내외와 작별하고 준비해준 차를 타고 다시 암스테르담 호텔에 도착했다.
내일부터는 친구들과의 여행이 시작되는 첫날이라 여행 계획을 짜면서 밀려오는 허전함을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