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글로 사례하다 ‘사백구문(謝白鷗文)’, 갈매기와의 맹세와 기심(機心)> 고영화(高永和)
이번 주제는 ‘갈매기 글로 사례하다’라는 <사백구문(謝白鷗文)>이다. 예로부터 바닷가에서 날아다니며 유유자적하는 이미지와, 눈치 빠른 이미지로 인해 갈매기는 문사(文士)들이나 화가들의 작품의 단골 소재였다. 특히 바닷가 출신은 어릴 때부터 매일 보아온 갈매기는 친숙하다 못해 동네 친구와 같은 존재이다.
《논어(論語)》에도 “사람의 얼굴빛이 나쁨을 보고 날아가 빙빙 돌며 살펴본 뒤에 내려앉는다.(色斯擧矣 翔而後集)”라는 말은 갈매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집주(集註)에 “새가 사람의 안색이 좋지 못한 것을 보면 날아가 빙빙 돌면서 살펴본 뒤에 내려앉으니, 사람이 기미(낌새)를 보고 일어나(떠나가) 거처할 곳을 살펴 선택함이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함을 말한 것이다.(言鳥見人之顔色不善 則飛去 回翔審視而後 下止 人之見幾而作 審擇所處亦當如此 然 此上下 必有闕文矣)”라고 덧붙여 놓았다. 이는 결국 갈매기가 ‘기미를 알아채다(知幾)’라는 뜻일 게다. 게다가 희고 고상한 갈매기는 평소 거리낌 없이 다가오다가도 자신을 해(害) 할려는 기미를 알아채(知幾) 주위를 맴돌기만 할 뿐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갈매기와의 맹세’라는 구맹(鷗盟)은, 갈매기가 한갓 미물에 불과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벗이라 한다. 혹여 조정에 벼슬하러 나갈 일이 생기면 갈매기에게 곧 돌아오겠다는 맹세를 하고 떠났다는 고사가 전한다. 그래서인지 이로부터 전원으로 돌아가 은거하며 갈매기와 벗하며 풍류를 즐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였다. 그래서인지 갈매기와의 맹세(鷗盟)은 은거자(隱居者)가 갈매기를 찾아 반려(伴侶)를 삼는다는 뜻에서 유래했으나 은거 혹은 약속의 뜻으로 쓰여왔다.
또 《열자(列子)》 〈황제(黃帝)〉편에 어떤 사람이 기심(機心, 교사한 마음)을 잊고 갈매기와 친하게 지냈다는 고사가 실려 있다. 기심(機心) 즉, 뭔가 꾀를 내어 보려는 사심(私心)을 모두 잊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바닷가에서 아무런 기심(機心)도 없이 갈매기와 벗하며 친하게 지내던 사람인데 갈매기를 잡으려는 마음을 갖게 되자 갈매기들이 미리 알아채고 그 사람 가까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 <사백구문(謝白鷗文)>의 저자 정이오(鄭以吾 1347~1434) 선생은 당나라 시풍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시에 대한 조감(藻鑑)이 뛰어난 분이셨고 조선초기 시인 중에 가장 뛰어난 쌍매당 이첨 선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또한 정감(情感)을 중시하며 문장은 평이하면서도 기교는 별로 없으나 고아한 표현에 운율미를 갖추고 있다.
교은(郊隱) 선생이 해상에서 지은 시편은 평소 친분이 두텁던 복파장군(伏波將軍) 박덕공(朴德公)이 제주목사로 임명되어 갈 때 병조의랑(정4품 관직)으로 임명되어 함께 웅천에서 제주도로 가면서 지은 시들이다. 1401년 10월에 박덕공이 제주목사로 부임(제주 도착)하여 1403년 12월 퇴임 한 기록을 참고하면, 1401년 6월(음력) 경상도 웅천 소속 수군 전선을 박덕공과 함께 타고[조풍설 기록] 가덕도에서 출항하여 이들을 마중 나온 전라수사 진원세의 함대와 함께 제주도로 가는 도중 진해만에서, 한여름 풍랑을 만나 고생하게 되었다. 이에 거제도 영등(장목면, 구영등)포를 거쳐 칠천도, 견내량을 지나 남해 관음포, 순천 묘도(猫島)로 가서 전라남도 고흥(강진)에서 제주도로 향했다. 이 당시 선생이 지은 시(詩)로는 <도거제견내량 1401년>,<과거제영등포영 1401년>,<거제2수 1401년>, <사백구문(謝白鷗文) 1401년> <조풍설>, 제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은 <과거제칠천도 1404년>와 그 외 몇 편의 글이 전한다.
● 다음 문(文) ‘갈매기 글로 사례하다’ <사백구문(謝白鷗文)>는 여말선초 문신 교은(郊隱) 정이오(鄭以吾 1347~1434)의 작품이다. 이 작품도 저자가 1401년 평소 친분이 두텁던 복파장군(伏波將軍) 박덕공(朴德公)이 제주목사로 임명되어 갈 때, 저자도 병조의랑(정4품 관직)으로 임명되어 함께 제주도로 향하던 중, 진해만 거제도 앞바다에서 눈치 빠른 갈매기를 보고 지은 글이다.
희고 고상한 갈매기는 평소 거리낌 없이 다가오다가도 자신을 해(害) 할려는 기미를 알게(知幾) 되면 주위를 맴돌기만 할 뿐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갈매기와의 맹세’라는 구맹(鷗盟)은, 갈매기가 한갓 미물에 불과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벗이라 한다. 혹여 조정에 벼슬하러 나갈 일이 생기면 갈매기에게 곧 돌아오겠다는 맹세를 하고 떠났다는 고사가 전한다. 그래서인지 이로부터 시골에서 은거하며 풍류를 즐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갈매기 글로 사례하다(謝白鷗文)>* 정이오(鄭以吾 1347~1434)
예나 지금이나 풍물시(諷物詩)에 있어 시인(詩人)ㆍ묵객(墨客)들은 모두 갈매기를 빌어서 그 한적한 멋과 뛰어난 모습을 비긴다. 잠깐 대가(大家)를 예로 든다면 노두(老杜 두보)의 문집에서도 보인다.
나는 박복파(朴伏波 수군(水軍)의 장군)를 따라 누선(樓船)을 타고 바다를 따라 남쪽으로 갔더니, 갈매기들이 언제나 배가 정박한 곳과 군사가 쉬는 곳에 날아들었다. 이 새는 목욕을 아니하여도 희고 물들이지 아니하여도 흐리며, 그 정신과 태도는 뜬 구름처럼 무심한 것이라서 멀리서는 볼 수는 있어도 조롱 속에다 넣어 둘 수는 없다. 오래 되어 자세히 보니, 그가 배에 다가오는 것은 오직 먹이를 찾기 위해서였다. 어찌 알고 말하는 것이냐 하면, 무릇 누선(樓船)에 있는 군사들 중에는 고기를 낚는 자도 있고 짐승을 잡는 자도 있는데, 그 새ㆍ짐승ㆍ물고기ㆍ자라 등의 비늘ㆍ껍질ㆍ간장[肝]ㆍ신장[腎]을 모두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으로 그 소위(所謂)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 또 무릇 새나 짐승이 잡혀 죽는 것은 대개 먹이를 탐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났다. 이에 나는 무부(武夫)에게 탄환(彈丸)을 달래서 한 번 쏘아 그 형상이 어찌되는가 보려했다. 내가 탄환을 얻어 가진 뒤로는 갈매기도 감히 배에 다가오지 않았으니 그 기미를 알았단(其知幾) 말인가. 《논어(論語)》에 있는 “얼굴빛만 보고 퍼득 날아, 빙 돌다가 다시 앉네(色斯擧矣 翔而後集).”라는 말은 갈매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나는 그런 뒤에야 비로소 시인ㆍ묵객들이 이를 시로 꼭 읊는 까닭을 알게 되었고, 또 그 취할 점도 인정하게 되었다. 아, 세상에서는 이득과 봉록(俸祿)을 탐내고 재산과 지위를 탐내다가 형벌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모르나니, 사람으로서 새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다음과 같이 글을 지어 사례하는도다.
[古今諷物 詩人墨客 皆假其鷗 以况其閑適之趣 飄逸之態 姑擧大家而言之 如老杜集中可見已 予從朴伏波 乘樓船 遵海而南 則鷗之翔集 每於泊船之灣 休師之次 其爲鳥也 不浴而白 不染而濁 其精神態度 漠然如浮雲之無心 可遠觀而不可籠也 旣久而熟視之 其所以近船者 惟飮啄是求焉耳 何以言之 凡師于樓船者 有漁者 有獵者 其鳥獸魚鼈鱗甲肝腎 皆得而食之故也 遂於心不屑其所爲 且以爲凡禽獸之失身者 盖爲稻粱謀也 於是從武夫 索彈丸欲射之 以觀其狀焉 自予得彈丸而有之 鷗亦不敢近船 意者其知幾乎 語有之曰 色斯擧矣 翔而後集 鷗之謂矣 予然後知詩人墨客 必播詠於詩而有所取也 嗚呼 世之貪利祿饕富貴者 觸刑辟而不知 可以人而不如鳥乎 作文以謝之 其辭曰]
● 다음 ‘갈매기와의 맹세’ <구맹(鷗盟)>은 여말선초 문신 교은(郊隱) 정이오(鄭以吾 1347~1434)의 <사백구문(謝白鷗文)> 마지막 부분에 담긴 사문학(詞文學)이다. 구조는 쌍조(雙調) 전단(前段) ‘眞’ 운의 5구(句) 36자(字) / 후단(後段) ‘庚’ 운의 7구(句) 45자, 총12구 81자로 되어 있다.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장단구(長短句) 사(詞)는 고대시가의 일종이며, 운문(韻文)이자, 노래를 부르던 가사였다.
내용은 구맹(鷗盟)과 지기(知幾)에 대한 내용이다. 구맹(鷗盟)은 ‘갈매기와의 맹세(盟誓)’라는 뜻인데, ‘갈매기가 한갓 미물에 불과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벗이다 보니, 혹여 조정에 벼슬하러 나갈 일이 생기면 갈매기에게 곧 돌아오겠다는 맹세(약속)를 하고 떠났다’는 고사이고 지기(知幾)는 ‘기미를 알아채다’는 뜻인데 ‘고상한 갈매기는 평소 거리낌 없이 다가오다가도 자신을 해(害) 할려고 무기를 감추면 그 기미를 알아채고(其知幾) 주위를 맴돌기만 할 뿐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鳥有鷗兮白於雲 새 가운데 갈매기가 있음이여, 구름보다 희어라.
沒浩蕩兮難乎馴 호탕함을 탐냄이여, 길들이기 어렵노라.
色斯擧兮遠矰繳 사람의 낯빛만 보고 퍼득 날아감이여, 주살을 멀리 피하려 함이라.
爾之生兮知幾其神 네가 태어남이여, 기미를 앎(知幾)이 신통하도다.
我且愧兮棄彈丸 나는 잠깐 부끄럼이여, 갈매기에 쏘려던 탄환을 버리노라.
/莫往來兮心惸惸 왕래함이 없음이여, 마음이 근심스럽네.
世之人兮咲中有刀 세상의 사람들이여, 웃음 속에 칼을 품었도다.
捨白鷗兮吾誰與行 흰 갈매기를 버려둠이여, 나는 누구와 더불어 갈 것인가.
矧蒼蠅之滿天地兮 하물며 파리 떼들이 천지간에 가득함이여
我衷孰明 내 마음을 누구에게 밝힐 것인가.
飄飄江海兮 강과 바다로 표표히 다님이여,
終與爾同盟 마침내 너와 함께 하기를 맹세(爾同盟)하노라.
[주1] 풍물시(諷物詩) : 어떤 지역의 경치, 생활의 모습 등을 노래한 시(詩)
[주2] 복파(伏波) 장군 : 수군(水軍)의 장군을 일컫는다.
[주3] 누선(樓船) : 다락이 있는 배. 안에 이층으로 집을 지은 배.
[주4] 무부(武夫) : 용맹스러운 사내. 무예(武藝)를 익히고 무도(武道)를 닦아서 전쟁에 종사하는 사람.
[주5] 그 기미를 알았다(其知幾) : 갈매기가 평소 거리낌 없이 다가오다가도 무기를 감추거나 해(害) 할려는 기미를 보이면 주위를 맴돌기만 할 뿐 평소처럼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 *<거제도 바다갈매기[巨濟海鷗]>* 二首 ‘先’ 고영화(高永和)
岐城浦口碧海連 거제도 포구는 푸른 바다에 연했는데
白頭翁在白鷗邊 흰 머리 늙은이가 갈매기와 함께 있네.
海鷗兩兩轉蒼空 쌍쌍의 바다 갈매기 창공을 맴돌더니
尤高遠鴥飛昇天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하늘로 솟구치네.
數疊激浪數浮煙 첩첩의 거센 파도에 수많은 안개 떠다니니
何處世間最嬋娟 이 세상 어느 곳이 가장 아름다우랴.
海鷗踵至滿船歸 갈매기가 만선의 고깃배를 따라 오는데
多小機心爾知然 사특한 이 마음(機心)을 너는 알고 있으려나.
○ 휘어진 긴 모래톱에 물안개 헤치며, 점점이 나는 갈매기 무리가 아득한 물굽이를 갈라놓고 향기로운 실비는 무심히도 부슬부슬 내린다.
천고의 무한한 생리적 파도는 하얀 물거품 연신 쏟아낼 때, 갈매기와 벗하며 질펀한 모래 갯벌을 걷는데 물에 비친 달 같이 내 마음 텅 빈 허공에 떠다니네.
해안의 산골짝마다 구름 내뱉고 두루(瀆盧)섬 벼랑마다 갈매기 한가한데 낚시하던 저 늙은이는 망태기에 무심한 달 하나 담고 돌아오누나.
포구의 비린 내음 가득해도 어촌의 아이들 쉴 줄 모르고 뜀박질인데, 해 기우니 처마그림자 안방 깊숙이 들어오고 창 올리니 상쾌한 바닷바람 뺨을 스친다.
어금버금 갈매기들 갯가에서 날개 접고 석양빛을 희롱하더니 지나가는 나그네의 사특한 마음을 비웃는구나.
흰 날개 깨끗이 단장하랴, 햇볕에 상긋대랴, 인간의 기심(機心) 살피랴, 아~ 너는 어이 그리 바지런한가? 이 세상 어느 미물이 너만큼 사특하랴.
한낱 미물의 모양과 울음이 제각각이지만 하늘과 땅 바다를 자유로이 오고 가는 너는 진정 바다의 신선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