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이 거주하는 거대한 지역 경기도에 외곽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 문화,생태자원을 탐방할 수 있는 총길이 860km, 60개 코스의 장거리 도보 여행길이 조성되었다.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코로나에 갇혀 우리 땅 걷기를 중단한 지 2년여, 하지만 코로나는 잠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새로이 조성된 경기 둘레길을 걷기로 하였다. 경기 둘레길 걷기는 예전에 백두대간을 함께 종주하였던 박찬일 사장님과 함께한다.
박찬일 사장은 코리아 둘레길 5200km를 누구의 지원도 없이 단독으로 완주한 불굴의 도보 여행가인데 두 발로 걸어간 이 땅의 아름답고 생생한 정경을 영상물로 제작하여 유튜브에 소개하고 있다.
서울 백두 클럽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가 걸어온 길을 모두 다 헤아릴 수 없으나 해파랑길, 남파랑 길, 서해랑 길, 비무장 지대 평화 누리길, 총 모두 5200km에 달하는 코리아 둘레길의 완주는 걷기의 표본이며 장거리 도보 여행가의 떳떳한 자부심으로 아무리 칭송하여도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도 제주 올레길, 내포 문화 숲길, 외시 버선 길, 강릉 바우길, 대청호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경기 옛길(삼남, 의주, 영남, 평해) 고양 누리길, 다산길, 양평 물소리길, 여강길, 늠내길, 서울 둘레길, 가평 올레길, 등 걸어온 길,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장거리 도보 여행의 거대한 산이 아닐 수 없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인연을 맺은 지 벌써 20여 년, 오랜만에 호흡을 맞춰 경기 둘레길을 함께 걸어간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오늘의 걷기에 김헌영 총무가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약속 장소인 일산 발산 중학교 정문으로 향했다.
09시 발산 중학교에서 박찬일 사장님을 만나 출발지인 대명항으로 향했다. 널따란 도로에 자동차가 신나게 달리는 모습을 보니 과거 20여 년 전 직장생활을 할 때 금전 사고를 일으킨 사람을 찾으러 다닐 때가 문득 떠오른다.
지역도 알지 못하고 오직 아는 것은 김포군 대곶면이란 곳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며 흘러가는 물을 가리키며 물길을 건너는 다리가 없나요 ?라고 물었을 때, 지역 주민은 이 바다 건너 땅이 바로 강화도이고 다리는 아직 놓이지 않아 돌아가야 합니다. 한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땅에 경기 둘레길을 걷고자 다시 찾아왔다.
들머리에 이르니 경기 둘레길을 알리는 표지기가 부착되어 있고 스탬프 함이 놓여있는데 바로 이곳이 평화 누리길 1코스였고 또한 서해랑 길 100코스의 출발지점이었다. 염하 철책 길은 이렇게 둘레길 3관왕을 차지한 경기 둘레길의 1코스였다.
하지만 평화 누리길은 안내판에서 “평화 누리길의 시작점으로 바다 건너 강화도를 바라보며 덕포진과 부래도 염하강을 따라 철책 길을 걷는 구간으로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길이다.
염하강 철책길 순환코스는 조선 시대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때 서구 열강과 치열하게 싸웠던 천혜의 지형을 이용해 설치한 군영인 덕포진을 순환하는 코스이다.”라고 소개하는데 경기 둘레길의 스탬프 함에는 경기 둘레길을 알리는 홍보자료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인증 도장만이 놓여있다. 그럼 어디에다 인증 도장을 찍을까?
경기도 둘레길을 알리는 홍보물의 부족에 혹 가는 길 조차 표지기와 안내판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혹 길 찾기에 애를 태우는 것이 아닐는지 ? 라는 우려가 머릿속을 스친다. 두려움과 설렘 속에 경기 둘레길의 첫발을 뗐다.
염하의 철책 길을 따라 걸어간다. 바닷물은 숨을 죽인 듯 잔잔하기만 한데 바다 건너에는 겨레의 우두머리 성산으로 일컫는 마리산, 길상산, 정족산, 대모산, 혈구산이 올망졸망 솟아 있다.
보기만 하여도 정다운 정경이요, 평화스러운 모습이다. 이 아름다운 풍광에 가시 철망을 칭칭 얽어매어 놓은 염하 철책은 무엇을 뜻하는가? 구한말 성난 벌떼처럼 밀려오는 외세 침략에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 낸 곳에 동족상잔의 침범을 막고자 철책선을 새로이 설치하였으니 염하의 비극은 그 언제 끝나려는가 ?
서로가 무력으로 싸워서는 아니 될 상대이기에 힘의 경쟁이 아닌 평화로 분쟁을 해소하고자 하는 염원에서 또한 평화 누리길이 되었나 라고 중얼거리며 덕포진에 이르렀다. 뒤를 돌아보면 초지대교가 아치를 그리며 김포와 강화도를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덕포진은 병인양요(丙寅洋擾) 때는 프랑스 함대와 신미양요(辛未洋擾) 때는 미국함대와 치열한 포격전을 벌였던 곳이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강화도의 광성보와 마주하고 있는데, 시야가 막힌 데다가 해협이 매우 좁고 물살이 빠르며 소용돌이치는 천혜의 지형이다.
총통을 설치했던 포대와 포대의 불씨를 공급하는 파수청지를 바라보며 소용돌이치는 물살의 바다 가운데에 떠 있었던 이양선을 향하여 광성보의 주둔 군대와 연합 전선을 펼칠 수 있었던 전략적 요충지란 생각으로 문수산성 남문으로 향하려는데 손돌의 무덤이 있었다.
손돌은 뱃사공이었다. 그는 원나라의 침략으로 강화도로 임시 수도를 정한 고려의 국왕 고종의 나룻배를 저을 때 거꾸로 흘러가는 배의 방향에 적의 첩자로 오인되어 참수를 당하면서도 흐르는 물살에 바가지를 띄워 따라가라 하였고 그의 말을 따르니 거꾸로 향하던 바가지는 강화도의 해안으로 안전하게 나룻배를 인도하였다. 고 한다. 음력 10월의 강화해협의 매서운 바람은 억울한 죽임을 당한 손돌의 영혼이 실린 손돌바람이라는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민초였던 손돌의 순수한 우국충정에 두 손을 모으고 종착지로 향했다. 철책선을 따라강화도와 다정한 인사를 나누며 가는 길에는 흔들 그네를 설치하여 놓아 쉬어가라고 말 없는 말을 전한다.
소용돌이치는 급물살이란 손돌목의 물결도 잔잔하기만 하고 산과 물이 어우러져 고요하고 아늑한 정취가 가득한 곳이다. 한 시간만 앉았으면 시간이 멈춰지며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평화스러운 곳을 피로 물들게 한 사람들도 있었다.
부래도 안쪽에 있던 포구로 지덕이 좋아 선박과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라는 사람도 있고, 가파른 언덕이 있는 포구'라는 뜻을 지킨 덕포동을 지나 쇄암리에 이르렀다. 장정 5명이 감싸고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의 거목인 느티나무가 있는 쉬어가기 적당한 장소가 되어 점심을 먹으면서 지명에 대한 유래를 살펴본다.
<쇄암리>
“ 김포군지 지명 유래편에 쇄암리에 기술한 내용은 이 마을 서쪽 염하수로와 접한 해안은 암벽인데 잘 부스러지는 돌로 되어 있어서 그 뜻을 쇄암리碎岩里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고유지명은 바삭바위, 바석바위로 불렀다는 것이다.
원래 전래 지명 ‘우마니 ’는 이 마을의 산모양이 소와 말이 누운 모양이라서 그런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마니가 ‘움안이’, 즉 ‘움안마을’의 뜻이 아닌가 한다.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어 움 안에서 사는 형국이라서 그렇게 불렀을 가능성이 크다. “고 적어놓았다.
점심을 먹고 염하 철책길을 알리는 대문으로 들어가 진행할 때 무인도로 보이는 조그마한 섬이 부래도가 있었다. 때마침 바닷물도 빠지어서 육지로 연결된 해안에서 5분 이내에 갈 수가 있는 동산 같은 섬이 아름다웠지만, 철책이 갈 길을 막았다.
”부래도(덕포나루)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섬에 대한 유래가 등장하며, 「해동지도」에서는 동진현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섬으로 표기되었다. ‘항무이도’ 라고도 불린 것으로 보인다. 「통진읍지」의 기록에 의하면 현의 남쪽 23리 지점에 있는 항무이도(抗無耳島)는 둘레가 4리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이 부래도에 대한 설명에 해당한다.
강화와 통진 사이로 흐르는 염하를 따라 한강 물에 떠내려왔다고 해서 부레도라 부른다, 섬 안의 산에는 성터도 남아있으며, 병인양요(1866년) 때 양현수 장군이 덕포진에서 염하를 건널 때 강화의 관성진으로 상륙하는 전초기지로 사용했으며, 성터가 남아있다.”라고 하였다. <네이버 인터넷에서 퍼옴>
강화도와 인천을 왕래하던 포구로 높은 언덕이란 의미를 담은 조선 시대 말까지 새우를 잡아 밥벌이하던 원모루 나루를 지나 평화 정류소에 이르렀다. 출발지 서울, 중간역 김포 평화, 종착역 평양까지 운행하는 열차를 기다리는 곳이다.
그러나 정류소에는 기차가 오지 않는다. 그런데 오지 않는 기차를 밤을 새우며 기다리며 여기저기서 기차는 언제옵니까? 를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그 피에 맺힌 절규의 함성에 귀를 담고 있는지 그 누구냐!
통일의 열차여! 어서와라를 외치며 걸어가는데 철책선상의 흙길이 시멘트 바닥으로 바뀌어 더위가 온몸을 감싸 땀으로 범벅이 되지만 문수산이 장쾌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고 강화대교가 눈에 띄었다. 더위에 지친 몸에 새로운 기운이 돋는다.
길을 걷는 묘미가 여기에 있다. 마치 인생의 풍파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펼쳐지는 것처럼 한낮의 더위 속에 다소 지쳐있을 때면 시원한 바람이 친구처럼 찾아오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듯 더위에 지쳐있을 때 생기를 북돋워 주며 이끌어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지탱하고 있으니 아무리 먼 길이라도 힘차게 걸어가는 것이 도보 여행이다.
경기 둘레길 1코스 종착지인 문수산성 남문에 이르니 이 마음 어디에 있을까? 이제까지 걸어왔으니 이제는 둥둥 떠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을까?
● 일자 : 2022년 8월 12일 금요일 맑음
● 동행 : 박찬일 사장님
● 행선지
- 10시15분 : 대명항 공용주차장
- 10시50분 : 덕포진
- 11시50분 : 쇄암리. 점심
- 13시35분 : 전망대 쉼터
- 14시25분 : 평화정류소
- 14시43분 : 문수산성 남문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13.7km
_ 소요시간 : 4시간28분<휴식 : 1시간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