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광산, 일본은 왜 굳이 일을 벌이는가
박승하 (영통구 주민)
7월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제46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 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되었다. 일본에서는 ‘사도섬의 금산’이라고 부른다. 지난 2015년에는 하시마 또는 군함도라 부르는 섬이 등재된 바 있다. 두 섬은 닮은 꼴인데,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강제징용되어 강제노역을 했다.
‘조선인들이 강제징용되어 강제노역을 했다’라고 자연스레 적어놨지만 일본 정부는 당연히 이를 은폐하려 한다. 일본은 군함도 때처럼 메이지 시대를 부각하며 사도 광산 등재 신청에서 조선 식민지배 시기를 누락하려 했다. 이에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속내를 파악하고는 "광업채굴의 모든 시기를 포괄하라”고 권고했다.
가만 보면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하나는 한국 정부가 사도 광산 등재에 찬성한 작금의 현실이다. 날이 갈수록 가관이다. 또 하나는 외교적 맥락인데, 일본 정부가 왜 굳이 조선인을 강제징용했던 장소들을 집어내서 세계에 알리려는지 궁금해진다.
먼저 한국 정부에 대해서라면 너무 할 말이 많아 줄여야겠다. 현 정부의 외교적 이익이 일본의 그것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모르겠지만, 행위가 그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수렴된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윤석열, 일본, 사도광산’ 이렇게 인터넷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왜 끊임 없이 일을 벌이는가?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군함도에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당하던 여러 나라의 국민들이 끌려갔다. 그런데 사도 광산에는 조선인만 1500여 명이 끌려가서 비참한 강제노역을 하며 고통받았다. 즉 일본의 관심사는 섬이 아니라 조선인 강제징용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자랑스런 자국 발전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동원이 없었다고 세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이들은 쉬지 않고 잘라맞춘 역사를 배포해 조선 식민지배와 일제 군국주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다. 국민대 황선익 교수는 이 저의를 "일본 정부가 히로시마 원폭을 세계유산화하고 근현대 역사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역사 수정주의와 역사 피해자 관점의 스토리를 녹인다"라고 분석했다.
일견 사익 추구를 위한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과거 행적 지우기와 유사하지만, 훨씬 거대한 규모의 교활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나라 정부와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한쪽은 광복절 연설에서 일본의 'ㅇ'자도 꺼내지 않았으니 조합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사도 광산은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