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혈통과 선한 양심
(룻기 2:14-16)
1. 국채보상운동
1907년, 평양 기생 31명이 32원을 모아 신문사에 기탁하고, 서울 인력거꾼 23명이 5원 27전을 냈으며, 걸인과 도적들도 기부금 행렬에 동참하여 일본에서 빌려온 나라의 빚을 갚는 “국채보상운동”에 힘을 보탰습니다. 그런데 그 빌려온 돈으로 혜택을 본 양반 관리나 명문가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답니다. 이렇게 거둔 성금이 19만 원(약 44억 원) 정도였는데, 일본 헌병대에서 압수한 금액은 13만 원으로 6만 원 정도가 감쪽같이 사라졌답니다. 국채보상운동은 2천만 동포가 담배를 석 달만 끊고 20전씩 내서 나라의 빚을 갚자면서 대구의 광문인쇄소 사장 김광재와 부사장 서상돈이 앞장서서 벌인 모금 운동입니다. 남자들은 술과 담배를 끊어가며 돈을 모았고, 여자들은 가락지와 비녀를 기증하고, 여학생들은 머리카락을 잘라 마련한 돈을 모았습니다. 노동자들은 품삯을 들고나왔고, 시골 농부들은 땔 나무와 짚신을 팔아 돈을 마련했답니다. 그렇게 모은 돈 44억 원 중에 11억 원이 감쪽같이 없어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문사에 맡긴 돈을 대한매일신보 신문사 사장이 빼돌린 것입니다. 이런 혼란이 벌어지는 동안 1910년 8월, 한일 병합이 단행되어 36년 동안의 치욕 같은 세월을 보내게 되었답니다. 어린아이와 거지들 그리고 지게꾼들까지 나서서 나라를 살려보겠다고 발버둥 쳤지만, 몇몇 사람들의 부정과 부패로 인해 나라는 망하고 말았습니다.
2. 이삭을 흘리는 양심
모압 여자 룻은 남편을 잃고 홀시어머니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왔습니다. 룻은 들에 나가 이삭을 주워다가 늙은 시어머니를 공양했습니다. 하루는 이삭을 줍다가 밭 주인 보아스를 만났습니다. 늙은 시어머니를 모시는 착한 며느리라는 말을 듣고 밭 주인은 일꾼들에게 나락을 다 거두지 말고 곡식단에서 이삭을 좀 흘리라고 했습니다. 착한 여자 룻이 좀 더 수월하게 이삭을 줍고, 더 많이 주워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난은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 가난 가운데서 하나님은 떨어진 이삭을 통해 큰일을 이루어 내십니다.
1) 보아스의 이삭은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레위기 19:9-10).
보아스는 밭 주인으로서 농사지은 알곡을 알뜰하게 거두라고 해야 하는데, 오히려 곡식 단에서 조금씩 뽑아 버리라고 합니다. 생전 처음 보는 모압 이방 여자를 위하여 한 상에 앉아 먹게 하고, 거둔 곡식을 일부러 흘려 줍게 합니다. 보아스는 눈앞의 이익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더 귀를 기울였습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통하여 그렇게 하라고 말씀을 주셨습니다. 포도 농사를 짓고 떨어진 열매는 주워 거두지 말고 버려두라고 했습니다. 보아스는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순종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보아스가 고의로 뽑아 흘려버린 이삭은 곧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2) 보아스의 이삭은 왕의 혈통이 되었습니다.
살몬은 보아스를 낳았고 보아스는 오벳을 낳았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을 낳았더라(룻기 4:21-22).
사사기와 사무엘서 가운데 있는 성경 “룻기”는 이스라엘 왕국 건설의 전주곡입니다. 홀시어머니를 잘 모신 룻으로 시작해서 사울의 뒤를 이어 왕이 된 다윗으로 끝납니다. 즉, 룻기는 이스라엘 왕의 혈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아주 소중한 책입니다. 사람이 뽑아 세운 왕이 어떤 것인지 사울을 통해 보여주고, 하나님께서 쓰시는 왕, 다윗왕은 어떤 사람인지 룻기를 통해 보여주십니다. 보아스가 뽑아 흘린 이삭을 룻은 주워 먹고 살았습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보아스는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아 다윗으로 이어지는 이스라엘 왕족 혈통이 되었습니다.
물론 곡식단에서 이삭을 뽑아 버린다고 다 왕이 되거나, 지나가는 나그네, 낯선 처녀를 잘 돌봐준다고 다 왕의 혈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집안에서 왕을 찾아 세웠습니다.
3) 보아스의 이삭은 선한 양심입니다.
선한 양심을 가지라 이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너희의 선행을 욕하는 자들로 그 비방하는 일에 부끄러움을 당하게 하려 함이라(마태복음 21:12).
사람은 누구나 양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심이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선한 양심을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보아스가 곡식단에서 뽑아 버린 이삭은 선한 양심입니다.
주님께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라고 하셨을때, 여자를 끌고 왔던 남자들은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밖으로 다 나갔습니다(요8:9). 그나마 가책을 느꼈다면 다행입니다.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 입으로만 믿고 말과 행동이 다른 교인들의 양심을 바울은 더러운 양심이라고 했습니다(딛1:15). 히브리서에서는 우리가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로 거듭나 새사람 되는 것을 “악한 양심에서 벗어남(히10:22)”이라고 했습니다. 양심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선한 양심과 착한 양심(딤전1:19)을 가지라고 당부합니다. 보아스의 이삭은 바로 이런 하나님의 말씀을 말씀대로 듣고 순종하여 왕의 혈통이 되는 선하고 착한 양심이었습니다.
3. 착한 양심을 가지고 삽시다.
그를 위하여 곡식 다발에서 조금씩 뽑아 버려서 그에게 줍게 하고 꾸짖지 말라(룻기2:16).
보아스는 애써 농사지은 자기 밭의 곡식을 거둬들이면서 그 이삭을 일부러 빼 버려 룻과 그의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먹을 양식을 덜어주었습니다. 아무런 소망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남편 없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그 착한 양심을 지키던 룻은 보아스의 아내가 되어 다윗왕의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살기 어려워질수록 양심을 파는 일이 더러 생깁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핑계입니다. 그럴수록 지켜야 할 것은 양심입니다. 선한 양심이 당장은 불편하고,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결국은 별것 아닌 것으로 왕의 혈통이 되는 축복의 지름길입니다. 착한 양심이 당장은 바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은 자손만대 세세손손 그 가문을 왕의 혈통으로 만드는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