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없는 이태원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는 사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판결로 맞이한다.
지난 10월 17일, 참사 당시 대응 부실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 모두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한다.
참으로 기이한 판결이다. 예측되는 위험을 앞두고 전담인원을 배치하지 않았는데 책임자가 아무도 없다? 경찰도 구청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었다면, 용산구는 무법천지임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예방과 대응이 실종된 현장에서 159명이 죽었다. 해마다 몰리는 행사에 사람이 붐빌 것이라 충분히 예상된 시간이었다. 게다가 수십 명이 신고했다. 조처를 하지 않은 경찰책임자에게 죄가 없다니, 재판부는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뒤집어씌울 셈인가?
유가족, 생존자, 목격자들은 아직도 참사의 날에 멈춰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태원 참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추워져 여름옷을 넣고 가을옷을 꺼내다, 2년 전 첫째의 어린이집 할로윈 행사 때 입히려고 사둔 옷을 보았다. 미리 사서 세탁까지 마쳤지만, 며칠 뒤 참사로 행사는 취소되었다. 그 이후 한 번도 입힌 적이 없다.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 옷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런 심적 무거움은 단순히 할로윈 행사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에서 내가 보탬이 되지 못한 죄책감과 무기력감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른 참사가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공존한다.
우리는 2014년의 세월호 참사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2022년에 이태원 참사를 맞이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없이는 반복된다는 뼈아픈 현실을 알게 되었다. 더이상 ‘미결 참사’를 늘려서는 안 된다. 유가족과 마음을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