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넘어간 오륜기 “도심 올림픽으로 연다”
동아읿 2021-08-10
도쿄 폐회식 맞춰 파리서 기념행사… 100년 만에 여는 올림픽에 기대감 “많은 사람들이 보는 대회 만들 것” 베르사유 궁전 안에서 승마 열고 관광 명소인 에펠탑 옆 경기장서 비치발리볼-레슬링-유도 등 예정
2024 여름올림픽 개최 도시인 프랑스 파리는 관광 명소가 즐비한 도시 중심부에서 여러 종목 경기를 치르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에 발맞춰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 앞에 비치발리볼 경기장을 합성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밖에도 에펠탑 주변에서는 레슬링과 유도 경기 등이 열릴 예정이다. 사진 출처 IOC 인스타그램
“세계를 파리의 중심부로 초대합니다.”
토니 에스탕게 2024 파리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8일 도쿄 올림픽 폐회식에서 올림픽기를 넘겨받으며 이같이 외쳤다.
도쿄 올림픽 폐회식 말미에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소개하는 영상이 방영됐다. 차기 대회 개최지인 파리의 유명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도심 곳곳을 비추며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어졌다. 영상에는 파리의 상징 에펠탑에 가로 90m, 세로 60m짜리 대형 2024 파리 올림픽기가 휘날리는 모습이 담겼다. 에스탕게 위원장은 “세계에서 게양된 깃발 중 최대 크기”라고 소개했다. 파리 대회 조직위는 원래 폐회식에 맞춰 실시간으로 깃발을 올리려 했지만 날씨 사정상 올해 6월 ‘테스트’로 찍었던 사전 녹화 영상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럽 여행을 못 가고 있는 세계인들 마음속에 ‘파리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파리의 자부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에스탕게 위원장은 “우리는 올림픽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겠다는 목표가 있다. 우리의 계획은 전통적인 경기장이 아닌 도시 중심부에서 경기들을 치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파리의 최고 명소인 에펠탑 인근에서 비치발리볼, 레슬링, 유도 경기가 열린다. 승마는 베르사유 궁전, 펜싱은 그랑팔레, 브레이크댄스는 콩코르드 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젊은층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에 채택된 브레이크댄스는 한국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축구, 수영처럼 거대 규격의 별도 경기장이 필요한 경우는 기존 경기장을 벗어날 수 없지만 경기장 크기 제약이 심하지 않은 종목은 적극적으로 도심으로 끌고 와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계획이다. 2024 올림픽 중계방송은 경기 관람과 동시에 ‘파리 관광’을 하는 재미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 참석 후 프랑스하우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독특하고 혁명적인 개회식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며 “개회식을 센강 위 선상에서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토니(에스탕게 위원장)가 일년 전쯤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처음엔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한번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확인했다.
이런 전략은 실용적이기도 하다는 평가다. 파리 올림픽의 경기장 건설 예산은 33억5000만 유로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운영 예산(39억 유로)보다 적게 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조직위는 파리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인 북부 생드니에 올림픽 선수촌과 수영 경기장을 지을 예정이다. 수영장은 추후 지역 사회에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 2024 파리 올림픽김선미 논설위원 입력 2021-08-10 03:00수정 2021-08-10 10:0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글씨작게글씨크게
2020 도쿄 올림픽 폐회식에서 올림픽기(旗)가 다음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에게 전달된 뒤 영상이 나왔다. 요즘 ‘핫한’ 뮤지션인 우드키드의 전자음악을 배경으로 BMX(묘기 자전거)팀이 파리의 아연 지붕 위를 질주했다.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3대3 농구가 펼쳐졌다. 앞으로 1081일 남은 2024 파리 올림픽의 영상 초대장이자 예고편이었다.
▷프랑스 국가(國歌)인 라 마르세예즈는 현대적으로 편곡돼 이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냈다. 문화예술의 파리를 대표하는 공연홀 ‘메종 드 라 라디오’를 비롯해 기차역을 개조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카페, 아마추어 스케이터들과 타악기 연주가 어우러진 파리 북쪽 외곽 생드니의 광장 등이 나왔다. 2024 파리 올림픽은 거리의 아이들도 포용한다는 취지로 청년 범죄율과 실업률이 높은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를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선정했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세 가지 약속을 내걸었다.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난 스포츠 관람, 모든 사람과 도시 전체에 개방,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관객들과 소통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펜싱과 태권도는 그랑 팔레, 승마는 베르사유 정원, 양궁은 앵발리드 산책로, 비치발리볼은 에펠탑을 마주 보는 샹 드 마스 광장에서 연다. 올림픽 중계만 봐도 영화 ‘파리로 가는 길’ 못지않은 파리 랜선 여행이 될 것 같다.
▷도쿄 올림픽은 팬데믹에서도 세계가 하나 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32조 원을 쏟아붓고도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이다. 코로나19 탓이 크지만 올림픽에 대한 관심 자체가 식어가는 게 문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 올림픽에서 스포츠 클라이밍과 서핑 등 ‘젊은 종목’들을 채택해 여성과 젊은층의 관심을 얻고자 노력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 거는 기대는 더욱 각별하다. 창의적인 올림픽을 선보이겠다는 파리는 2017년부터 오페라 가르니에 내부와 몽마르트르 등을 달리는 ‘런 마이 시티’라는 달리기 대회도 열고 있다. 다가올 올림픽 기간에 일반인도 참여하는 도심 마라톤 대회를 연다니 그 코스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에펠탑을 깃대 삼아 축구장 크기의 올림픽기가 이번에 걸렸다. 그 앞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브레이킹을 22세 프랑스 챔피언이 선보였다. 역사와 젊음의 만남이다. 최초의 여성 참여 올림픽(1924년)이 열렸던 곳인 만큼 2024 파리 올림픽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연대(連帶)와 균형의 올림픽이 됐으면 한다. 세계인이 색다른 올림픽을 ‘직관’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셀프 시상, 경기 후 48시간 내 귀국과 같은 슬픈 ‘코로나 올림픽’은 도쿄에서 끝나기를 바란다.
김선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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