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쓰기
1. 기행문은 어떤 글인가.
기행문은 여행 중에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가다듬어서 적는 글이다. 여행은 늘 새로운 맛이 나고 다정다감하여 호기심을 불러온다. 자기가 살던 고장을 떠나 새로운 곳의 신기한 풍물 그리고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가슴을 부풀게 한다. 여행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고 한다. 이런 감격이나 느낌을 차분히 기록하는 것이 기행문이다.
2. 기행문의 기본 요소
기행문은 전체적으로 보면 어떤 사건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를 어떻게 여행했는지 여정, 견문, 감상을 밝히는 것이 기행문의 기본적인 요건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예를 들어 본다.
여정 : 여행한 시간과 장소의 차례를 말한다.
8월 4일. 우리 식구는 경주에 가기 위해 일찍 서울역으로 갔다.
오후 1시 30분. 경주역에 도착해서 미리 정한 숙소로 갔다.
견문 :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말한다.
천마총에는 큰 무덤들이 많았다.
무덤 속으로 들어가보니 임금이 쓰던 옛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감상 : 여행하면서 본 것, 들은 것에 대한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한다.
이렇게 4박 5일 눈덮인 산길 1백 70리, 1,000m가 넘는 산봉우리 2를 넘어 마침내 천왕봉에 도달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정말 눈물이 나오도록 기뻤다.
3. 기행문의 짜임
처음
떠나게 된 동기나 목적, 떠나는 마음의 설레임, 떠날 때의 모습, 가는 도중의 이야기
가운데
여행한 곳의 독특한 풍경이나 풍속, 풍물, 역사적 배경 (고적, 전설, 인물)
만난 사람과 주고받은 이야기, 새롭게 발견하고 깨달은 점
끝
여행의 전체적인 감상, 돌아올 때의 느낌, 앞으로의 계획, 여행하는 곳의 어떤 장면을 극적으로 쓸 수도 있다.
4. 기행문 쓰기
1) 집을 떠나는 감상이 나타나게 쓴다.
출발을 둘러싼 느낌과 생각을 서술한다. 그 느낌이란 대개 즐거움과 기대에 찬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느끼지 못하고 막연하게 또는 담담한 심정으로 여행을 떠나서는 기행문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2) 가는 길이 환히 드러나게 쓴다.
어디에서 어디로 간다는 여정이 서술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행문을 읽으면 독자도 따라가 보는 것같이 가는 길이 훤히 나타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는 길을 너무 자세히 적어 여행 길잡이의 설명서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만큼 기행문에서는 필자의 느낌이나 묘사를 곁들이면서 자연스럽게 길을 밝혀 주는 정도면 좋다.
3) 자기의 독특한 느낌이나 생각을 나타낸다. 그리고 개성이 나타나게 쓴다.
느낌이나 생각을 담으려면 여행을 하는 동안 세심한 주의력을 가지고 모든 사물을 살필 뿐만 아니라 왜 그런가 하는 것을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지방의 특색은 어떤 것이며, 또 그와 같은 특색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여러모로 알아본다.
4) 너무 전문적이고 역사적인 고증이나 논술은 피해야 한다.
너무 관념적이고 교훈 냄새가 나서는 안 된다. 되도록 흥미 있는 일화를 중심으로 적되, 반드시 자기의 느낀 점을 덧붙여야 한다. 또 그 역사 사실은 웬만한 지식인에게는 상식으로 되어 있으므로 그 내용을 장황하게 늘어놓아서는 쓸모가 적다. 그것은 독자를 얕보는 것이다. 역사적 사적의 유래는 간단히 소개하고 거기에 대한 자기의 독자적인 감회와 견해를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5. 기행문의 문체
기행문의 문체는 현재형 문장으로 나타내어야 한다. 왜냐하면 글에 생기가 나고 생생한 현장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쓰는 시점은 여행하고 나서 쓰나, 시제는 과거형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현재 시점으로 쓴다는 뜻이다.
6. 기행문의 예
〇〇년 1653년 1월 10일,
우리 일행 64명은 네델란드를 떠나 6월 1일에 자바섬에 도착하였고, 다시 7월 16일에는 타이완에 닿았다. 이곳에서 다시 짐을 싣고 7월 30일 일본을 향해 떠났다. 도중에 파도 때문에 타이완 부근으로 떠내려갔다가 폭풍우에 밀려 북동쪽으로 표류하였는데, 배가 많이 상하였다. 8월 15일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어와 배를 삼킬 듯하였다. 순간, 육지가 보인다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가까이에 육지가 보였다.
--- 하멜 표류기 일부
지금은 토요일 오후, 동학사엔 함박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다. 새로 단장한 콘크리트 사찰은 솜이불을 덮은 채 잠들었는데, 관광버스도 끊인지 오래다. 등산복 차림으로 경내에 들어선 사람은 모두 우리 넷뿐, 허전함조차 느끼게 하는 것은 어인 일일까? 대충 절 주변을 살펴보고 갑사로 가는 길에 오른다. 산 어귀부터 계단으로 된 오르막길은 산정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없어 팍팍한 허벅다리만 두들겼다. 그러나 지난 가을에 성장(盛裝)을 벗은 뒤 여윈 몸매로 찬 바람에 떨었을 나뭇가지들이, 보드라운 밍크 코트를 입은 듯이 탐스러운 자태로 되살아나서 내 마음을 다사롭게 감싼다.
--- 이상보 갑사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