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구 부부와 북유럽 여행을 가려고 계획했던 것은 4년 전으로 여행사에 12박13일 패키지 여행상품을 신청하고 잔금까지 냈으나 갑자기 코로나 펜테믹으로 일정이 취소됐다. 팬데믹이 끝나지 이번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과거 여행상품에 있던 러시아 일정이 빠지고 항공편도 직항은 없어지고 두바이나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상품으로 변경돼 북유럽을 오가는데 불편해졌다.
이번 북유럽여행은 50년지기 친구부부와 함께하기로 하고 여러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살펴보던 중 다른 여행사에서 보지 못했던 내일 투어의 “노쇼핑, 노옵션(NO SHOPPING, NO OPTION)” 상품이 눈에 띄어 백야현상에 맞춰 하지 전후로 예약하려했으나 친구부부의 사정으로 조금 앞당겨 5월24일~6월2일(10박12일) 상품으로 결정했다. 난 여행 중에 쇼핑에 시간을 보내는 것과 마음에도 없는 옵션을 가이드 눈치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경비는 1인당 470만 원 정도 들었는데 타 여행사의 옵션을 계산해보니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패키지여행이든 자유여행이든 여행을 위해서는 사전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역사 등 알아야 할 사항들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이는 여행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형태의 여행이건 여행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거나 재충전하거나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연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른 문화와 역사를 보면서 의식의 지평을 넓혀가거나 나름대로의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연과 우리와 다른 문화와 역사에 대해 많이 접해 보고 느끼고 싶어 늘 여행에 앞서 여행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소책자를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여행지에서 읽어 본다.
주변에서는 내가 여행에 대해서 아주 많이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다만 여행이 취미인 관계로 시간날 때 마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가 보니 언어 절벽이나 여행정보 수집, 길 찾아다니기 등 여행하면서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별로 겁을 내지 않는 성격이다가 보니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이는가 보다.
여행 3일전 이번 북유럽여행 가이드인 신현주씨께서 북유럽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 및 공항에서 탑승 안내 등을 문자로 보내왔다. 그에 맞춰 캐리어에 짐을 꾸리고 복장도 점검한다.
5월 24일 저녁을 일찍 먹고 아내와 19시 15분에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퇴근 시간과 맞물려 교통정체가 심하지만 버스기사가 다른 버스기사와 통화를 하면서 좀 덜 막히는 도로로 주행했는데도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8시 반으로 약속시간 보다 늦었다. 미리 기다리던 가이드에게 사과를 하고 보니 친구부부도 아직 공항에 도착하지 못했는데 전화를 해보니 교통체증으로 9시나 돼야 도착한다고 한다. 우리 부부가 먼저 보딩 체크를 하고 짐을 부치자 아내와 내게 각각 인천-이스탄불, 이스탄불-헬싱키 항공권 2장씩을 준다. 한참을 기다리자 친구부부가 헐레벌떡 공항으로 들어와 보딩 체크를 마친다. 이스탄불 행 터키항공 출발시간이 23시 20분으로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탑승게이트로 향한다.
정시에 출발한 항공기(TK61)는 서해 상공으로 가볍게 이륙한다. 이스탄불까지는 11시간 반을 가야하는데 그 동안 유럽이나 남미 여행을 다니면서 장시간 비행기를 탔지만 아직도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자정이 넘어 기내식을 먹는 것도 장시간 좁은 좌석에 앉아 있는 것도 3.3.3 배열인 좌석 안쪽에서 화장실 가는 것도 모두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래도 승무원이 나눠 주는 안대와 슬리퍼, 양말, 귀마개 등 덕분으로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같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두 번의 기내식을 먹자 이스탄불이 가까워진다. 항공기는 11시간 반을 비행한 끝에 오전 5시 경(이스탄불 시간) 이스탄불 공항에 안착하고 우린 환승게이트를 따라 출입국관리소를 거쳐 헬싱키 행 터키항공(TK1761) 탑승구로 간다. 몇 년전 새로 개항한 이스탄불 공항은 매우 넓고 복잡해 처음 이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은 탑승구를 찾아 가기 쉽지 않다.
1터미널은 하나의 지붕을 가진 130만㎡짜리 세계 최대의 터미널로, 연간 9천만 명 이상을 수용한 터키항공으로 주 터미널로 취항 국가 121개, 도시 300개에 취항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확장을 통해 6개의 활주로와 3개의 터미널을 보유하게 된다고 한다. 공항 내부의 구조나 서비스 시스템 등 여러 면에서 인천국제공항과 닮은 점이 꽤 많이 보이는데,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 및 다양한 방면에서 2020년까지 컨설팅을 제공했다고 한다.
08시5분 정시에 이륙한 항공기는 흑해로 나가 발칸반도를 거쳐 폴란드 상공을 지나 발트 해를 건너더니 3시간 반 만인 11시40분 경 헬싱키 공항에 착륙한다. 인천에서 헬싱키까지 거의 18시간이나 걸리는 지루하고 먼 여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없었다면 헬싱키까지 직항으로 11시간 정도면 올 수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