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이 차갑던 어느날 아침, 저는 평소처럼 학교에 아이를 등교 시키던 중이였습니다. 그때 운동장 한켠에서 아이들이 우루르 뭔가를 쫓아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추운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흐믓하게 웃음지으며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거기엔 회색바탕에 고등어 무늬를 가진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고양이는 애처롭게도 사고를 당했는지 오른쪽 앞다리가 심하게 휘어져 안으로 굽은채, 다리를 모래 바닥에 쓱쓱 밀며 겨우겨우 아이들을 피해 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얼마나 바닥을 밀고 다녔는지 이미 상처는 검붉게 닳아있었고 피도 배어나와 상처 주변엔 흙먼지와 범벅이 되어 굳어 있었습니다.
워낙 다리 상태가 심각한지라 안타깝지만 내가 감당하기엔 벅차단 생각으로 잠시 주저하고 있을때, 마침 함께 있던 딸아이가 "냥이야 이리와" 하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랬더니 새끼고양이는 기다렸다는 듯그 불편한 발로 다가와 딸 아이에게 안기는 것이였습니다. 아마도 이 고양이는 사람 손에서 키워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학교 주변 상가를 돌며 주인을 찾아 보니 아는 분이 아무도 안 계셨습니다.
저는 이미 두마리의 고양이와 한 마리의 개를 키우며, 집 주변에 여러 길냥이들의 캣맘으로 지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고양이의 다리 상태를 보니 골절로 인해 굽어진 다리를 계속 딛어 살이 새빨갛게 까진 상태에서 모래와 작은 돌맹이들이 박혀 디딜때 마다 아팠을 이 불쌍한 녀석을 차마 그대로 두고 올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를 등교 시킨후,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물과 사료를 충분히 먹인 뒤 남편과 함께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아 갔습니다. 하지만 시골이라 그런지 수술하기엔 비용도 시설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상처 소독과 주사 그리고 휘어진 발에 알미늄부목을 대어주는 것 외엔 다른 치료를 할 수 없었습니다.
상처만 더 심해지지 않으면 좋겠단 바램으로 아이를 지켜 봤지만 아이의 걷는 방식 때문에 상태는 나아질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상처 주변의 피부조직들이 괴사 되어 뼈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근본적인 처방을 미룰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상한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호기심 많고 어린, 이 아이의 이름은 '삐삐'입니다. 신체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씩씩하고 붙임성 넘치는 모습이 삐삐와 같아서 지어준 이름입니다. 삐삐가 다리 치료를 잘 받아서 세 다리로라도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