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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이 대구에 만들어지면 안 되는 열 가지 이유
최수환(전.대구민예총회장, 조형예술가,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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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우환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다.
이우환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이우환미술의 국적은 일본이다. 아마도 일본이 한국처럼 국적우선주의사회였다면 그가 여전히 한국국적을 선택했을까? 그는 청장년기 동안 한국인임을 애서 외면하고자 했으며 자신은 세계인임을 강조했었다. 그러던 이우환이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임을 내세우고 있으니 그 변화의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 그의 예술은 동양의 사상이란 큰 틀을 덮어쓰고 있지만 그 핵심은 일본정신(사무라이)의 표현이라 본다.(이우환은 미술계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여 다툼의 여지는 있다)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까지 유행한 일본현대미술의 한 흐름인 모노하((物派·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을 통해 사물과 공간, 위치, 상황, 관계 등에 접근하는 예술 운동)의 이론적 중심인물임은 분명하다. 이 모노하운동은 서구 미니멀리즘의 일본식 변형으로 동양에도 미니멀리즘이 이렇게 수용되었구나 하는 정도이지 20세기 미술사에 획을 그은 정도는 아니다. 당시대 일본미술을 소개한 정도.
이우환이 6~70년대 한국현대미술-특히 모노크롬(단색)추상그룹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되려 이우환이 한국모노크롬의 영향을 받아 평면작업으로 전환했다는 주장도 여전히 가능하다. 이우환의 모노크롬회화 점으로, 선으로부터, 바람 등은 신중하고 간결한 획에 의한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는 모노크롬의기본인 단색을 구성함에 있어 단색캔버스에 간결한 흔적을 난기는 방법으로 여전히 일본적이라 할 수가 있다. 반면 한구의 모노크롬은 이미 칠해진 색을 여러 번의 중첩에 의해 형상을 지워내는 작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이 둘은 결과적으로 단색화이나 과정은 상반되는 것으로 그 뿌리가 같다고 주장하거나 상호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앞으로 70년대 한국회화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이우환은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미술가로 존재하고 있다. 이우환은 1956년 밀항으로 도일했다. 당시 일본과는 적성국으로 미수교상태였기에 일본을 가기 위한 수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서울대학교를 다니던 21세 청년이 돌아올 작정으로 일본행을 감행했는지 애당초 돌아올 생각 없이 일본행을 선택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전후 한국의 청년은 목숨 걸고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그러나 이우환은 밀항 후 일본에 눌러 앉았다. 물론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았다. 혈통 중시사회인 한국에서 외국의 유명한 한국계 외국인을 한국인이라 주장하는 것은 많이 있어왔다. 이는 단지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우리들만의 이야기이고 주장일 뿐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단순히 출생지만으로 이리 주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우환에 집착하는 일부 한국미술계 특히 화랑이나 옥션 등 유통에 관계된 이들의 주장은 한국계 미국골프선수 미셸위를 한국인이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다.
어떤 기업이나 개인이 사적인 과정으로 이우환의 미술관을 짓는다면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국공립미술관은 엄격히 구분되어 지어지고 초청되어져야 한다. 특히 개인의 이름이 들어간 미술관일 경우에는 반드시 이러한 검증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공공성과 역사성, 사회적 존경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류현진이 활약하고 있는 메이저리그야구 명예의전당에는 금지약물복용혐의 등이 있으면 아무리 우수한 성적을 거둔 스타플레이어도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우환은 한국에서 태어났을 뿐이다. 이우환은 일본의 현대미술을 상징하는 예술가일 뿐이다.
이우환은 국내화상들이 만들어낸 유명세가 크다. 실제로 그의 작품의 대부분은 국내 미술시장에서 거래된다. 국외에서 거래된 것도 국내 경매회사의 출장경매가 주를 이루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매와 같은 비밀이 많은(특히나 한국에서는) 유통방식의 최고가 거래가 예술적 성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계에서 이우환은 자기선전기술이 아주 뛰어난 예술가로 정평이 나있다. 최고의 비즈니스맨이라는 평가도 있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평가의 이면에는 이우환에 대한 세간의 평이 실제에 비해서 과도하게 포장 되었거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 이우환과 그의 예술은 대구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대구시민과 대구미술인은 이우환과 그의 예술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은 단지 한국 방문 시 몇 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대구를 다녀갔을 뿐이다. 그냥 방문자일 뿐인 것이다. 그것을 대구와 무슨 대단한 관계가 있는 양 하는 것은 식당에 유명인이 다녀간 후 그의 사인을 걸어놓고 그 식당이 마치 그 유명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 듯이 광고를 하는 저급한 수준일 뿐이다. 이런 이우환의 행적을 대구와의 연관성으로 포장하고 대구미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포장한다면 이는 곧 대구미술과 대구미술계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대구현대미술의 독자성을 무시하고 일본모노하의 아류로 전락시키는 엄청난 잘못을 범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몇 사람의 화가가 그의 영향을 받았을 수는 있으나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호불호일 뿐 대구미술을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3. '이우환과 그 친구들'은 더욱 아니다.
이우환은 서구의 볼탕스키, 커푸어 등의 거장들이 함께하는 미술관이라고 자랑한다.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은 차치하고서라도 본인의 작품이 어떤 작품과 몇 점이 전시되는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확정되지 않은 것의 문제가 아니라 미술시장의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우환과 대구시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거론되고 있는 세계적인 거장들 7-8명이 각4점 정도의 작품을 기증받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정수준 이상의 미술가들의 활동과 작품거래 및 유통은 화랑이나 메니지먼트기업 등 커미셔너가 대신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이라고 해서 함부로 독단에 의해 기증하거나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 많은 작가들이 재료비정도의 작품 값에 한 점도 아니고 네다섯 점씩이나 줄 수가 있을까? 미술시장과 미술계에 대한 조금의 상식만 있어도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미술관의 구성은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다. 세계적인 대부분의 대형미술관들은 이들 유명작가의 작품을 대개 소장하고 있으며 기획전시를 심심찮게 하고 있기도 하다. 이보다 유명하고 미술사적으로 검증된 작고작가들의 작품들은 상설 전시되고 있기도 하다.
4. 안도다다오의 작품이라고 모두 랜드마크가 아니다.
안도다다오가 세계적인 건축가임은 널리 알려진 바다. 그의 작품은 제주도에 3곳(지니어스로사이·글라스하우스·본태박물관)을 비롯해 강원도 원주의 한솔 뮤지엄산 등이 있으며 서울 재능교육 혜화문화센터 건물이 이미 건축되어있다. 대한민국의 온 도시를 일본인건축가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지 한국의 건축가에게는 이러한 기회마저 줄 수가 없는지? 이 건축물이 대구시에서 이야기처럼 이미 희소성은 상실하여 그자체로 관광명소이거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은 미미할 것이다. 설계된 미술관은 이전에 건축된 국내 안도다다오의 작품과 비교할 때 규모나 비주얼 면에서 최약의 상태임을 견주어보면 건축 후 영향력에 대해 예견할 수가 있을 것이다.
5. 빌바오 효과, 나오시마 효과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 부분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으로 애초 미술관의 기획단계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설명된 부분이 빌바오 효과나 나오시마 효과와 같은 대구효과를 이룰 수 있다는 공상에 가까운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빌바오나 나오시마의 핵심은 민간자본의 공적투자라는 것이다. 철저한 계획과 계산에 의해 승산이 있을 때 투자하는 것이 민간자본의 속성이다. 세계최대규모의 구겐하임재단의 엄청난 투자와 소장 작품, 콘텐츠 등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나오시마 역시 베네세재단의 자금력과 컨텐츠로 나오시마 효과를 이룬 것이지 이우환의 작품이 전시된 이우환미술관의 효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오시마를 찾는 거의 대다수는 이우환미술관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오시마 관관객의 방문목적은 나오시마섬 그 자체라는 것이다. 수많은 미술품과 마을프로젝트를 통한 소소한 재미거리와 이야기를 안고 있는 미술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마을의 방문이 그 주된 이유라는 것이다.
6. 297억+100억으로는 아니다.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의 예상건축비 297억과 작품구입비 100억은 대구시에서 희망하는 미술관의 규모와 품격에 다다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이 미술관은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에 따르면 1종미술관으로 100점이상의 소장품이 개관의 필수요건이다.
따라서 이우환과 그 친구들의 작품 100점 이상을 기증 받거나 구입해야 되는 것이다. 이우환의 계획과 주장에 따르면 본인의 작품 15점정도의 기증과 친구들의 작품25점을 재료비정도의 가격에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더라도 60여점을 새로이 구입해야 개관이 가능하므로 100억이라는 예산으로 가능한 일인지 되묻고 싶다. 이우환의 작품가격은 10호기준으로 2-3억 정도이고 그 친구들의 작품은 작품당 가격이 10억-100억에 이르는데 이를 어떤 방법으로 구입할 수가 있는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세워지지 않고 있다.
물론 앞서 지적했지만 재료비정도를 주고 기증수준의 구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망상이다. 미술시장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다.
(참고로 빌바오 구겐하임의 건축비는 5000억원+구겐하임재단의 소장작품 컨텐츠, 나오시마프로젝트 비용은 7500억원+베네세재단의 소장품과 현재도 계속적인 투자. 위 금액은 대경연구원 이우환과그친구들미술관 용역보고서에서 인용)
7. 연간 예상운영비 10억으로는 아니다.
미술관은 관장과 사무직원, 학예사, 기술직원 등의 인원으로 운영되어진다. 정규직 10여명과 필요 비정규직(외부기획자,도슨트 등)의 연간 인건비를 통상미술관 급여로 가정하면 연간 10억여원정도가 필요하게 된다. 개관요건인 100여점의 작품만으로는 미술관의 원활한 운영이 어려우니 소장품을 최소 300점 기준 한다면 향후 10연간 매년 20여점 이상의 매입이 필요하게 된다. 최소한 연간 20여점 30억 정도의 매입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이 미술관의 수준과 격에 맞는 작품의 구입을 전제로) 이 미술관은 상설전시미술관으로 기획전시실을 활용한 연간 기획전이 열려야 제 기능을 할 수가 있다. 미술관의 품격에 맞는 기획전을 운영하려면 연간10억여 원 정도의 예산을 필요하게 된다. 이를 근거로 대략 최소금액 연간50여억 원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대구시에서 주장하는 연간 10억 원 정도의 운영비는 미술관을 지어놓고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 아니다. 최고의 미술관을 지어 놓고 최저의 운영비로 최소한의 운영이라니 자가 모순도 이정도면 아집에 가깝다.
8. 대구미술관의 정상운영이 우선이다.
현재 시립 대구미술관은 연간 운영비가 약120억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물론 건축비가 대부분이고 운영비의 적자가 일부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또 하나 민자사업으로 진행된 관계로 별관이 현재 예식장으로 운영되고 있어 미술관의 운영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 대구시 문화예술과의 최우선 과제는 대구미술관 정상운영인 것이다. 다양한 콘텐츠(좋은작품)의 확보와 예식장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는 한 이 또한 예산의 낭비와 비정상적인 운영의 연속이 될 것이다. 이는 미술관 운영의 실무적 책임자인 관장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시에서 행정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하는 문제인 것이다. 대구시는 이에 대한 절실함이 우선해서 느껴야 할 것이다. 이를 방기한 채 설령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 지어진다 한들 지금의 대구미술관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9. 이러한 미술관이 국공립으로 지어져서는 안 된다.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과 같은 미술관은 국립이나 공립으로 지어져서는 안 된다. 앞서 지적되었지만 민간자본의 철저한 수지타산 계산에 의해 가능한 영역인 빌바오효과나 나오시마효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 국립이나 시립과 같은 공립공공미술관은 철저히 미술사적인 고찰과 공적자산인 지역예술자산을 갈무리하고 지역문화의 중심이 되게 하는 미술관이어야 한다. 이윤의 발생이 우선이 아닌 공적가치의 실현이 우선되고, 기초예술발전을 위한 교육적 가치와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이 시민의 문화예술향유권의 충족이라는 관점에서 지어지고 운영되어져야 할 것이다.
10. 그래서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 아닌 대구근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미술관이
필요할 것이며 당연히 최우선하여 건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기별 경향별 대구미술을 대표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을, 작고작가 우선으로 철저히 미술사적으로 검증하고 연구되어진 후에 대구미술을 온전히 담은을 수 있는 대구미술인의 명예의 전당 같은 미술관이 필요하다.
대구의 미술과 미술인을 온전히 담은 미술관이 지어질 때 비로소 랜드마크의 역할도 가능하고 미술학도, 동호인, 감상자, 시민이 무시로 찾아 명소가 되는 것이다. 문화는 한 두 사람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정신과 그들의 작은 자산들이 모이고 모여서 거대한 산을 이룰 때 우리는 그것을 올바른 지역문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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