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당하리 산 5-86의 윤지임 부부묘는 도굴이라기보다는 파괴에 가까울 정도로 파헤쳐졌다. 도굴범들은 나란히 자리한 두 봉분의 정상부에서부터 가로 1·5m, 세로 2·5m 크기에, 2m 깊이로 파헤쳤다. 무덤 측면 등에 사람 하나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구멍(도굴갱)만을 파놓는 일반적인 도굴과는 달리 무덤 중앙부를 완전히 파버렸다.
무덤 내부는 봉분을 파낼 때 생긴 큰 삽 자국과, 유물을 확인하기 위한 탐침봉 자국이 수십군데 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무덤 주변에는 자기 파편 등 유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범인들은 전문 도굴범인듯 무덤 내부나 봉분 주변에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았다.
17일 도굴 사실을 알게 된 후손 윤훈덕씨(尹勳德·54)씨는 “지난 12일, 무덤 주변의 제초를 하기 위해 왔을 때만 해도 멀쩡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덤을 파낸 바닥 아래에 단단한 회가 있기 때문에 회곽묘(석회를 관 주변에 네모나게 둘러 단단하게 관을 보호한 묘)로 추정되며 관 자체는 훼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임 부부묘 주변에는 그 아들인 윤원형-정난정 부부묘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TV드라마 ‘여인천하’의 인기 때문에 최근 이곳 주변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후손들은 말했다. 윤지임 부부묘는 윤원형-정난정 부부묘 등과 함께 현재 경기도 기념물 182호로 지정예고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