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질만 하는 국회의원들의 세비와 특혜 내용은?
1인당 GDP 대비 5.6배...세계 최고 수준
여야의 '졸속 합의'라는 비난 속에 유야무야 넘어갈 뻔 했던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의 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공무원연금 개혁법안 처리의 편법으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카드를 끼워팔려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관련 문구 명시 여부를 놓고 다시 대립하면서 파행했고, 그 결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던 80여개 민생 법안들까지 함께 발목이 잡혔다.
이로 인해 오는 11일까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5월 월급날 세액 환급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등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연말정산 보완대책도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연말정산 보완대책의 적용 대상은 전체 연말정산 대상자 1619만명의 39.4%인 638만명, 환급 세액은 4560억원에 달해 제2의 연말정산 대란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되레 국민과 나라 경제에 민폐만 끼치고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매달 20일 꼬박꼬박 세비를 받는다. 의원 1명의 세비 연간 총액은 2014년 기준 1억3796만1920원이다. 매달 고정적으로 받는 ‘월급’은 1031만1760원. 이는 일반수당(646만4000원), 관리업무수당(58만1760원), 급식비(13만원), 입법활동비(313만6000원) 등을 더한 금액이다.
여기에다 매년 1월과 7월 각각 일반수당의 50%를 정근수당으로 받는다. 연간 646만4000원이다. 설과 추석에는 일반수당의 60%씩을 명절 휴가비로 받는다. 연간 775만6800원이다. 이런 항목들을 모두 더한 월 평균액은 1149만6820원이고, 연간 총액은 1억3796만1920원이 된다. 의원들의 연간 세비는 2013년 기준으로 12년동안 163% 인상됐다.
세비 이외에 정책개발 및 자료발간 비용, 출장비, 사무실 운영, 차량운영비 등 별도로 매달 지급되는 의원 지원경비 750여만원과 3000만원 남짓의 보좌진 보수를 포함하면 받는 금액은 더 늘어난다. 또 배우자와 자녀에게 지급되는 가족수당이 있고, 중·고교 재학 자녀 학비도 지원된다.
국회의원 세비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를 위해 지급하는 보수’를 일컫는다. 국회의원이 법률이 허용하는 다른 공무원의 직을 겸한 때에는 국회의원의 수당과 겸직의 보수 중 많은 것을 지급받는다.
국회의원의 세비는 그 직무를 수행하는 의원에 대한 보수로서 의원 개인과 그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국고에서 지급되는 급여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간주하며, 세비외 기타 편익을 받을 권리는 국회법 30조(국회의원은 상당한 보수와 여비를 받는다)와 국회법 31조(무료로 국유의 철도·선박과 항공기를 승용할 수 있다)에 의거한다.
•수당
매월 20일 지급한다. 전에는 국회의원의 임기가 개시된 날이 속하는 월과 상실하는 날이 속하는 월에도 한달치 수당을 전액 지급했으나, 하루나 이틀을 일하고도 한달치 수당을 모두 받는다는 비난에 따라 2001년 법을 개정했다. 이에따라 현재는 국회의원의 임기가 개시된 날과 국회의원의 직을 상실하는 날이 속하는 월의 수당은 그 월의 재직일수에 해당하는 금액만 계산해 지급한다.
•입법활동비
수당 이외에 의원의 입법활동에 필요한 기초자료의 수집·연구 등을 위하여 입법활동비를 매월 20일에 지급한다.
•특별활동비
회기중 의원의 입법활동을 특히 지원하기 위하여 특별활동비를 지급하며, 그 계산방법은 입법활동비의 100분의 30에 상당하는 액을 30으로 나누고 여기에 회기일수를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회기 중에 지급한다.
•여비지급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의결이나 국회의장의 명에 의하여 공무로 여행할 때는 국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여비를 지급한다.
•상해·사망
의원이 직무로 인해 신체에 상해를 입은 때에는 그 치료비의 전액을 지급하고, 그 상해로 불구가 된 경우엔 수당의 6개월분 상당액을, 그 상해 또는 직무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 때에는 수당의 1년분 상당액을 지급한다
•보조직원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좌관 등 보조직원을 두며, 보조직원에 대하여는 4급상당 보좌관 2인, 5급상당 비서관 2인, 6·7·9급 상당 비서 각 1인의 범위 안에서 보수를 지급한다.
문제는 의원의 세비가 국민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외국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1인당 GDP 대비 세비를 비교하면 일본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은 2~3배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5.6배가 된다"고 말한다. 미국은 3.6배, 영국은 2.9배, 프랑스는 2.9배 정도다. 권 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선진국 수준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7000만~8000만원 수준이면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회의원 정수를 현재의 300명에서 360명으로 늘리자는 심상정 정의단 원내대표도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연간 세비도 프랑스 의원 연봉인 8000만원 수준으로 낮추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현재의 의원 세비가 미국 하원(1억9488만원)·일본(2억3698만원)·독일(1억4754만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국회의원 세비는 그 나라의 정치 문화와 겸직(兼職) 금지 여부, 연금 등 다양하게 따져서 평가해야지 단순히 1인당 GDP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회의원의 세비는 장관보다는 적고, 차관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도 국회의원 정원이 너무 많고 세비도 과하다고 주장하는 여론은 “선진국 의회들에 비해 대한민국 국회는 생산성이 턱없이 떨어지고, 1인당 소득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선진국과 단순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정원 확대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몰염치한 행태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말 공무원 보수 인상률 수준에 맞춰 의원 세비를 3.8% 올리는 내용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여야가 마지못해 세비를 동결하기로 했지만, 만약 3.8% 인상안이 통과됐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연간 1억4320만원이 돼 15년 사이 3배 가까이 상승하는 결과가 됐을 것이다.
국회의원 세비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에는 특권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동일한 연봉을 받는 직장인에 비해 근로소득세도 절반만 내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매일경제가 연간 1억3800만원을 똑같이 받는 국회의원과 직장인의 근로소득세를 비교 분석한 결과, 교육비·의료비 등으로 동일한 금액을 지출했다고 가정했을 때 직장인의 근로소득세는 2166만원인 데 비해 국회의원은 1152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은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같은 비과세 항목으로 연간 3900만원을 소득에서 빼줘 세율 24%를 적용하는 반면 일반 국민은 35%를 적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