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권에서는 공명, 제갈량이라고 하면 신출귀몰한 책사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소설 삼국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도서 중의 하나이다. 특히 걸세출의 명인 조조와 각축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나라의 명운을 지켜낸 것은 가히 비교 불가한 업적이라고 하여 과하지 않다. 그렇게 유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군 유비가 죽은 후에는 초라한 모습으로 추락했지만, 전성기의 전략과 전술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공명보다 약 800년 앞선 B.C.10세기에 전승 불패의 기록을 보여준 책사가 실존했다. 그의 이름은 아히도벨 (Ahithophel , אחיתופל) 인데, 다윗의 수석 참모로 재임했다. 한반도 역사로 비교하자면, 다윗은 고구려의 광개토대왕과 같은 인물이었다. 다윗은 70년 인생의 대부분을 전장에서 보낸 명장이자 명군으로, 서남아시아 지역의 작은 제국을 형성한 인물이었다. 그의 혁혁한 전과 뒤에는 아히도벨이라는 전무후무한 전략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현대 군사조직, 특히 미국식 군사조직에서 참모장은 군정 및 군령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법적으로 책임(계선) 라인에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아히도벨은 군정 및 군령권을 모두 장악한 명실상부한 합동참모장이었다. 그의 말년, 새로운 통치체제의 확립을 위해, 다윗의 셋째 아들 압살롬의 반역에 동참하면서 다윗을 제압할 탁월한 전략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략이 압살롬에게 채택되지 못하자 그는 곧바로 짐을 싸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스스로 목을 매달았다. 그만큼 자신의 전략에 대해 확신했던 인물이다.
다윗의 차석 참모로 아히도벨과 함께 전장을 누볐던 후새가 압살롬에게 거짓 투항하여 아히도벨의 전략을 힐난하면서 압살롬으로 하여금 아히도벨의 작전 계획을 무산시킨 것에 대해 성경은, 하나님께서 다윗을 지켜내시기 위해 압살롬의 지혜를 어둡게 하신 결과라고 기록하고 있따. 그와 더불어 성경은 아히도벨이 바로 하나님 자신이 군사작전을 하시는 것과 같은 명전략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칭찬은 심지어 사도 바울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아히도벨은 다윗이 가장 아낀 왕비 밧세바의 할아버지이다. 그의 아들 엘리암은 현대 한국군과 비교할 때 사단장급 장군이었고, 밧세바의 전 남편이었던 우리아 또한 사단장급 장군이었다. 아들과 손녀 사위가 명장 반열에 오를만큼 무신 명가를 이룬 아히도벨의 가슴 속에서 손녀 사위인 우리아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바로 새로 손녀 사위가 된 다윗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흉계를 꾸며, 전 손녀 사위였던 우리야를 살해하였기 때문이다.
40년 동안 충성을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아히도벨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전 손녀 사위를 다윗이 살해했다는 사실에 대한 원망이 도사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 결과는 (좀 과장해서,) 다윗의 아들인 압삼롬의 반역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볼 수 있다. 아히도벨은 결과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다윗의 왕위를 물려받은 솔로몬은 평생 거대한 토목공사로 백성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자신과 왕궁의 사치를 조장하다가, 부왕 다윗이 그토록 애써서 건설한 왕국을 남북으로 쪼개지게 하는 씨앗을 뿌리게 되었다. 그것은 아히도벨이 압살롬의 반역에 동의한 방향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아히도벨이라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책사의 눈으로 성경적 전쟁관을 소개하기 위해 집필했다. 인류의 등장 이후 최후의 순간까지 끊임없이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 성경적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한다. 그와 함께, 극히 일부의 주제에 대해서는 '폭력'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시각으로 수위를 낮추기도 할 것이다. 성경의 눈으로 보는 전쟁과 폭력은 현대인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기독교 신앙은 전쟁과 폭력 앞에서 어떻게 실천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미래(종말)의 사건에서 시작하여 창세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거꾸로 가면서 내용을 꾸몄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