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의 맛은 전분의 변화가 좌우
떡은 만든 직후에는 매우 맛있는 음식이지만 시간이 지나 굳으면 먹기도 어렵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에 다시 찌든지 구워야 한다. 왜 그럴까? 떡의 주 원료인 곡물의 주성분은 전분이다. 그래서 떡 맛은 이 전분의 변화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전분은 포도당이 여러 분자 결합해서 만들어진 아밀로오스(Amylose)와 아밀로펙틴(Amylopectin)이라는 고분자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아밀로오스는 포도당 분자가 수십 개 내지 수백 개가 긴 사슬 모양으로 결합한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고, 아밀로펙틴은 수백 개에서 수십만 개에 이르는 포도당 분자가 많은 가지를 쳐 그물 모양으로 결합한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멥쌀과 찹쌀은 바로 전분을 구성하는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배합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멥쌀은 17%정도가 아밀로오스이고 나머지는 아밀로펙틴이며, 찹쌀은 거의 대부분이 아밀로펙틴이다. 밥을 짓거나 떡을 만들었을 때 찰기(점도)가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분을 물과 함께 가열하면 점성이 높은 풀이 되는데, 이 변화를 ‘호화(糊化)’라고 부른다.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강한 결합이 물과 열에 의해 풀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식품화학에서는 알파(α)화라고 부른다. α화된 전분, 즉 α전분은 원래 전분(베타(β)전분)과는 성질이 현저하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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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 보관하면 전분의 노화가 촉진 밥을 짓거나 떡을 만드는 것은 원료 곡물 중의 β전분을 α전분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맛있고 소화도 잘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α전분은 시간이 지나고, 냉각되면서 차츰 원래의 β전분으로 되돌아간다. 이것을 전분의 노화(老化), 또는 β화라고 부른다. 풀어져 있던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이 원래의 단단한 결합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맛도 떨어지고 소화도 잘 안된다. 전분의 노화는 어떤 조건에서 잘 일어날까? 첫째, 온도가 0~3℃일 때, 둘째, 수분 함유량이 30~60%일 때 노화가 촉진된다. 따라서 이 두가지 원인을 적절히 조절한다면 노화를 방지, 또는 억제할 수 있다. α전분의 상태로 있는 떡이나 밥을 오랫동안 보관할 경우, 떡이나 밥이 따뜻할 때 냉동해 가능한 빨리 얼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전분이 노화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수분이 얼음으로 변해 α전분상태가 유지되므로, 해동하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0~10℃인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 수분이 그대로 있고 동시에 노화가 진행되기 쉬운 온도이므로 상온에 둘 때보다 더욱 빨리 노화가 일어난다.
설 무렵 밤참으로 굳힌 인절미나 가래떡을 구워 먹곤 한다. 딱딱해진 떡을 화로나 석쇠에 구우면 구수한 냄새와 함께 떡 표면이 누룽지색으로 변하고 부풀어 오른다. 표면이 누르스름하게 변하는 것은 떡 중의 아미노화합물(아미노산, 단백질 등)과 카보닐 화합물(포도당, 과당 등)이 반응하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아미노-카보닐 반응’이라고도 함)’에 의한 것이다. 고기를 구울 때, 참깨나 콩을 볶을 때, 쿠키를 만들 때의 맛있는 냄새 역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결과다. 또 뜨거운 열을 받으면 떡 속의 수분이 수증기로 변하며 격렬한 분자 운동을 하게 되는데, 떡의 껍질은 점성이 높아 마치 고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고온에서 빨리 굽는 것보다는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구울 때 더욱 잘 부푼다. |
[출처] : http://www.ottogi.co.kr/index.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