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
할말 많은 세상에
말 안 하고 살기 어렵고
말하자니 성가시고
말이 말 낳아 시끄럽다
묻는 것도 귀찮고
대답하긴 더 귀찮아서
짧은 말 시로 써 소품집 묶었다
근데 갑자기 궁금하다 다들 잘 있는지
내 안부는 이걸로 대체 한다
시집 『천국으로 택배』에서 이채율은 삶의 바닥에서 감각을 들어 올린다. 택배 상자에 닳아가는 어깨, 병원 냄새가 스민 시간, 자동 세차기 속에서 무방비로 흔들리는 육체, 봄밤을 가르는 울음과 발성, 반쯤 열린 물음의 틈까지―시들은 서로 다른 장면을 지나 하나의 감각 풍경을 이룬다. 이곳에서 노동은 생계가 아니라 애도의 몸짓이 되고, 사물과 기호는 침묵한 채 인간의 신경을 대신해 떤다.
이채율의 언어는 매끈하지 않다. 젖어 있고, 닳아 있으며, 숨이 가쁘다. 시인은 설명을 줄이고 접촉을 남긴다. 소리는 살이 되고, 이미지는 체온을 띠며, 슬픔과 욕망은 분리되지 않은 채 번들거린다. 질문은 닫힌 문이 아니라 스며드는 틈으로 존재해, 불확실함마저 하나의 촉감으로 만든다.
『천국으로 택배』는 위로보다 감각을 택한다. 자동으로 굴러가는 세계 속에서도 끝내 무장해제되지 않는 몸, 상실 이후에도 계속되는 하루의 무게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읽고 난 뒤 남는 것은 해석보다 먼저 닿는 감각, 살아 있다는 사실의 묵직한 체온이다.
첫댓글 선배님 시집 잘 읽었어요
천국으로 택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