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곽영기 시조문학상/당선작
공원묘원(公園墓園), 신도시에서
허대영
강원 춘천
도시의 소음(騷音) 속에 귀 막고 사시다가
산골짝 이사(移徙)온 후 눈 막고 계시는데
문밖이 시끄러워서 잠들 새가 없구나.
숨소리 거둔 순간 옮겨진 새 거처도
붐비긴 마찬가지, 감은 눈 절로 떠지고
길거리 넘치는 인파, 거기에서 거기라.
쪼그만 돌판 위에 합석(合席)한 몇몇 분이
독방에 홀로 살며 무게 잡는 신입(新入)에게
시건방 떨지 말라고 꾸짖음이 드높다.
☐ 시조문학, 2026년 여름호/ 제239호(2026.06.05.), 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 간(刊) ☐
당선 소감 /허대영
상이라는 것은 받을 때마다 기쁘다. 더군다나 강원시조시인협회 초대 회장을 지내신 강원시조시인협회의 큰 산과 같으셨던 고 곽영기 회장님의 이름으로 받는 문학상이어서 더욱 기쁘고 기쁘다. 더군다나 1회 수상자가 아닌가? 과분하다.
곽영기 회장님은 처음 뵌 것은 40년 전쯤, 강원대 교무과장으로 계실 때였다. 볼일이 있어 대학에 갔다가 우연히 뵙게 되었는데 시를 쓴다고 하니까 가까이 부르시더니 ‘시조를 한번 써보세요.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잖아요. 써보면 아주 재미있어요.’ 하셨었다. 그때 써야 했다. 그러면 시조의 연륜이 조금 더 깊어졌을 텐데…. 나중에 성덕제 회장님을 만나 쓰게 되었으니, 지금으로서는 좀 아쉬운 일이다.
상금을 후원하셔서 곽영기시조문학상 창설을 가능하게 하신 곽영직 님과 이를 성립시키기 위하여 수고하신 김양수 강원시조시인협회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수상을 허락하신 심사위원회와 강원 시조 시인 여러분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좋은 시조 많이 써서 이 모든 분의 뜻에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
제1회 곽영기 시조문학상/심사소감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현대적 삶과 죽음의 풍경
이 상은 강원시조시인협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과 2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강원시조 문학의 기틀을 다지고 헌신하신 고(故) 곽영기 선생님의 고귀한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고 강원시조 문학의 발전과 저변 확충에 크게 기여한 시조시인을 발굴·시상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 상의 목적이 곽영기 사백님의 업적을 기리는 만큼 강원시조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로서 좋은 작품을 발표한 시인에게 수여하기로 했다.
1회 수상자는 김시습에 관한 연구와 강원을 노래한 시조 발굴에 큰 업적을 세우신 허대영 시인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수상작품 또한 업적만큼이나 손색없이 빛나고 있어서 벅차기까지 하다.
수상 작품은 한국시조협회에서 발간한 《시조문학》 2026년 여름 제239호(2026.06.05.)에 수록된 작품으로 산골짜기 공원묘원이 들어선 신도시의 풍경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의 공간이 기묘하게 겹쳐지는 현대적 아이러니를 예리하면서도 해학적으로 포착한 수작이다.
도시의 소음을 피해 조용한 곳을 찾았으나 죽음의 공간조차 도시의 확장과 개발로 인해 북적이는 현실, 그리고 그곳에 새로 안치된 망자의 시선을 빌려 세태를 풍자하는 발상이 매우 참신하다.
생과 사, 도시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속물성을 꿰뚫어 보는 시인의 시선이 매우 따뜻하면서도 날카롭다. 특히 마지막 연의 발상은 시조라는 짧은 형식 속에서 극적인 재미와 여운을 남기는 훌륭한 문학적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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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8. 춘천 카페라피스
심사위원장 : 회장 김양수
심사위원 : 전임 회장 이근구, 이흥우
자문위원 김정헌
첫댓글 소중한 의미의 문학상에 뜻 깊은 1회 수상되심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