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필자가 1993년도 울산여자중학교에서 학원선교에 매진하고 있을때 이야기다 (필자 주)*
효진이는 고아이면서 착하디 착한 아이다. 학년초부터 도시락 싸오는 일이 없고, 점심 시간마다 먹을 도시락이 없어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기에 가정방문을 살짝 해보았더니 그야말로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울산에서 가장 화려한 주리원 백화점 건물이 보이는 곳에 살건만 삯월세 단칸방에다, 밖인지 안인지 구분도 안되는 엉성한 부엌, 그래서 비바람이 바깥에서 불어오면 당장 이부자리를 때릴 것 같은 베니아 판잣집 안에서 사는 게 아니라 차라리 서식(?)하고 있었다. 효진이 집에서 보이는 주리원 백화점이 그렇게 미워 보일 수가 없었다. 엄마는 멀리 돈 벌러 갔단다. 언제나 물어봐도 집에 엄마가 없단다. 사실은 엄마의 무단 가출인 셈이다. 효진이 아빠는 건축 공사장에 인부생활을 하였는데, 효진이 남매를 낳고선 효진이가 초등 4학년 되던 해에 공사장에서 갑자기 쓰러졌는데 병원에 가보니 이미 간암 3기 였다나 ! 이후 효진이 엄마는 남편 병원비 대랴, 생활비 대랴, 아이들 학교 뒷바라지 하랴....... 배운 기술과 지식이 없어서 부득이 여인의 몸으로 남편이 일하던 공사장에 가서 못 빼는 일을 떠맡아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힘들게 살아도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 `그 먼나라`로 떠나버렸다나....... 효진이는 그래도 얼굴에 티 하나 없이 언제나 사글사글 웃는 얼굴이다. 엄마 없어도 주일학교때부터 예배는 안빠지고 꼭간다나! 학년초 기독학생반에 들어와서는 기도와 찬송에 열심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예배 드리기 앞서 찬양할 때 앞에 나가서 율동으로 봉사까지 하고 있다. * * * * * 그 해 초겨울에(11월말경) 함께 기독학생반에서 봉사하시는 선생님(장로) 한분과 함께 효진이 집에 들리러 갔다. 겨울도 다가오고 해서 추위를 어떻게 이겨낼까 염려가 되어서 가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추워서 연탄을 피워야 하는데 연탄 구멍에는 먼지만 수북히 쌓였고 연탄 한 장도 사둔게 없었다. 밥은 작은 석유곤로로 해먹고 있고..... 마침 동네어귀에 연탄가게가 있어서 오는 길에 가게 아저씨께 연탄 100장 저 위에 아이들 끼리 사는 데 그 셋방 부엌에 넣어달라 하고 우리가 헌금으로 모아둔 돈으로 지불하고 왔다. 쌀도 겨울 나려면 10kg 짜리 너댓포는 있어야 하는데, 당장에 남은 것은 한 되(1.5kg?)도 안되겠기에 학교 앞 동울산 교회 여선교회에 연락해서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돌아 와서는 이내 그 일을 잊어먹고 말았다. 우리가 쌀을 안보내주면 효진이 남매는 굶을텐데도 말이다. * * * * 세월은 어제나 오늘이나 빠르기는 마찬가지!! 두 어달이 후딱 지나가서 긴 겨울방학도 지나가고 말았다. 2월 개학날 갑자기 효진이 쌀 생각이 났다. `아이구야, 절단났다! 효진이 한테 쌀 갖다 준다 해놓고 잊어먹었으니 이거 우짜겠노!` 하면서 동역자 선생님(장로)께 의논해서 그 날 학교 마치고 바로 쌀 두 어포 사서 차에 싣고 급히 효진이 집으로 찾아갔다. 그 동안에 착한 효진이에게 신경 안쓴거 생각하니 너무도 죄스러웠다. 언덕길 오르면서 계속 `주여 잘못했습니다. 저만 잘먹고 잘 지내면서 우리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효진이를 잊어 먹었어요. 누구든지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셨지만 상은 커녕 기독학생반에서 그렇게 착하게 찬양과 율동으로 봉사해온 우리 효진이를 굶도록 내버려 두었으니......이를 어떻하나요...!` 회개기도 하면서 언덕길을 올라갔다.
* * * * 효진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효진이랑 동생이 학교 갔다와서 밥을 꺼내먹고 있었다. 반찬은 바짝 마른 김치 한그릇이다. 내가 대뜸 "효진아, 너 쌀 없어서 어떻했노?" 하니까 천연덕스럽게 하는 말이 "선생님, 아직 쌀 남아 있어요." 하기에 내가 "야, 몇 달 전에 쌀 한 되도 안남아 있었는데 누가 쌀 갔다주었노?" 하니까 효진이가 "아뇨, 남은거 그냥 조금씩 먹었어요." 하지를 않는가!!! 기가 찼다. 사르밧 과부의 기적이 떠올랐다. "너 진짜 그 때 쌀 남은거 가지고 지금까지 먹고 있니?" 하고 놀란듯이 몇번이나 물어도 대답은 여전히 "예" 뿐이다. 그동안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먹을 것은 밥뿐이니 밥만 부지런히 지어 먹었는데도 쌀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쌀독에서 날마다 쌀을 퍼낼 때마다 쌀이 스르륵 채워져 온 것이다, 할랠루야! 쌀독안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만져봐도 보통 쌀독 그대로다. 여집사들 밥 지을 때마다 성미 조금씩 모으면 쌀통에 쌀 안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들어도 한되 쌀로 남매가 몇 달을 밥지어 먹었다는 이야기는 차마 처음이다. 사마리아땅 사르밧 과부의 기적이 울산판 효진이 고아 자매의 기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 * * *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이 나 여호와가 비를 지면에 내리는 날까지 그 통의 가루는 다하지 아니하고 그 병의 기름은 없어지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여호와께서 엘리야로 하신 말씀 같이 통의 가루가 다하지 아니하고 병의 기름이 없어지지 아니하니라[왕상 17;14-16 ]
이민생활 7년차에 나는 아직도 이말씀 붙잡고, 이말씀 체험하면서 나마다 일용할 양식을 채워 주시는 하나님께 감격해하며 살고 있다. 채워 주시는 하나님 믿고서 교회일 있으면 가게 문닫고 교회부터 간다. 엇그제 한인장로교회에서 열린 3.1절 행사때도 온가족이 몽땅 가서 찬양에 참가했다. 막내녀석은 율동을 너무 귀엽게 한다고 사회자에게 불려가서 칭찬까지 들었다.
우리집 쌀통도 언제나 효진이네 쌀통과 같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눈에 띄는 쌀통이지만 그래도 볼때마다 `어이구, 우리 하나님께서 저거 날마다 채워 주시는구나..... 어릴땐 쌀밥 먹고 사는게 소원이었는데 말이야......` 할랠루야!!! |
첫댓글 쾌청한 아침입니다. 어제 행사에 수고 많으셨어요 이렇게 좋은 수필을,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가슴 뭉클한 이야기,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착하고 신앙심 깊은 효진이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건필하십시오.~^^
죠슈아님 드디어 옥고를 올려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삶 속의 따스한 얘가 많이 들려 주이소~!~
Hannah 현남26.08.23 08:00
첫댓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을
효진이를 통해 보여 주심 감사합니다^^
참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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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26.08.24 00:47 새글
주일 아침 잊고 지나쳐 버리기 쉬운 감사와 은혜가 넘치네요.
그리고 따뜻한 신앙 고백이 아름답습니다.
Joshua Lee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