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소중하다
김태경((충청효교육원 부원장)
아침에 눈을 뜬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매일 받는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른다. 창문을 열면 어김없이 햇살이 들어오고,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 사실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삶의 끝자락에 서 본 사람이라면 안다.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귀하고, 아무 일 없이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삶은 거창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차 한잔을 나누고, 길을 걷다가 피어 있는 작은 꽃 한 송이를 바라보는 것,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또 누군가에게서 안부를 듣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이다.
젊은 시절에는 시간이 영원히 내 것인 줄 알았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이루어야 할 꿈도 많았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의 소중함을 뒤로 미루곤 했다. 부모님께 더 자주 전화하는 것도, 친구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도,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도 나중으로 미루었다.
그러나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느 순간 거울 속에 비친 얼굴에서 흰머리를 발견하고, 예전 같지 않은 걸음걸이를 느끼면서 우리는 비로소 시간의 빠름을 깨닫는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은 하나둘 연락이 뜸해지고,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람들의 이름이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부모님이 계시던 자리는 비어 있고, 젊었던 시절의 사진만이 지난날을 말없이 증언한다.
그때 우리는 깨닫는다.
‘내가 살아온 날들이 얼마나 소중했는가.’
삶은 한 번 주어진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단 한 번뿐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돈이 많은 사람도 하루는 스물네 시간이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하루는 스물네 시간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도 늙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늙는다. 결국 인간에게 가장 공평한 것이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나는 삶의 목적이 반드시 거대한 성공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높은 자리에 오르고 많은 재산을 모으는 것도 인생의 한 목표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삶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 가족에게 믿음을 주는 것, 어려운 사람에게 작은 도움을 건네는 것, 내가 가진 경험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 역시 아름다운 삶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얼마나 따뜻하게 살았는가’가 중요해진다.
젊은 날에는 앞만 보고 달렸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썼고,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지려고 했다. 그러나 인생의 뒤편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이상하게도 기억에 남는 것은 물질적인 성공만이 아니다.
어려운 시절 손을 내밀어 주었던 사람의 얼굴, 비 오는 날 우산을 함께 쓰던 친구, 부모님이 차려 주셨던 소박한 밥상, 자녀가 어린 시절 내 손을 꼭 잡고 걷던 순간, 가족이 함께 웃었던 어느 저녁의 풍경 같은 것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결국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소유’보다 ‘관계’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태어나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며 살아간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친구와 이웃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정은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래서 삶이 소중하다는 말은 곧 사람이 소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삶도 소중하다. 나에게는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기다리던 하루일 수 있다. 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지친 사람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따뜻해야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사람의 마음은 오히려 외로워지고 있다. 과학과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때때로 더 멀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한 번 더 안부를 묻고, 한 번 더 상대의 말을 들어주며, 한 번 더 고맙다고 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자녀에게 믿는다는 말을 하고, 친구에게 힘내라는 말을 건네는 작은 행동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삶은 길이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보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짧은 생을 살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희망을 남긴 사람은 오래 기억된다. 반면 많은 것을 가졌더라도 다른 사람의 눈물을 외면하며 살아온 삶은 결국 허무하게 끝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살아야 한다.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 속에서 오늘을 잃어버린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현재의 소중한 시간을 놓친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고, 오지 않은 미래는 아직 우리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오늘 할 수 있는 사랑을 오늘 하고, 오늘 할 수 있는 감사를 오늘 표현해야 한다.
삶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사’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사람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건강할 때는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고, 가족이 곁에 있을 때는 가족의 소중함을 모른다. 친구가 곁에 있을 때는 친구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다가 떠나고 난 뒤에야 그 빈자리를 깨닫는다.
그러므로 ‘있을 때 잘하라’는 평범한 말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깊은 진리인지 모른다.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은 더욱 그렇다. 부모가 살아 계실 때 자주 찾아뵙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야 한다. 효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안부를 묻고, 마음을 살피고, 외롭지 않게 해드리는 작은 정성이 효의 시작이다.
자녀 역시 마찬가지다.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만 앞세우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어야 한다. 가족이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줄 때 삶은 더욱 단단해진다.
돌이켜 보면 인생은 참으로 짧다.
어린 시절에는 세월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지만, 어느새 세월은 화살처럼 지나갔다. 지나간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마음먹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꿈을 버릴 필요도 없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오늘 한 편의 글을 쓰고, 한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고, 한 가지 선행을 실천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하루가 된다.
삶은 나이와 관계없이 매 순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삶은 나만의 것이면서 동시에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행복하면 가족이 행복해지고, 내가 따뜻하면 주변도 따뜻해진다.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좋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
많은 재산을 남기는 것보다 따뜻한 기억을 남기고 싶다. 높은 이름을 남기는 것보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참 좋은 사람이었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싶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고, 내가 건넨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다.
삶은 소중하다.
오늘 아침 눈을 뜬 것 자체가 축복이고,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며, 아직 걸어갈 길이 남아 있다는 것이 희망이다.
그러므로 오늘을 소홀히 보내지 말자.
가까운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자.
우리의 삶은 한 번뿐이다.
한 번뿐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더욱 아름답다.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어제보다 조금 더 감사하며 오늘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인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삶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부족했지만 사랑하며 살았고, 감사하며 살았으며, 나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히 살아왔다.”
그 한마디면 충분하지 않을까.
삶은 소중하다.
그러기에 지금 이 순간도 소중하다.
첫댓글 부원장님 최고 입니다
삶의 소중함좋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