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김장을 거의 내가 해야 했습니다. 사정이 그렇게 되었지요. 우선 김장 재료 배추와 무우, 갓, 쪽파, 대파, 알타리 무우 등을 10평 밭에 심어 가꾸었습니다. 고추는 수확해서 빻아 두었구요. 제법 많이 땄는데 말리는데 실패를 해서 곰팡이가 피어 거의 80%는 버리고 2kg남짓 수확했는데 약 5kg정도를 지인에게서 구해서 고춧가루도 준비되어 있었구요. 배추는 50포기를 심었는데 몇포기 죽어서 40포기 남짓 되었습니다. 배추가 처음에 아주 실하게 잘 자라더니 나중, 포기 안을 무렵부터 떡잎이 지고 결구도 잘 안되고 속이 잘 차질 않습니다. 나중에 지인들께 물어보니 거름이 모자라서 그렇다는 군요. 추비를 좀 해야 한답니다. 그나저나 내가 먹을 것이니 그정도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무우는 너무나 실합니다. 어른 허벅지 만큼 굵고 큽니다. 무우 한 개를 들기 버거울 정도로 잘 자란 무우가 40여개입니다. 제일 먼저 깍두기를 담았습니다. 실한 무우 두어개 뽑아다 깍둑 썰기 해두고 소금 약간 뿌리고 고추가루 슬쩍 뿌려두고 양념 만듭니다. 액젓, 새우젓, 마늘, 생강, 매실청, 설탕, 찹쌀풀 쑤어 고추가루 버무려서 준비해둔 무우와 골고루 섞습니다. 하루쯤 재워 두었다가 맛을 보니 기가 막힙니다.
다음은 알타리 무우 김치 담그기입니다. 10평 밭에 심어 가꾼 알타리무우, 한 두둑인데 꽤 많습니다. 이 알타리 무우는 다듬는 것이 여간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다섯번은 씻고 잎과 줄기 사이 칼로 일일히 도려내고 줄기 칼로 다듬고. 너무 힘들어 나중에는 잎 머리 부분을 잘라내 버리고 뿌리만 갈라놓았습니다. 난 알타리 무우청 별로 좋아 하지 않습니다. 거의 다섯시간을 다듬어서 커다란 다라이에 놓고 소금을 뿌려 재워 둡니다. 두어 시간만 재우면 된다는 것을 나는 짤 못 알고 대여섯 시간을 절였습니다. 이것을 물로 헹군 다음 준비해둔 갖은 양념, 액젓, 새우젓, 마늘, 생강, 양퍄, 쪽파, 갓, 대파, 매실청, 설탕, 소금, 고춧가루 등을 찹쌀가루 풀 쑤어 버무려서 알타리 무우와 잘 버무립니다. 하루 쯤 숙성 시켰지요. 너무 오래 절여서 짜서 못먹을 거라던 주변의 말을 듣고 걱정했는데 막상 먹어 보니 딜리셔스, 맛 쥑입니다.
무우가 너무 많아 서너개 큼직큼직 썰어 작년 김장 김치하고 남은 양념에 버무려 섞박지를 담아 두었는데 이것도 맛이 참 좋슴니다.
이제 동치미입니다. 원래 동치미용 무우가 따로 있어 그 씨를 뿌려 심었어야 했는데 난 그러질 못해서 일반 무우 심은 중에서 좀 작은것, 덜 자란 것들을 뽑아서 10개 정도 준비했습니다. 깨끗이 씻어서 쟁반에 소금 펴고 무우를 굴렸습니다. 이것을 옹기 단지에 넣고 하룻밤 쯤 재워야 되는 데 나는 이것을 또 잘 모르고 두어시간 재우고서는 배, 대파, 생강과 마늘을 편썰기하여 베보자기에 넣고 갓과 무우청을 넣은 다음 소금 물을 붓고 돌로 눌러서 옹기 단지 뚜껑을 덮었습니다. 5,6일 뒤 이것도 맛을 보니 정말로 기가 막힙니다.
이제 본 김장, 배추김치 담그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