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5(화) 비.
그냥 떠나면 되는 거였습니다. 무엇이 그리 발목을 잡기에 길게는 몇 년을, 짧게도 몇 달을 별러만 왔던지. 그런 해파랑길을 드디어 출발합니다. 지난 20일 4박 5일 간다고 짐을 다 꾸려 배낭 지고 동탄역에 갔다가 차표가 없어 그냥 돌아 온 씁쓸한 경험이 있어 일찌감치 예매를 해 두었지요. 비 예보가 잇지반 부산 지역은 안 오는 거 같아서, 또 비가 오더라도 그냥 가기로 합니다. 비로 미루면 또 언제 가랴 싶기도 했습니다. 7시 25분 출발 열차. 아침에 서둘러 집을 나선 게 5시 50분.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휴대전화의 카카오 택시 앱이 영 말을 듣지 않습니다. 로그인을 하라는데 로그인을 하면 안되어 아이디 찾기, 비밀 번호 찾기 해도 영 되질 않습니다. 새로 회원 가입을 해 보아도 안 되고 앱을 삭제했다 새로 깔아도 안 되고 씨름을 하다 결국 성공을 못하고 우산을 쓰고 나섭니다. 버스 정루장 가러 길을 건너는데 마침 택시가 있어 탑니다. 기사는 비 오는데 택시를 부르지 그랬냐고 합니다만 카카오가 말을 안 들으니 어쩝니까하고 말합니다.
동탄역 6시 10분 쯤 밖에 안 되었습니다. 지하 4층 표 사는 곳에서 열차를 앞당겨 갈 수 있는가 물으니 6시 47분 차가 있답니다. 표를 바꾸어 달라니 폰을 보더니 수서 출발로 예약하셨네요 합니다. 늙은이 하는 일이 그렇습니다. 동탄 출발로 표를 산다는 게 수서 출발로 산겁니다. 여하튼 6시 47분 차를 타고 바람처럼 달려 부산역 9시 5분. 지체 없이 택시를 타고 오륙도 해맞이 공원. 준비를 하고 해파랑길 입구를 찾는데 영 헷갈립니다. 해파랑길은 표지가 잘 눈에 띄지 않고 진행 방향이 분명하지가 못합니다. 이번 트레킹에는 이 표지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심지어 3시간을 엉뚱한 길로 알바를 할 정도였습니다. 내가 다녀 본 트레킹 길 중 최악의 표지입니다. 가장 잘된 곳은 서울 둘레길이었습니다.
10시 출발. 우여곡절 끝에 출발한 1 코스는 가파른 나무 데크 계단을 오르는 것이었지요. 해맞이 공원에서 동생말에 이르는 이기대길은 가파른 나무 데크 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내려야 하는 숨찬 구간이었습니다. 이기대의 유래는 무슨 진주 남강 논개 비슷한 설화가 있는데 유래는 분명치 않아 보입니다. 오른 쪽으로 가파른 절벽과 숲 사이로 난 데크길. 나무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 파도 넘실거리는 바다가 환상의 풍경을 보여 줍니다.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어 셀프샷을 하다 탐방객을 만나 인증 샷을 몇 컷 해 봅니다. 4.7KM 거의 두 시간은 걸려 동생말이라는 곳까지 갑니다. 게서부터는 광안리 해변길입니다. 시내 해변길을 걸어 이내 광안리 해수욕장. 점심 먹을 곳을 두리번 거려도 마땅한 곳이 없습니다. 광안리 해수욕장 끝나고 APEC 회관 쪽으로 가야하는데 보이지가 안ㅎ습니다. 사람들에게 물어도 모릅니다. 해파랑길 표지는 보이지 않고 갈맷길 표지만 이어집니다. 갈맷길 표지는 아주 잘되어 있는데 해파랑길 표지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남구청 구역인 이기대 길은 그럭저럭 보였는데 수영구 구역에서는 영 보이지가 않습니다. 수영구 구역과 해운대구 구역은 표지가 잘 없고 기장군 구역은 또 그럭저럭 보입니다. 구청 구역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해파랑 표지는 못 찾았지만 예까지 갈맷길과 같이 왔기에 그 표지 따라갑니다. 길은 지루합니다. 곧게 벋은 방파제 길과 수영강 변을 따라 끝없이 뻗은 지루한 길을 마냥 걷습니다. 2시 36분 간신히 장금이 국수집에서 4,500원 짜리 국수로 늦은 점심을 때웁니다. 그리고 계속 걸어 거의 5시. 수영강 길도 거의 끝나는 길에 건너는 다리가 있고 길은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사람에게 묻습니다. 이젠 APEC회관이 아니라 해운대를 묻습니다. 그랬더니 아뿔싸 저 아래서 건넜어야 한다며 버스를 타랍니다. 해파랑길을 걷는다하니 아래로 주욱 내려가랍니다. 시내를 한참 걷다 이게 아니다 싶어 택시를 탑니다. 세상에나 택시비가 만 원이나 나오는 먼 거리를 잘못 온겁니다. 광안리 해수욕장 끝나는 곳에서 바로 다리를 건너 신세계 백화점, 아이파크 아파트 쪽으로 건넜어야 햇습니다. APEC회관만 찾지 말고 해운대를 물었어야 했습니다. 세상에 그리 힘들게 걸은 세 시간이 알바였습니다.
택시로 미포에 내려 유람선 선착장에서 허탈하게 앉아 있다가 부산 사는 친구 윤사장에게 전화를 합니다. 부산 해운대에 왔다니까 깜짝 놀랍니다. 갑작스러웠으니까요. 그러면서 자기가 지금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린답니다. 해운대로 이사 온다고 하지 않았냐니까 이사 왔답니다. 택시로 오는데 30분 쯤 걸린답니다. 엘씨티 앞에서 반갑게 만납니다. 숙소부터 정하자 하니 집과 연락하면서 호텔을 하나 잡습니다. 숙박료가 5만원이라니 부담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9층 객실에 배낭을 벗어 두고 저녁 식사하자고 같이 나옵니다. 대구탕이나 복국 좋다고 하니 그럴까하다가 그래도 모처럼 부산에 왔으니 회 한 접시는 해야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미포 맨 끝까지 갔가가 그 집은 사람이 많아서 그 다음 거북선 횟집. 대통령이 다녀 간 곳이라고 선전 합니다. 횟집 3층 창가 자리, 전망이 좋습니다. 1인 5만원 회 코스. 맛있는 회와 청하 두 병을 나누어 마십니다. 아주 맛도 좋고 전망 좋고 친구와의 만남이 좋은 럭셔리 저녁을 마치고 숙소 호텔로 돌아와 구마운 친구는 가고 난 곯아 떨어집니다. 이렇게 해파랑길 1코스 첫날 일정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