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동하고 사람에 동하네 귀농 공동체, 장수하늘소 마을 서울, 부산, 수원 등 살아온 터전도 다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방사선사, 영어 선생님, PD, 자영업자로 살아온 환경도 다른 개성 강한 12가구가 같은 뜻을 품고 한 마을을 이뤄 살고 있다. 12가구 중 9가구가 모두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장수하늘소 마을은 대도시의 귀농인들이 만든 귀농 공동체. 장수군에서 순환농업 시범단지를 조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귀농의 뜻을 모은 9가구가 함께 ‘하늘소 영농조합’(출자금 1억4000만원)을 설립해 만든 마을이다. 마을 부지 조성, 전기·수도 시설 정비, 농기계 구입 보조 등 장수군에서 농사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지원하고 마을 주민들은 임대받은 토지에서 농사를 짓는다. 서툰 경운기 운전사, 괭이질 설익은 농부, 아직은 모두 실수투성이 초보 농사꾼들이지만 함께이기에 든든한 사람들. 비슷한 또래, 비슷한 정서의 사람들이 모였기에 나 홀로 귀농이 외롭지 않다. “예전에 남원 시골집으로 이사를 갔는데 주변에 온통 노인 분들뿐이라 대화할 상대가 없었어요.” 아파트에 틀어박혀 사는 거와 무슨 차이가 있나 싶어 얼마 못 가 도시로 돌아왔다는 배옥희씨는 아이들 교육 문제를 귀농 공동체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함께 스쿨버스를 타고 인근의 초등학교로 등하교하는 아이들은 자연에서 뛰어노는 것만도 큰 공부라는 것이 이곳 젊은 부부들의 공통된 생각. 토마토, 양상추, 감자, 고구마, 쌈 채소 등 저마다 일궈낸 수확량이 처음엔 적자를 못 벗어나더니 올해엔 서로 나눠 먹고 바꿔 먹을 수 있을 만큼 수확량이 늘어 따로 시장에 갈 일이 없을 정도라며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 기쁨으로 답한다. 공동으로 퇴비를 구입하고, 고가의 농기계들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어 농사가 한결 쉬워졌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처음엔 하루가 멀다 하고 마을 회의가 열렸어요. 마을의 기본 원칙과 틀을 마련하던 단계라 마찰도 많았죠.” 예상치 못한 갈등 속에 한 발짝씩 양보하는 법을 터득한 장수하늘소 마을 주민들의 농촌에 대한 애정만큼, 마을에 대한 믿음만큼 하루하루 조금씩 영글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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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누기에 능해야 성공한다 같이 잘살아 보자고 간 사람들이 원수 사이가 되어 갈라지는 경우도 여럿 있다. 도시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시골의 정서 속에서 살아가려면 당연히 마찰이 있기 마련이다. 사소한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느라 투자한 노력을 날려버리지 말고 내 쪽에서 양보하면 만사가 편하다. 2 땅을 나눈 후 소유자를 명확히 하라 부지 매입 후엔 반드시 필지 분할을 마칠 것. 지분 등기 형태로 놔뒀다가 일부 회원의 채무 문제로 지분 전체에 압류가 들어오거나 가등기가 설정될 수도 있으므로 재산 관계를 확실히 해둬야 한다. 3 기반 시설을 고려해 부지를 선정하라 기존 마을의 주민 관계를 생각해서 상하수도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 용수량이 전 세대원에게 가능한지, 동호인들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지하수 양을 계산해야 나중에 분란이 생기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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