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 실천 모임’ 출범에 부쳐
-울산 매일에서 만납시다.- 기고문 울산 수목장 대표 조 용 하
우리 인간은 태어나서 일생을 살다가 마지막 떠남을 ‘돌아간다’ 고 한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종교나 개인의 견해에 따라 모두 다르다고들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두 가지로 구분 된다는 것이다. 그 하나는 정신일 테고, 또 다른 하나는 육신이다. 정신은 어디로 가는지를 우린 모르지만, 육신은 덧없는 폐기물로 남는다. 정신을 떠나보내고 육신을 갈무리하는 걸 우리는 장묘, 또는 장사라고 한다.
우리의 장묘 법은 잘은 모르지만, 옛 선조들의 고인돌문화와 같은 문화유적으로 추산해 보면 짐승들을 피하여 매장을 했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불교가 성행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는 화장이 많이 성행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선시대로 들어오면서 유교의 효사상과 풍수지리설에 기인하여 장묘에 대한 가례가 생겨나기 시작하여 시신을 명당을 찾아 모시고 법도에 따라 제례를 올리기 시작한 걸로 보여 진다.
우리나라의 1950년대 이전에는 인구밀도가 극히 적고 사회가 단순한 시기에는 주로 매장을 많이 했다. 국토의 64%가 산으로 구성되어 있는 입지에선 국토와 산림훼손이 그리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1960년대 이후 산업의 발달과 인구증가, 사회의 복잡성에 따른 국토개발이 어우러지면서 우리의 장묘문화가 문제화되기 시작하여 왔다.
아울러 선조의 묘를 쉽게 돌보고, 쉬운 성묘문화를 생각하여 정부가 운영하는 국립묘지나 국군묘지를 본받아 공원묘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옛날에는 성묘라 함은 묘소를 찾아 벌초를 하고, 자연적 피해나 혹시 짐승들에 의하여 훼손된 곳이 있는지를 둘러보는 정도였다. 근래에서처럼 설, 추석명절에 온 가족이 묘소에 제례음식을 차리고 절을 한다는 것은 옛날에는 없었던 걸로 안다. 이렇듯 우리의 생활 문화가 융성해 짐에 따라 장묘문화도 덩달아 변해 왔다.
이러한 문화가 돌아가신 선조님을 잘 모시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잘 지키는 것에는 그 어떤 이유나 반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작금에 보면, 삼천리금수강산이라고 하는 이 나라는 어느새 묘지공화국, 공원묘지공화국으로 변해가고 있어 죽은 사람이 산사람의 생활터전을 엄청나게 침범해 가고 있는 현실이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면 온 산천은 모자이크 식으로 빠끔빠끔하게 흠집이 나있고, 어느 곳에는 벌겋게, 또 어느 곳엔 허옇게 산을 깎아 공원묘지가 즐비하게 만들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토의 1%가 묘지란다. 1년에 20만기의 묘지가 늘어나고 있단다. 연간 여의도(8.4㎢) 면적의 1.5배(12.64㎢)의 산림이 묘지로 바뀌어져 간다고 한다. 후손에게 물려주어 영원히 지켜가야 할 우리의 국토와 우리의 자연을 이 시대의 우리들이 죽은 자들을 위하여 이렇게 파헤쳐도 된단 말인가?
틀림없이 묘지공화국이 되어가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얼마 전 우린 이 문제의 해결책을 납골묘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았으나, 이것 역시 납골공화국으로 가는 길이 되어가고 있다. 호화납골당, 대형납골당 및 가족 납골묘로 해서 온 산야가 석물과 콘크리트로 변해져 가고 있다.
돌과 콘크리트의 온도차에 따른 응축수로 인한 부패로 악취는 물론 벌레들이 생겨나고, 또한 스펀지, 비닐, 종이 등으로 만들어 걸어둔 퇴색된 조화는 정말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또한 서로가 혐오시설, 님비현상으로 지역마다 반대하는 대형납골당을 산을 깎고, 자연을 파괴하면서 까지 만들어야 하는가?
1990년대 후반부터 독일과 스위스에서부터 시작하여, 스웨덴, 영국 등 유럽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에서도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새로운 장묘문화인 <수목장>이 최선의 장묘문화로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수목장은 그 어느 장묘문화보다도 친환경적이며 산자와 죽은 자가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 수목장이란 화장한 골분을 나무 밑에다 묻어서 그 수목과 함께 영생을 함께한다는 것으로 사람은 죽어 자연으로 회귀한다는 섭리에 근거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 관리하는 산림을 이용, 공원화하여 수목장으로 이용하면서 동시에 추모공원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보건복지부에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만들어 2006년 5월경에 입법예고를 하여 현재 국회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여러 지역에서 수목장을 준비하고 있고, 합법적은 아니지만, 영천 은혜사 및 가까운 경주 기림사에서도 수목장을 이미 실시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청에서는 조례를 정하여 수목장을 장려하고 있고, 경북도에서는 포항에 있는 ‘경북도 수목원’을 활용한 대대적인 수목장 준비를 발표하였다. 얼마 전 충청남도에서는 무연고묘지로 즐비한 공동묘지를 개발하여 수목장림으로 만드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그 외 남해와 강원도, 그리고 서울에서도 산골장(散骨葬)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서울 세종문화화관에서 서울지역 ‘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발족하여 수목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한 울산에도 몇몇 인사들이 수목장을 실제로 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우리 울산에서도 오래전부터 수목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지역인사들이 모여 자연을 사랑하고, 우리 고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형 수목장 시대를 열어 미래를 향해 발전해 나가는 <수목장 실천을 위한 모임>의 단체가 지난 3월3일 근로자복지회관에서 그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탄생 되었다.
<수목장 실천을 위한 모임>은 정치적이거나 어떠한 이익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나무와 숲을 사랑하는 마음에 근본을 둔 순수한 모임으로, 특히 지속가능한 숲 가꾸기의 연장선에서 우리는 ‘수목장’ 전파활동을 펼치고자 한다.
앞으로의 지역시민들에게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할 것이며, 홍보지 제작배포, 세미나 개최, 학교 및 사회단체 등의 강의, 시민 서명운동, 조례제정 촉구, 선견지 견학, 사진 전시회 등을 해 나갈 것이며, 아울러 본 단체의 사단법인화도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우리지역에서 수목장을 이용할 장소를 마련하는 일에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의, 실행해 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