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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스캔들 >
♪ bgm :: 알리 - 우리 둘
01. 열애설
“엑소 세훈씨와 열애중인 걸 그룹 마카롱의 레인씨! 모셔봤습니다!”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소리에 나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한쪽 귀에만 꽂혀있는 이어폰을 마저 빼며 눈을 찌푸렸다. 쟤네가 열애설이 언제 터졌었더라? 한 달? 아니 두세 달 전쯤 이었나? 우리보다 데뷔도 한참이나 늦게 했으면서, 데뷔한 지 1년 만에 그들은 5년차인 우리 그룹이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1위 수상 명단에 수도 없이 올랐고, 우린 초청받지도 못 했던 큰 무대에도 서 봤더랬다. 엑소는 그런 대세인 그룹이니 만큼 열애설이 터진 이후로 마카롱의 레인은 항상 ‘엑소 세훈의 여자친구’, 또는 ‘그와 열애중인’이라는 타이틀이 이름 앞에 꼭 붙었다. 레인도 참 어찌 보면 가여운 노릇이었다.
"아직도 레인 쟤 이름 앞에 저거 붙어? 세훈씨와 열애중인~"
"세훈이 오빠 여자친구라고 안 하면 아직도 못 알아본대 사람들이ㅋㅋㅋ"
"세훈인 뭐가 모자라서 레인같은 애가 좋다고 저런... 에휴"
슬기와 승완이가 들고있는 아이스티를 서로의 얼굴에 맞대며 킬킬 대다가 들려오는 레인의 목소리를 비아냥거리며 따라했다. 내가 아는 연예계의 열애설은 거짓과 진실로 나뉘었다. 사실상 연예계에 직접 몸 담그고 있는 나조차도 구분하기 어려울때가 많았다. 기자들은 굶주린 이리처럼 먹잇감을 물기 위해 항상 사냥을 하는데 사냥감이 된 몇개의 기삿거리는 차곡차곡 모아둔다. 몇배의 사냥감을 구하기 위해 풀 시기를 기다리는것이다.
"우리 여주 언니가 죽어도 싫어하는 공개연애~ 아니 언니 좋다는 사람 되게 많은데! 왜 싫어 대체?"
"그러니까 못 해"
수영이가 웃음기 묻은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우리 여주 언니가 죽어도 싫어하는 공개연애. 그 소리에 창 밖을 보던 시선을 잠깐 수영이로 돌리다가 반짝거리는 눈빛에 다시 창밖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아 맞다 마카롱 걔네 이번 신곡 괜찮더라?”
“거기도 참 철판 두꺼워~ 욕 아직도 많이 먹고 있을 텐데 컴백한 거 보니까.”
“누구였지 마카롱... 설희! 그 언니도 이번에 우결 촬영 한다더라.”
“덕 좀 봤네.”
“요새 마카롱 갑자기 뜨더니 요거트인가 젤리인가 아무튼 cf도 하나 들어왔다던데.”
"그 광고 찍는다고 머리 단체로 파스텔톤으로 맞췄다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을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다가 멤버들이 말하는 소리에 순식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우결 이라면 세훈, 그와 같은 그룹인 우리 김준면 오빠가 촬영에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던 그 망할 가상 결혼프로그램? 나는 무관심한척 이어폰의 고무캡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살짝 들어올렸다.
“그.. 흠 뭐냐 그, 준..준면이 오빠는 뭐한대?”
“응?”
멤버들은 일제히 대화를 멈추고 긴 속눈썹을 나풀거렸다. 부담스러운 시선을 참지 못한 내가 눈동자를 굴리며 마른입술을 맞부딪혔다.
“아니 뭐. 그냥 궁금해서.”
우려하던 대로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이던 멤버들이 일제히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아니 그냥 뜻 없이 궁금해서 그런 거라니까?! 진짜야. 아 진짠데. 붉어진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손사래를 치자 뒷좌석에 앉아있던 슬기가 내 어깨를 쿡쿡 찔러댔다.
“어~ 언니 진짜 그 오빠랑 뭐 있는 거 아냐? 이제 인정할 때 안됐어?”
“아 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야 언니야 팬카페랑 기사 댓글 봐도 우리 언니 연애 좀 하라잖아."
"그거랑 그거랑 같니"
수영이의 애교섞인 말이, 준면이 오빠와 나를 엮으려는 그 소리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들키는게 부끄러워서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02. 봄을 좋아하는 여자
“저는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고, 봄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봄이요? 준면씨는 봄 좋아하시나봐요?”
“아 저는 여름 좋아해요. 봄엔 봄 좋아하는 여자가 저랑 손잡고 꽃 보러 가야하니까요. 하하”
어떡해, 어떡해! 긴 생머리! 완전 나 아니야? 그리고 나보다 봄 더 좋아하는 여자 있어? 핸드폰 화면 속에서 준면 오빠가 하는 말에 순식간에 붉어진 얼굴을 손등으로 감추며 다른 한 손으로는 긴 머리를 베베 꼬았다.
"봄을 좋아하는 여자..."
봄이 지난 지 한참이나 지났다지만 가까운곳에서 봄 향기가 진하게 나는 것만 같았다. 아... 세어나오는 웃음때문에 습관적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잠깐 혹시 그 봄향기, 나한테서 나는 건가?(김칫국)
"어 뭐야."
"야! 노크 몰라? 대기실에 노크 없이 이렇게 막 들어와도 돼?"
"아니 혼자 너무 변태같이 웃고 있길래"
서슴없이 문을 열어재낀 녀석은 오세훈이었다. 그래놓고 '어 뭐야'? 허! 이 뻔뻔한 미친놈을 봤나! 여기가 너희 대기실이야? 깜짝 놀라 괜히 언성을 높히자 눈살을 찌푸린 녀석이 곧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냐는듯 내게로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다. "좋은 건 같이 공유하자" 라는 녀석의 잡소리와 함께 말이다.
"닥치고 너 안 나가?! 누구 찾으러 왔는데? 수영이? 슬기? 누구."
"슬기누나. 뭐 준다해서 잠깐 왔는데 왜 김여주만.."
"..야 잠깐 오세훈 그러고보니까 너 왜 나한테만 말 편하게 하냐? 슬기한테도 다 깍듯이 잘 하더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문제가 그거야?"
"자꾸 그딴식이면 진짜 너랑 말 안한다."
날 처음 봤을 때부터 오세훈은 지금까지 줄곧 지 멋대로 말을 놓았었다. 그래서 내가 아마 오세훈이 나보다 선밴줄 알았었더랬지. 가만, 내가 저녀석을 처음 본 게 언제였더라? 뭐 어찌됐건, 슬기랑 다른 사람들한테는 다 말 잘 하더만 나한테만 김여주 김여주. 아주 만만해 보이지?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김여주가 화를 내서 씩씩거리든지 말든지~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은 세훈이가 내 말을 듣는둥 마는둥 대기실을 주욱 둘러보다가 내 얼굴에서 시선을 멈췄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까칠해"
"....."
"선배님?"
'선배님'에 악센트를 넣으며 말하던 오세훈의 표정이 열배쯤 더 건방져졌다. 됐다. 미X놈아.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얼굴을 있는대로 구기며 그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러는 편이 더 나을것 같았지만... 옆에서 작은 숨소리를 내던 오세훈이 고개를 대뜸 내 쪽으로 들이 밀더니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
"혹시, 그 날...?"
"아니야!!!!!!"
김준면 오빠라면 내 기분이랑 상태 먼저 살폈을텐데, 너와 다르게 아주 젠틀하고 담백하게 말이야. 세훈이 너는 뭐랄까... 애기 분유 냄새가 아직까지 날 것 같다고 해야되나? 하..아무튼 오세훈 쟤는 아무리 봐도 진짜 얄미워 죽겠다. 갑자기 빽 소리지르는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오세훈이 움찔 거렸다. 내가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내뱉자 세훈이가 눈을 꿈뻑거리더니 조용히 이렇게 중얼거린다.
"..왜 승질이야.."
"....."
"역시 그 날이야 그 날."
....이 새X 진심으로 미친거 아닐까.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눈을 감고 숨을 들이 마셨다. 몇번의 심호흡을 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거울에 모습을 비춰보며 입고 있는 의상을 괜히 툭툭 털고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빗어댔다. 녀석이 빨리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할 뿐이었다. 거울의 세훈이와 나의 눈이 마주치자 녀석이 시선을 내게서 돌리더니 한 곳에서 멈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선배님 이거뭐야."
"?”
"그렇게 아니라더니"
내 불안한 시선은 세훈이가 들고있는 내 핸드폰 화면에 고정되었다. 손가락을 뻗어 화면의 재생버튼을 누르려던 녀석이 붉어진 얼굴로 핸드폰을 급하게 낚아채는 날 올려다봤다.
“패..팬이거든! 팬이라서!”
“좋아하는 ㄱ..”
“아니 그냥 팬이라고!!!”
"알았어~ 팬."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며 실실거리던 세훈이가 자신의 아랫입술을 혀로 쓸더니 두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곤 녀석이 천천히 긴 두 다리를 쭉 뻗어 테이블 위에 올리며 뭐가 재밌는지 이젠 노골적인 웃음을 보였다. 낮게 소리내서 웃던 세훈이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좋아? 그 형이?"
"아니라니ㄲ.."
"어떤점이."
"....그냥 뭐.."
"....."
"되게 정직하고"
"정직하고?"
"또...음...반듯..하고.. 착실하고.. 웃을때 또 되게 예쁘구..."
"....."
하나 하나 천천히 나열하다 보니 준면이 오빠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내 이야기를 내가 곱씹었다. 오빠의 이야기를 음미하다가 또 한번 오빠에게 심하게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웃고 있었던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말없이 나를 빤히 보고 있는 세훈이의 얼굴을 보자 민망함이 몰려와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을 굴렸다.
"ㅇ,왜 뭐. 뭔데..왜 그렇게 봐. 무슨 생각하는데."
멍한 표정을 짓던 오세훈은 말을 심하게 더듬거리는 날 뭐에 홀린것 같은 표정으로 가만히 보더니 세훈이 또한 머뭇거리며 녀석 답지 않은 어투로 말을 느릿하게 이었다.
"아니 선배 너가 방금 되게..."
"....."
"봄을 닮았다고 생각했어."
03.
한순간의 정적이 꽤 길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정적동안 세훈이의 말을 곱씹다가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준면이 오빠였다. 그리고 또 다시 차오르기 시작하는 오빠 생각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는것 뿐이었다. 눈을 천천히 깜빡거리던 세훈이가 정적을 깨고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형이 요새 연락하는 사람이 선배님 너였어?"
"연락은 하긴 하는데..그냥 어쩌다 아주 잠깐이고..."
"그렇게 좋으면 언론에 그냥 확 보도 해버려. 내꺼라고 그니까 건들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면.."
"아. 레인이랑 너처럼?"
그래 내가 요새 준면이 오빠랑 연락 좀 했지. 요새 흔히들 말하는 우리가 그 뭐냐...썸. 오빠랑 나랑 뭐..대충 썸일걸 아마? ...아무튼 뭐.. 그러다 잘 하면 연애를 하겠지? 아마도? 거기까지는 좋아. 근데 무슨 공개연애..? 아무렇지 않게 말 하는 녀석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표정이 빠르게 굳어졌다. 보도? 레인이랑 너처럼? 그런짓을 하라고?
"세훈아~ 누나가 연예계에 몸 담그고나서 경계하게 된 게 뭔 줄 알아?"
"....."
"우선 세훈이 너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
"....."
"그리고 그런 애들이 일으키는 열애설."
"....."
"이것만 조심하면 평.탄.한 생.활 97%는 보장 할 수 있다고 본다 누나는^^"
어쩌면 내가 이런 마인드라 여태껏 1위를 못한게 맞을지도 모른다. 포유가 나름 두꺼운 팬층을 유지 하고 있다지만 몇년째 순위권 근처를 맴돌기만 했지.. 뭐, 소속사의 압박이 없었던것은 아니다. 한 모 그룹의 회장님이 너희를 마음에 들어하신다 가서 차라도 한 잔 해라부터 시작해서 더 한것까지 많이 있었지만 내가 그러려고 가수가 된 건 아니니까. 여태껏 다 참고 올라온 게 다 물거품이 되는 행동만은 하지 않기로 생각해 왔으니까.
"....."
"그리고 난 신중하고 싶어. 내 열애설로 인해 다른 사람한테 피해 가는것도 싫고."
"그럼 뒤에서 연애할 거 다 하고 숨기다가 나중에 걸리는건?"
"그래서 그 공개적인 니꺼~ 레인인가 뭔가 걔나 신경쓰고 잘 챙기세요 후배님."
아 그래그래 알았어 니 의지 꺾겠다는 것도 아닌데 내가 뭐라니~ 그나저나 너 슬기 찾으러 왔다며 나 이제 혼자 있게 좀 나가~ 얼굴을 구기며 나가라는 손짓을 하자 오세훈이 어이없다는듯 벙찐 표정을 하다가 살짝 열려있는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느릿하게 몸을 반쯤 일으키더니 다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녀석이 뭐라고 중얼거린것도 같았지만 듣지는 못했다.
"....."
"뭐해? 나가라니까?"
"슬기 누나 올 때까지만"
"너 말 자꾸 안들으면 내 마음대로 한다."
"아.. 말 안들으면 마음대로 하면 되는구나, 오늘 연예계 선배한테 되~게 좋은 거 많이 배운다"
"어어~ 그래~ 말 안들으면 마음대로 하면 돼~"
완전히 지쳐버린 내가 말을 늘리며 비아냥대자 녀석의 얄미운 입술에서 이어져서 나오는 오세훈의 건방진 목소리는 나를 완전히 약올리는것에 충분했다. "근데, 뭘 마음대로 할건데?" 하..이 새X가.. 진짜. 한번 해 보자는 건 아니지? 부글부글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에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그럼 내가 나가면 되지. 비켜"
"대기실 그렇게 마음대로 비우면 안 될텐데"
"그럼 너가 나가시라고"
"아 알았어 내가 나갈게"
갑자기 안절부절, 녀석의 눈동자가 바빠졌다. 근데 잠깐 방금 밖에, 준면이 오빠 아니였어? 오빠 목소리 들렸던거 같은데. 살짝 열려있는 문 틈새로 내 시선이 향하자 오세훈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비켜봐 오세훈. 나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헝클어 올리며 문쪽으로 걸어가는데 녀석이 머뭇거리며 나를 따라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오세훈. 방금 맞지? 준면이 오빠."
"....."
"옆에 또 누구 있던 것 같은데..그치?"
방금 준면이 오빠 맞는데 옆에 있던 여자는 누구지? 저 복도 끝 코너 돌면, 비상구잖아. 저기는 왜 가는거래? 응? 비상구 말고 다른곳이 있었나? 복도까지 따라 걸어 나오는 세훈이를 돌아보자 녀석이 대답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세훈이의 지금 그 표정이 대답 대신 이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세훈이 너. 왜 지금 그런 표정 짓는데?
"김여주."
"....."
"....아는 기자 한 명이 오늘 스캔들 하나가 터질 거라고 했어."
"....."
"지금 가지마."
그런 표정 하고 막지마.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서.. 너가 그러면 안 하던 나쁜 생각까지 별의 별 상상까지 전부 다 하게 되잖아. 어떡할거야 너. 눈치를 살피던 세훈이의 시선이 자신없는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프로그램 하나가 끝난듯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점점 크게 들려왔다. 세훈이의 등 뒤로 떠들석한 목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왔다.
"세훈이 너가 이렇게 막으면.."
"....."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 되버리잖아...."
아무일도 아니잖아. 그냥.. 준면이 오빠가 일이 있어서 갈 길 간거잖아. 그냥 정말 아무 이유없이. 무거운 속눈썹을 들어올려 세훈이를 바라보려 시선을 올리다가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어깨선에 내 시선이 멈춰섰다. 꽉 쥔 내 두 주먹이 조금 떨린것도 같았다. 몸을 돌려 복도를 걷는 나를 세훈인 이제 따라오지 않는건지 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제 이 코너를 돌면 바로 앞에 비상구가 하나 있는데...
바로 내 앞에 열려있는 비상문이 바람에의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조금씩 열어졌다. 그리고 제일 먼저 보였던 건, 아까 봤던 계단 저 밑에 언뜻 보이는 파스텔톤의 긴 머리를 한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가 마주한 준면오빠와 여자의 거리가 점점 겹쳐갈때 즈음 오빠의 입꼬리가 기분이 좋은듯 천천히 올라갔다.
"....레인..?"
"....."
내가 낮게 속삭이는 소리에 여자가 깜짝놀란듯 뒤를 돌아봤고, 내 손목이 강압적인 힘에 의해 끌렸다. 그래. 지금 누군가가 나를 붙잡아주기를 바랐지만 그게 너 이길 바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잡고 있는 그 손이 지독히도 따듯했던 게 문제였을까 쉽사리 뿌리쳐지지 않았다. 심장부근이 욱신거렸고 뜨거운 무언가가 목까지 차올랐다. 시야가 뿌옇게 변했지만 날 잡은 사람이 세훈이 너 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내가 가지 말랬지."
"....."
"...둘이 그러고 있을텐데."
"....."
"하여튼 말 진짜 안들어."
"....."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 어떻게 앞으로 평탄한 생활 하실려고 선배님."
"....."
거칠어지는 숨소리와 흩어지는 울음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 손 등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끅끅거리는 딸국질 소리가 몸을 들썩이며 세어나왔다. 숨에 찬 세훈이의 목소리가 조금 화난것도 같았다.
"아까 선배 너가 한 말 기억나지"
"....."
"말 안들으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내 손을 잡은 세훈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지. 라고 말하던 세훈이가 대답도 하기 전에 내 손을 잡은채로 자기쪽으로 가까이 끌었다. 그리고 복도에서 들렸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저 코너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세훈이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잡고있는 손 보다도 더 뜨거운 세훈이의 숨결이 내 입술에 닿았다.
"뭐..하는ㄱ.."
"선배님이 제일 경계하는 거"
뭐?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입술을 뜨겁게 간지럽히는 세훈이의 숨결이, 숨결보다 더 뜨거웠던 입술이 내 입술과 포개졌다. 눈물을 가득 담은 내 두 눈이 확장되었지만 곧 카메라의 플래쉬 때문에 눈이 꽉 감겨졌다. 쉴 세 없이 터지는 셔터 소리가 쿵쾅 쿵쾅 뛰는 내 심장 소리를 덮어줬길 바랐지만 세훈이에게는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온 몸이 긴장된듯 힘이 들어갔다.
녀석의 옷깃을 잡고있는 내 손이, 조금 떨렸을지도 모르겠다.
"....."
"아마 최고의 스캔들이 될 것 같은데"
"....."
"선배님."
< 최고의 스캔들 >
*For you (포유) : 데뷔 5년차 걸그룹
여주(25),수영,승완,슬기
*EXO : 데뷔 2년차 인기 그룹
세훈(22),준면(26),종인,백현,경수,찬열,종대,민석,레이
*마카롱 : 신인 걸그룹
레인(21),설희(20),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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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주행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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