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메이저 부품 업체 발레오가 캠샤프트가 없는 캠리스(Camless) 엔진 공급 계약을 몇몇 메이커와 맺었다고 최근 밝혔다. 발레오 R&D 센터의 한 중역은 “예상대로라면 우리의 캠리스 시스템은 2010년 또는 2011년 양산차에 적용되며, 5년 안에 대중화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초 발레오의 CEO 티에리 모린은 두 개 회사와 캠리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바 있다.
발레오의 캠리스 엔진을 사용할 회사로는 자국의 PSA가 될 것이 유력하다. 발레오는 이미 시트로엥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발레오는 2004년 기준으로 세계 13위에 해당하는 글로벌 부품 업체이다.
캠샤프트 대신 전자석 액츄에이터로 밸브 컨트롤 해
자동차에 쓰이는 모든 엔진의 캠샤프트는 벨트 또는 체인과 연결되어 구동된다. 이 캠샤프트가 회전하면서 차례로 흡기와 배기 밸브를 열고 닫아 엔진의 힘을 만든다. 이런 기계적인 부품들이 구동되면서 필연적으로 마찰 저항이 발생하며 이 때문에 효율도 떨어지게 된다.
▲작년에 선보였던 발레오의 SVA 컨셉트.
발레오가 작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SVA(Smart Valve Actuation)라는 컨셉트로 선보인 캠리스 엔진은 캠샤프트를 없애는 대신 밸브의 개폐를 전자식으로 컨트롤 한다는 것이 기존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캠샤프트가 없어짐으로서 생기는 장점은 대단히 크다. 일단 여러 부품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엔진은 보다 컴팩트해지고 무게도 줄일 수 있다. 또 저회전에서 발생하는 밸브트레인의 마찰 저항도 25% 줄어든다.
크랭크샤프트의 힘을 다른 곳에 뺐기지 않고 오직 휠에만 보내기 때문에 출력과 토크, 연비가 동시에 좋아진다. 연속적으로 가변되는 전자식 밸브 타이밍 덕분에 배기가스도 줄어든다. 실린더의 각 밸브는 모두 독립적으로 개폐가 가능해 소프트웨어만 받쳐준다면 언제나 최적의 효율을 얻어낼 수 있다. 각 밸브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지금의 엔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소음과 진동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회전수의 한계도 초기보다 높은6,300rpm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캠리스 시스템은 캠샤프트 대신 전자석 액츄에이터로 구동된다.
발레오 캠리스 시스템의 경우 밸브 개폐는 전자석 액츄에이터가 맡는다. 이 액츄에이터는 각 밸브의 상단과 밸브 커버 사이에 위치하고, VCU(Valve Control Unit)라는 별도의 컴퓨터와 연결된다.
올해 초 파리 근교의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이 캠리스 엔진의 시승 행사가 열렸다. 이 시승 행사에 나온 2002년식 푸조 406 세단은 흡기 밸브만 전자식으로 구동하는 하프 캠리스 엔진이 장착된 상태.
하프 캠리스가 적용된 4기통 2리터 엔진의 출력은 138마력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최대 토크는 23.5kg.m으로 순정의 19.8kg.m에 비해 눈에 띄는 향상을 보였다. 이는 완전한 캠리스 엔진 성능의 80%라는 것이 발레오 측의 설명. 발레오는 이 하프 캠리스 엔진의 양산도 같이 추진할 계획이다.
완벽한 상용화를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밸브를 전자식으로 구동함에 따른 정확한 개폐 시기와 이에 따른 소프트웨어의 개발, 그리고 코스트이다.
업계에 따르면 4기통 가솔린 기준으로 기존의 시스템을 하프 캠리스로 대체할 경우 추가로 300유로의 코스트 상승이 예상된다. 하지만 발레오는 캠리스 엔진이 제공하는 장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격은 내려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발레오가 밝힌 캠리스의 장점은 연비 20% 향상, 배출가스 20% 저감, 저회전 토크 20% 증대 세 가지이다. 캠리스 덕분에 연료 소모가 20% 줄어든다면 디젤과의 연비의 갭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 하프 캠리스만으로도 15%의 연비 향상을 이룰 수 있고 한다.
코스트와 시스템 정밀도의 숙제 남아
엔진 개발자들은 예전부터 캠리스 기술에 큰 흥미를 보여 왔었다. 캠리스 시스템은 기존 보다 20%의 연비 절감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솔린 엔진의 발전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단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 정도의 장점을 얻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메리트이다. 거기다 캠리스 시스템은 캠샤프트는 물론, 관련된 파츠가 대폭 줄어들어 무게 절감에 효과적이며, 구조도 단순화 할 수 있는 장점도 수반된다.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캠리스 기술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메이커가 발레오 뿐만이 아니다. BMW 역시 완벽한 캠리스 시스템을 위해 많은 개발비를 투자해 왔었다.
BMW V8 엔진의 개발 총책인 크리스티안 벅은 캠리스를 가리켜 “장점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코스트와 내구성이 가장 큰 숙제”라는 말을 남겼다. 또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밸브 액츄에이터가 아닌 센서이다. 현재의 센서 기술로는 기존의 내구성과 정확한 작동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캠리스의 확실한 장점으로는 가솔린(직분사 포함)과 디젤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는 것과 연료의 질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꼽았다.
▲센서를 비롯한 시스템의 정밀도가 가장 큰 숙제이다.
영국의 리카르도 역시 캠리스 엔진을 개발 중이다. 리카르도 파워트레인의 부사장 피터 브라운에 따르면 20%의 연비 향상은 자사 엔지니어들이 예상한 수준을 뛰어넘는 것. 따라서 캠리스 엔진은 리카르도의 프로젝트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리카르도 역시 프로토타입이 나와 있는 상태.
브라운은 캠리스 엔진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만약 컴퓨터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전기적인 결함이 발생할 경우 배기가스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과 밸브 오픈 시기가 늦어지면 피스톤이 밸브를 때려 엔진이 상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KDI EVT라는 이름으로 캠리스 엔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은 4기통 직분사 엔진과 매칭될 예정. 소문에 따르면 내년 출시될 뉴 C 클
래스에 탑재될 가능성도 있다.
오토조인스 한상기 [sangkiha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