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피를 빨아먹을 때는 침 6개를 사용한다. 침을 고정하는 껍데기까지 사용하는 연장이 일곱개다. 침 두 개를 박아서 살을 벌리고 톱날 두 개를 밀어넣어 살을 자르고 혈액응고 방지제를 주입하고 빨대를 꽂아 피를 뽑고 껍대기로 빨대를 고정시킨다. 뭐든 간단하지 않다. 사람은 손 하나로 이것저것 다 하지만 모기는 손이 없다.
공사판에서 노가다라도 해보면 안다. '단도리'라고 하는 사전작업이 만만치 않다. 작업에 앞서 비계를 설치해야 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하나의 일을 할때마다 다섯 가지를 조치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사전조치를 의식하지 못한다. 보통은 다른 사람이 그것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한번 조치해 놓으면 그것을 반복해서 쓰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달릴때마다 도로를 새로 닦는 것은 아니다. 달리고 난 다음에 도로를 원상복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신대륙 황무지라면? 만만치 않다. 해야될 사전조치와 후속작업이 상당하다. 3D 프린터로 집을 짓는다는 논의가 옛날부터 있었지만 큰 의미는 없다. 건축은 사전조치와 사후작업이 만만치 않아서 더하고 빼면 본전치기에 가깝다.
백인이 처음 젓가락질을 배우며 어려워 한다. 손으로 볼펜을 쥐어도 절차가 복잡하다. 손가락 세 개로 볼펜을 쥐고 손아귀까지 네 곳을 사용하는데 손목이 받쳐줘서 겨우 글씨를 쓴다. 손가락 셋 중에 둘은 대칭을 만들고 하나는 축이 된다. 한 가지 작업을 하려면 다섯 가지 수단이 동원된다. 인간은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믿지만 그것은 숙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게 맥가이버나 되어야 되는 것이다.
아기는 간단한 동작도 못한다. 근육을 쓰는 방법이 훈련되어 있지 않다. 특정 근육을 담당하는 뇌세포가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처음에는 소뇌의 여러 부분이 관여한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데도 많은 뉴런이 가담한다. 사공이 많을수록 배는 산으로 간다. 반복훈련을 통해 방해가 되는 자원은 빠지고 담당이 지정되면 투수는 정확히 공을 던지게 된다. 답을 알고 가는게 아니고 처음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서 대충 확률로 때려잡다가 조금씩 방해자를 제거하여 명중률을 높이는 방법을 쓰므로 숙달에 시간이 걸린다. 지식인이 배워서 머리로 안다고 되는게 아니고 현장에서 반복훈련을 해야 한다.
링컨이 말했다. 내게 나무를 베는데 6시간을 주면 4시간을 톱날을 세우는데 쓰겠다고. 남군을 충분히 몰아붙인 후에 노예해방선언을 하겠다는 말이다. 이 순서가 틀리면 북부와 남부 사이에 낀 경계주가 이탈해서 망한다. 노무현은 말했다. 목수가 오전 내내 연장만 벼르더니 오후에 집을 한 채 뚝닥 짓더라고. 개혁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모기는 말한다. 내게 연장 7개를 주면 여섯 개로 살을 뚫는데 쓰고 마지막 한 개로 피를 빨겠다고. 그런데 우리는 모기보다 현명한가?
천안함 사건만 해도 그렇다. 폭탄이 터졌다. 그런데 왜 형광등이 멀쩡하냐? 어휴.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장면이다. 그런데 폭탄이 뭐지? 따지자면 복잡하다. 탄약병 출신은 아는데 폭탄이 그냥 터지는게 아니다. 개스로 터지는게 있고 파편으로 터지는게 있다. 폭탄의 종류가 다양하고 걸맞는 역할이 있다. 전차의 전면장갑 두께가 80센티인데 쇳덩어리에 폭탄이 맞는다고 뚫리겠냐? 튕겨나간다. 소련의 T34가 어지간한 대포알은 튕겨내서 독일군이 판처 파우스트로 잡았다. 대전차 고폭탄의 원리가 모기의 침과 같다. 대포알의 관성력으로 장갑을 뚫는게 아니다. 메탈제트의 열로 쇠를 녹여서 작은 구멍을 뚫고 3천도의 고열을 집어넣는다. 특수한 설계로 탄두가 철판에 달라붙게 만든다. 온갖 잔머리를 굴려서 겨우 뚫는다.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탄이 나온다. 노이만 효과를 이용하여 폭압을 한 점에 집중시키는게 기술이다.
모기는 그냥 피를 빨고, 폭탄은 그냥 터지고, 집은 그냥 짓는다고 믿는 사람과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말해야 한다. 음모론을 떠드는 사람은 이런 내막을 말하지 않는다. 고속기동을 하는 전함이 폭탄을 정통으로 맞아도 두 동강이 나지는 않고 격실이 있으므로 쉽게 침몰하지 않는다. 명중탄과 지근탄을 여러 발 맞고도 밤새 떠 있는 배 이야기는 2차대전사에 허다하다. 배를 침몰시키려면 정확하게 흘수선을 때려야 하는데 이 경우도 배가 두동강 나지 않는다. 순식간에 두 동강 내는 방법은 우주 안에 하나 뿐이다. 좌초는 배가 찢어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안 되고 잠수함이 충돌해도 그렇게는 안 된다. 의심되면 실험해보면 된다. 딱 하나 개스로 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개스는 넓은 면적을 커버하므로 고속기동을 하는 전함을 맞출 수 있다. 개스의 팽창하는 압력이 밑에서부터 배를 들어올리고 배는 공중으로 들어올려졌다가 떨어지면서 자체 무게에 의해 찢어진다. 배를 폭파하는게 아니고 철판을 찢는 것이다. 차력사가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찢는 기술과 같다. 철판을 찢었기 때문에 형광등이 멀쩡한 것이다. 다른 가능성은 전혀 없다.
뭐든 메커니즘이 있으며 메커니즘 위주로 설명해야 바르다. 막연히 폭탄은 터지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과는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없다. 귀신, 초능력, 텔레파시, 괴력난신, 신토불이, 유기농, 음모론 따위 근거없는 개소리가 너무 많다. 넓게 보면 자유, 평등, 평화, 정의, 행복, 윤리, 도덕과 같이 주워섬기는 관념어도 마찬가지고 동기, 목적, 야망, 의지, 의도, 보상 따위를 주워섬기는 심리학적 접근도 마찬가지다. 한 개의 활을 말하면 되는데 백 개의 화살을 들고 와서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모기가 피를 빨아도 연장 일곱 개를 쓰는 판에 그런 내막을 일일이 적시하지 않고 막연한 주장을 하면 안 된다. 왜? 비겁하잖아. 자신이 사태를 규명하지 않고 나는 의심할테니 네가 해명해라는 식의 갑질을 일삼는다. 낱낱이 해명하면 듣지도 않고 다른 의심으로 돌려막기를 반복한다. 사람을 애먹이려고 애먹이는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더 적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자가 이기는 것으로 룰을 정한 다음 나는 머리를 쓰지 않고 너로 하여금 머리를 쓰게 만들었으므로 내가 이겼지롱 캬캬캬 하고 조롱하는 것이다. 이겨먹을 목적을 가진 자와는 대화하지 않는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