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은 하찮아 보이고 큰 것은 좋아 보이십니까?
임희모 교수 (선교학)
동문 여러분, 이런 저런 일로 모교를 방문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 때 학내에서 “서서평 선교사” (Elisabeth J. Shepping, 1880-1934)에 관한 세미나 포스터나 학술대회 현수막을 보셨습니까? 혹은 전국적 언론이나 지역 방송, 신문에서 “서서평 선교사”에 관한 기사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서서평 선교사, 이 분이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이제야 알려지고 있습니다만, 우리 동문들의 20% 정도는 서서평 선교사의 이름을 들었거나 보았거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분에 대하여 20여 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2009년에야 “선교사 서서평과 한일장신대학교의 선교적 영성”이라는 논문을 썼습니다. 이것은 국내·외에서 논문형식의 처음 글이 됩니다. 서서평 선교사 내한 100주년이 되는 2012년부터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차츰 알려졌고, 금년 9월 17일 익산삼일교회(진영훈 동문 시무)에서 (미안하게도 변동되었습니다: 금년 10월 1일 한일장신대학교 진리관에서) 제7차 서서평 학술대회가 열립니다. 차제에 동문들께서 많이 참석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아시겠지만, 서서평 선교사님께서 우리 대학교의 전신인 이일학교를 세우셨습니다. 1920년 당시 선교사들과는 다른 “영적이고 실천적인” 여성리더십을 기르고자 큰 비전을 품고 1922년에 이일성경학교 (The Neel Bible School)를 시작하여 일반교육과 성경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간호선교사로 오신 서서평은 간호선교, 교육선교, 교회개척, 사회구제, 사회봉사와 변혁 선교를 수행했습니다. 1934년 6월 26일 지병과 영양실조로 임종하자, 당시 민족신문인 동아일보는 6월 28일자 사회면 특집기사 세 개를 실었고, 29일자 “위대한 인류애 – 서서평씨 영전에”라는 사설은 “불운에 우는 여성들을 상대로 일생을 보냈을 뿐 아니라 자기자신이 그들의 한 사람이 되어서 보리밥 된장국에 고무신을 끌고 다니면서 일신의 안일을 초개같이 알았다. ...”라고 추모했습니다. 기독교를 비판한 동아일보가 서서평 선교사를 이례적으로 보도하여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이일학교와 섬김의 도를 홍보하였습니다.
평소 서서평 선교사님은 “Not Success but Service”(성공이 아니라 섬김입니다!) 라는 좌우명을 마음에 깊이 간직하여, 예수님의 제자로서 성경말씀을 실천하고 하나님께 헌신하며 일생을 마쳤습니다. ‘성공’이란 가시적으로 큰 교회, 넓은 선교지, 큰 사택, 많은 업적 등을 이루기 위한 거짓과 위선, 모략과 악행 등을 말한다면 ‘섬김’이란 지극히 작은 자의 영혼구원, 가난하고 차별받고 소외받은 거지, 장애인,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존중, 긍휼과 나눔 등 진실된 헌신을 말합니다. 서서평 선교사는 하나님에 대한 헌신과 섬김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자신이 한국에서 실천한 선교와 교육과 사회봉사를 통하여 우리에게 강조하여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물질화된 가짜 복음을 성공주의로 포장하여 신앙인처럼 사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우리 한일장신대학교 동문들은 서서평 선교사가 실천한 진정한 섬김을 통하여 한국사회에 복음을 전하고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는 일에 전심을 다 쏟아야 할 것입니다. 서서평 선교사가 목숨을 바쳐 섬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동문과 가정 및 사역현장 위에 충만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