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을 바라보며
진실한 불자인 해병 동기와 둘이서, 지난 2018년 9월 27일 출국해 50여 일간 선답자들의 수행담을 벗삼아 티벳 라싸의 포탈라궁, 수미산 카일라쉬 순례, 자다현의 구게왕국 탐방(24일)과 네팔 랑탕지역, 쿰부히말라야지역, 할렘부 산촌 트레킹 마치고(1개월) 무사히 집에 안착했다. 여행은 어떤 틀이나 방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현지에 도착하여 내 취향과 체력에 맞춰 일정을 만들어 가는 재미를 고려하여 항공권과 칭창열차 예약, 티벳 여행 허가증( 가이드 포함 )만 발급받아 떠났다.
티벳 수미산 불교 성지 순례를 위해, 상해에서 환승 후 란조우 공항에 내렸다. 이틀간 근교 병영사 당나라고승 수행처와 호수 관광을 즐겼다. 란조우에서 칭짱열차로 이틀을 한번 쉬고 달려, 티벳 수도인 라싸(3800m)에 도착하여 고산 적응으로 2일간 시내 관광하며 휴식을 취했다. 고산증은 예측할 수 없다고는 하나, 저녁에 호텔 객실에서 링거와 산소공급 마스크형 분사기 체험은 가장 티베트스러운, 신선한 경험 중 하나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산소의 가치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깨닫게 된 것 역시 티베트 탐방 중 무형의 소중함이라 하겠다. 라싸의 포탈라궁과 조캉사원, 댱슝의 남쵸호수, 장체 백거사 사원, 시가체의 타쉬룬포사원, 라체, 마나사로바 호수를 거치면서 직접 관공서에 들러 허가증을 다섯 번이나 신고한 후(공산 국가) 다르첸에 도착하였다. 다르첸 직전 조금 못가서 위치한 마나사로바 호수는 해발 4586m에 자리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담수호로, 티베트의 남쵸, 암드록쵸와 더불어 3대 성호(聖湖)로 손꼽힌다. 마야부인이 이곳에서 목욕재계하고 태몽을 꾼 후에 부처님을 낳았다는 설화가 전해지며 일명‘우주의 자궁’으로 신성시 된다. 근대에는 인도의 국부인 마하트마 간디의 유해가 유언에 따라 이곳에 뿌려졌다고 한다. 때마침 인도인들이 목욕재계하고서 상반신만 남겨놓은 채 기도 의식을 하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바지를 힘껏 걷고 마나사로바 호수의 성수를 한 모금 마시고 머리를 씼었다.무언가가 속세의 숙업을 정화한 듯 새로운 나로 재탄생하는 느낌이었다. 다르첸( 라사에서 서쪽 2000km)에 소재한 수미산 둘레 53km 2박 3일 순례가 시작 되었다. 추운 새벽에 순례 시작할 때 약식으로 오체투지 3배를 마친 후, 해발 5760m 될마라 고개마루의 타르쵸 근처 돌무더기에 옷도 묶어 바람에 날려 보내고, 업장소멸 기도 후 추워서 바로 하산하여 소위 “카일라스 Out 코라” 일주를 마쳤다. 티벳인들에게는 카일라스 코라는 오체투지를 통해 현생의 죄업을 씻고,내생의 안녕과 해탈을 기원하는 곳으로 죽기 전에 반드시 참배하는 성지이며 순례의 종착지다.
카일라스 코라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다시 신비의 구게왕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구름도 쉬어간다는 5510m의 아이라고개 정상에 올라 자다 토림의 장관을 조망한다. 말 그대로 흙산이 풍화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흙의 숲인데, 마치 화성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신비한 풍경이다. 미국 그랜드 캐넌에 버금가는 웅장한 자연은 신과 자연의 합작품이자, 흙이 빚은 조각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옛날 이 왕국은 실크로드와 차마고도가 교차하는 무역과 교통의 요충지로 사금과 암염의 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번영을 구가했다. 그런 서부 티베트의 맹주인 구게왕국이 어느 날 갑자기 연기처럼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것은 하나의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 거의 한국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다현의 구게왕국까지, 2,400km 대장정 내내 해발 5000m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영혼의 눈을 지닌 채, 안분지족하며 내세관을 굳게 믿는 티벳인들의 무소유의 성스러움을 몸소 체득했다. 지금껏 한국인이 겨우 100여 명만 지나갔다는 티벳 지룽이라는 국경 마을을 어렵게 통과한 후, 비로소 히말라야 쿰부지역 한달살이 네팔에 입성했다. 이제 대충이나마 아침 6시 기상 7시 출발을 꼭 지켜야 일정을 맞출 수 있다. 날씨도 낮에는 영상 10도 밤에는 영하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 짚차로 40분 이동하여 해발 1600m인 네팔 샤브루베시로 넘어와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님도 다녀가셨고, 아름답기로 유명하여, 주로 서양인들이 선호하는 랑탕계곡 트레킹(1주일) 장도에 올랐다. 랑탕(Langtang) 트레킹은 샤브루베시(Syabrubesi)에서 출발한다. 트레킹 동료인 포터 두명이 힘든 내색 없이 번쩍 짐을 드니 그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랑탕 트레킹을 걷다 보면 소와 좁교와 마주치는 건 일상! 이들에게 가던 길을 내어주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네팔의 일상을 엿본다. 특히나 2015년 지진으로 한마을이 통째로 주민과 함께 묻혀버린 곳을 지날 때엔 숙연했다. 세계 제일의 트레킹 경관을 자랑하는 랑탕 강진 곰파(사원) 트레킹를 끝내고, 다음날 새벽 5시에 기상하여, 간단한 간식과 보온 장구를 챙겨, 최고봉인 해발 4,984m인 체르코리(독수리 언덕이라는 뜻)를 7시간의 사투로 완등하고, 랑시샤카르카의 긴 빙하 협곡을 추위에 떨며 13시간만에 빠져 나왔다. 다음날 7일간 고소증의 아픔도 잊고 하산 길 내내 룰라룰라하며 가볍게 내달렸다. 도중 양지녁 잔디밭에 누워 청청한 하늘 바라보다 한참동안 눈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 춤추듯 행복했습니다. 여행의 진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신의 눈을 간직한 채 오직 태고의 신비함을 성자처럼 받들며, 자자손손 원시적 삶 방식대로 살아가는 네팔인의 순수함을 배웠습니다.
샤브루베시로 다시 내려와 화산수 노천탕에서 몸을 다스린 후, 다음날 밤부에서 톨로샤브로로 접어들어 새로운 코사인쿤드, 할렘부를 향해 편안한(?) 산촌 관광을 시작헀다. 야크 치즈 마을인 신 곰파와 해발 4380m 시바신의 휴식처인 코사인쿤드 호수를 넘었다. 6일 동안 할렘부의 아름다운 산촌 풍광( 패디, 곱테, 다르케강, 카카니)을 즐기며, 렘람치에 도착하여 길거리에 서서 요기하자마자, 여덟 시간 버스타고 카투만두로 다시 나왔다. “축제” 한국 음식점 주인 소개로 티벳호텔에 여장을 푼 후 타멜거리에서 3일동안 실컷 볼거리, 먹거리, 쇼핑으로 호사를 누렸다.
다시 경비행기(18인승)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활주로 길이 396m) 루크라 공항(2830m)에 도착, 7일동안 남체바자르(3450m,세르파의 본향), 쿰중(에베레스트뷰 호텔 소재),탱보체, 팡보체 (엄홍길휴먼스쿨),딩보체,추쿵,로부체 지나, 5140m에 위치한 고랍색에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신새벽에 5540m인 칼라파트라( 에베레스트 뷰가 일품 )를 오른 후, 5364m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에 다녀왔다. E.B.C 트레킹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전에 EBC 정상 돌무더기까지 가서 저 멀리 전문 산악인의 텐트촌만 볼 수 있을 뿐 일반인은 못 들어 가는 여정입니다.. 듀크라에서 하루를 쉰 후, 쓰리 라 (5535m 콩마라 패스, 5420m 촐라 패스,5550m 랜조라 패스)에 도전하여 먼저 추쿵 콩마라 패스를 마치었다., 이틀 동안 하염없이 빙하 계곡을 건너, 간혹 크레버스도 지나고 칼날 얼음꽃 천지(넘어져 십년감수 아휴) 경사면을 40분 정도 살얼음과 바람에 맞서서 기어 올랐다.드디어 촐라패스에 성공한 후,당락 롯지에서 하루 쉰 후 산사태가 비일비재한 빙하계곡을 어렵사리 통과하여, 4800m 호수의 마을 고쿄에 도착 고쿄리를 다녀온 후 휴식을 가졌다. 고꾜 호수의 옥빛 애머랄드빛 아침 햇살은 너무나 환타지였다.여기서 럔조라 패스를 뒤로 미루기로(다시 오기 위한 묘책) 합의했다. 귀국 항공권을 비꾸기 어려워, 루크라 발 경비행기 예약표도 취소하고, 초오유 볘이스 캠프 입구인 고쿄에서 출발하여 마체르모, 돌레, 남체바자르를 통과, 붑사, 팍신, 살레리까지 아침 6시부터 5일 동안 매일 고도차 1500m 높이를 오르내리며, 12시간씩 130km를 걸어 내려오는 무모한 고난의 대행군을 마칠 수 있었다, 이는 오로지 친구와 세르파 3명이서 극적 반전의 의기투합 덕택이다.
5000m의 희박한 산소 속에서 잠 못 이루는 7일간을 견디었으며, 4000m급 높이에서 한달살이도 마음챙김으로 잘 이겨냈습니다. 그 결과 몸과 마음이 너무 맑아졌음을 실감합니다.
83세 일본인 할아버지의 5000m 딩보체 뒷산인 낭가카르카 봉우리를 등정하는 강인함과38세 독일 여인의 오지마을 어린이 보살핌과 76세 미국인의 4000m 이상 롯지에서 일주일째 쉬며 여유롭게 독서하는 모습과, 4500m의 마을에서 십 오년째 홀로 자원 의료봉사한다는 75세 스위스 치과의사의 지고지순한 삶의 가치를 실현함에서 성자스런 숭고함도 배웠습니다.
사람은 평생 동안 삶의 여행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장소가 있습니다. 그 장소는 지식(머리)에서 마음(가슴)까지이며, 마음에서 다리(실천)까지 가는 여행입니다. 이번 여행도 머리와 가슴을 비우고, 여유를 벗삼아 천천히 걸으며 실천한 순례자 여행이었습니다. now and here ! 두 다리로 걸어가는 실천 여행!
최소 2년마다 한달살이로 지속적인 국내외 트레킹을 떠나 봅시다. 심신의 건강한 노후 대책의 지름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짐을 잠시 내려놓고 방하착(放下着)합시다. 한국인들은 너무 쉽게 늙은이로 주저앉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두려워 마시고 도전해 봅시다. 반드시 새로운 신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반드시 영혼의 맑음을 느낄 것입니다. 반드시 새로운 몸신으로 재탄생하실 것입니다.
‘네팔병’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한 번 히말라야에 다녀오면 반드시 또 가고야 만다(2번)는 불치병이란다. 여정의 험난함과 육체적 고통 속에서 누리는 영혼의 자유로움, 온전히 자기 자신과 만나는 특별한 순간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