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편지를 띄우게 됐네요. 우리의 시작이었던 10 월 3 일을 기준으로 참 많은 가족들과 인연들을 만난 것 같습니다. 아, 근데 멋지게 시작하긴 했는데 무슨 말을 적어야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 이런 말투 어색해서 맨날 보고서도 엉망으로 쓰고 그랬는데. 역시 사람은 갑자기 바뀌면 안 되나 봐요. 무게 그만 잡고 그냥 여러분이 제 앞에 있다 생각하고 하고 싶었던 말들은 차근차근 꺼내볼게요.
우리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죠. 좋은 일들이 대부분이었고 같이 있으면 웃을 수밖에 없는 그런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처음에는 신분이 사라지고 우리를 사랑하던 사람들 속에서 떠나야 했지만 결국 우리는 다른 이름의 새로운 가족들을 만나게 됐잖아요. 저는 그게 정말 좋았어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야 되는 사실은 늘 싫었지만 여러분들을 만나는 건 항상 즐거웠을 정도로. 사소한 일이어도 다들 쪼르르 모여서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았고, 가끔 다른 재밌는 꿈을 꾸면서 다른 모습의 우리들을 마주하는 것도 행복했어요. 꺼내고 곱씹을수록 우리한테는 정말 좋은 일밖에 없었다. 그쵸.
오늘도 어김없이 눈을 뜨자마자 익숙하게 우리 집을 찾았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서글펐어요. 300 일 넘는 시간 내내 당연하게 했던 일이라 그런지 한순간에 사라지니까 헛헛함을 어떻게 채울 수가 없더라고요. 피난처가 없었으면 아마 눈도 못 뜰 정도로 엉엉 울다 잠들었을 거예요. 그 정도로 소중한 존재로 제 안에 뿌리를 내리셨네요, 우리 가족들아. 부르면 부를수록 가족이란 단어가 우리한테 어색하지 않아서 좋아요. 솔직히 우리가 가족이 아니면 뭐겠어요. 당연하게 같이 있을 미래를 그리게 되는데. 전 오늘부터 크리스마스 올 때까지 달력 표시하면서 살 거예요.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지금 완전 뒤죽박죽입니다. 웅변 대회 처음 나간 초딩이 된 기분. 근데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사랑한다는 말 아니겠어요? 정복 출근이라는 사칙도 어기고, 기껏 정한 요원명은 흐린 눈으로 보고 각자의 이름을 열심히 부른 우리 금쪽이들아.
우리 세현이, 우리 이안 언니, 우리 희재 삼촌, 우리 하나, 우리 희서 언니, 우리 이한 오빠, 우리 해담이, 우리 도진 팀장님, 우리 찬호 아빠, 우리 범재, 우리 별이, 우리 세영 오빠, 우리 선아, 우리 세정이, 우리 태한 오빠, 우리 광채 언니, 우리 바다, 우리 연우, 우리 태석 오빠, 우리 태웅 오빠, 우리 석현 팀장님, 우리 가희 언니, 우리 이설 언니, 우리 혜주 언니, 우리 보현, 우리 나비, 우리 영이 언니, 우리 인재, 우리 정훈 오빠, 우리 호련 언니, 우리 도혁이, 우리 태윤 선배, 우리 준우 선배, 우리 지찬이, 우리 정의 삼촌, 우리 은서 언니, 우리 치영 팀장님, 우리 이라 언니, 우리 연희 언니, 우리 체리, 우리 소림이, 우리 우현 오빠, 우리 유진 오빠, 우리 효민 오빠, 우리 준호 선배, 우리 사훈 아빠, 우리 우진 학생, 우리 성혁 오빠, 우리 양이.
오래 기억할 내 가족들 이름. 천나비로 시작해서 우리 나뵤로 끝낼 수 있게 사랑해 준 당신들을 나도 아주 오래 사랑할 거예요. 멀리 떨어진 사람들도, 아직 곁에 남은 사람들도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그럴만한 사람들이니까. 함께 보낸 계절들을 곱씹으며 새로운 계절들을 씩씩하게 보낼게요. 여러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같은 집에 있을 수 없지만 여전히 같은 하늘 아래 있으니까요. 사랑합니다, MIB.
_ 애정을 가득 담아, Agent C. 천나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