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의 오름과 동물
(1) 제주의 자생동물
제주도 전설에 ‘제주도에 산(오름)이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온갖 동물들이 다 살고 있을 텐데, 99개 밖에 안 되어 그러지 못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냥 듣고 웃어 넘겨버리기에 아까운 상징적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그 속에 제주도의 동물계의 생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 살았던 동물 중 근거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것은 아무래도 서귀포층 패류화석이고, 다음에 빌레못 동굴의 황곰뼈이다. 황곰뼈는 구석기 유물과 같이 남아 있는 것으로, 간빙기의 연륙설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제주도는 약 150만년의 역사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화산섬이어서 처음부터 토박이 동물이 서식하지 못했고, 간빙기를 거치면서 그런대로 조건이 성숙되어 가깝게 물을 건널 수 있는 포유류나 파충류 등속이 옮겨와 살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조류들은 멀리 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지나가다 둥지를 틀고 기후에 적응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한반도와 격리되어 있다 보니, 여러 동물들 중 모주둥이노린재, 제주양코스키딱정벌레, 제주풍뎅이, 제주은주둥이벌, 참뒤영벌과 같은 특산종으로 변모한 것으로 연구되었다.
제주도는 위치상 동북아 지역의 철새 이동로에 자리하기 때문에 철새들의 도래, 기착, 월동 및 번식지가 되고 있다. 제주도의 조류는 모두 281종으로 밝혀졌으며, 이중에서 철새도래지와 해안 지대에서 서식하는 종을 제외하고, 한라산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종은 160종에 이른다. 텃새 33종, 겨울철새 30종, 여름철새 31종, 나그네새 34종, 길 잃은 새 32종이 고루 분포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종은 모두 19종이다.
희귀 및 위기종은 대부분 맹금류로 매류, 수리류이며, 특히 올빼미과인 수리부엉이, 칡부엉이, 쇠부엉이, 소쩍새, 큰소쩍새, 솔부엉이, 올빼미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텃새는 매, 황조롱이, 꿩, 멧비둘기, 큰오색딱다구리, 굴뚝새, 휘파람새, 박새, 곤줄박이, 어치, 까마귀, 큰부리까마귀 등이다. 큰오색딱다구리는 제주도의 상징새로 해발 700m 이상의 낙엽활엽수에 구멍을 파서 번식하고 있으며, 굴뚝새, 까마귀류는 산 정상에서도 흔히 눈에 띈다. 여름철새로는 천연기념물 제204호로 지정된 팔색조(Pitta brachyura)가 매년 도래하여 번식하고 있으며, 희귀종인 청호반새, 되찌빠귀 등도 관찰된다.
(2) 오름에 사는 동물
오름에 사는 동물을 살필 수 있는 자료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탐라순력도’ 중 ‘교래대렵(橋來大獵)’이다. ‘탐라순력도’는 1702년 이형상(李衡祥)이 제주목사 재직 시 행했던 탐라순력과 여러 가지 행사 내용을 41면의 그림과 기록으로 남긴 보물 제652-6호이다. ‘교래대렵’은 정석비행장 주변에서 그해 10월 11일(음)에 사냥한 그림인데, 사방에 오름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많은 병사를 동원하여 겹겹이 에워싸 활로 쏘거나 생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날 잡은 내용은 사슴 177마리, 산돼지 11마리, 노루 101마리, 꿩 22마리였다.
이 중에 사슴은 멸종되어 외지에서 들여와 목장에 가두어 기르는 것이 있을 뿐이다. 다만, 멸종위기에서 보호되어 그 개체수가 불어난 노루만이 오름을 찾는 탐방객들을 즐겁게 한다. 그러고 보면 오름을 근거지로 살고 있는 포유류 동물은 노루, 오소리, 족제비, 박쥐, 쥐 등인데, 다람쥐는 이제 와서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특이한 것으로는 사육하던 멧돼지가 우리를 탈출하여 야생화된 것과 기르던 개가 야생으로 변해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
조류는 높은 산에 가서 음식을 내 놓았을 때 날아드는 까마귀, 바농오름을 중심으로 머물러 산다는 독수리, 그리고 숲 깊숙한 곳에 갔을 때 ‘딱딱’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것은 오색딱따구리이고, 그 외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에는 매, 까치, 꿩, 산비둘기, 직박구리, 동박새 정도이다. 가끔 오름과 조금 떨어져 있는 못에 원앙이나 왜가리를 확인할 수 있다.
람사습지인 물영아리의 양서·파충류와 희귀동물을 환경부 탐사반에서 조사한 것을 보면, 청개구리, 참개구리, 도마뱀, 도룡뇽, 누룩뱀 외 양서류 총 2목 3과 37개체와 파충류 1목 3과 15종이 발견, 채집되었고, 도룡룡과 누룩뱀 2개종은 보호 필요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물영아리에서 조사한 것을 보면, 늪지를 중심으로 잠자리 종류로는 노란실잠자리와 청실잠자리가 나타났는데, 환경부 조사에는 가는실잠자리, 베치레잠자리, 깃동잠자리도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풀에 사는 곤충으로는 베짱이와 사마귀, 풀무치, 메뚜기, 물속에서 물장군, 둥글물벌레, 송장헤엄치게, 소금쟁이, 흙에서 노린재, 딱정벌레, 먼지벌레, 풍뎅이, 소똥구리가 조사되었다. 이 중 물장군은 환경부가 지정한 1998년도 보호대상 곤충이라고 한다.
제주에서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은 모두 다섯 곳인데, 제주물영아리오름 습지는 물장군과 맹꽁이 등의 서식지로, 제주물장오리오름 습지는 팔색조, 삼광조 등이, 제주1100고지 습지는 멸종위기종 및 희귀종이, 제주동백동산 습지는 지하수 함양률이 높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곶자왈지역으로, 그리고 이번에 지정된 숨은물벵디는 식충식물인 자주땅귀개, 두견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오늘의 답사지
(1) 안세미(명도오름, 안생이, 조리세미오름, 형제봉, 明道岳)
① 소재 : 제주시 봉개동 산2번지 일대
② 현황 : 표고 396.4m, 비고 91m, 둘레 1,718m, 면적 174,311㎡, 저경 584m. 말굽형.
③ 특징 : 오름 사면은 전체적으로 해송, 상수리나무, 삼나무, 아카시아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을 이룬다. 동쪽사면 기슭에는 대나무 숲이 있고 화구 안부 쪽은 자연림을 이룬다. 화구방향 오름 기슭 자락에 보호 시설이 잘 갖추어진 ‘조리세미(명도암물)’라는 맑은 샘이 있으며, 이 샘은 제일 위로부터 음료수에 이어 쌀, 채소 따위를 씻는 곳, 빨래하는 곳, 마소에게 물을 먹이는 못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분화구는 북동쪽으로 벌어진 대형의 말굽형 화구를 이룬다.
④ 식생 : 주요 식생은 해송, 상수리나무 등 잡목으로 숲을 이루고, 화구 안부에는 자연림을 이루면서 화구방향 북동쪽에는 조그만 못이 있다.
⑤ 이름의 유래 : 오름 기슭에 ‘조리세미(명도암물)’라는 샘이 있는데, 이 샘과 마을을 중심으로 ‘안과 밖’을 구분하여 붙인 이름이며, 나란히 있어 ‘형제봉’이라고도 부른다.
⑥ 가는 길 : 봉개동 명도암 마을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명도암 관광휴양목장 가기 전 서쪽으로 난 골목길로 진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