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의 행진
박미정
솔미는 여느 날 같이 아침 운동을 나왔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들고양이의 행진을 또 보게 해달라고 마음 속으로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들고양이의 행진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 네 마리를 오종종 달고 아파트 화단 속으로 행진하는 모습은 참으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아빠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솔미는 아빠와 함께 살지 않습니다. 엄마와 단둘이 살지요. 가끔씩 엄마에게 아빠가 보고 싶다고 보채면 엄마는 어두운 표정을 하셨습니다.
'돌아가시지도 않았다는데 아빠는 지금 어디에 계실까'
솔미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들고양이 가족도 돌아오지 않은 아빠를 기다리다가 찾아 나선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저녁이었습니다. 아파트 배란다 너머로 고양이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습니다. 솔미는 현관문을 열고 화단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아! 기다리던 들고양이 가족이 아빠와 함께 돌아왔네'
어느새 새끼고양이도 몸집이 훌쩍 자라 하마터면 몰라 볼 뻔 했습니다. 솔미는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좋아했지요.
"아빠를 찾아서 함께 왔네. 보고 싶었어."
"야옹 야옹 야아 옹"
고양이들이 솔미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합창을 했어요.
아빠 고양이는 흑갈색 무늬의 옷을 입은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솔미는 자신도 모르게
'우리 아빠도 잘 생겼을거야'
솔미는 여지껏 아빠 사진마저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주춤했던 소나기가 다시 쏟아집니다. 아빠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를 온 몸으로 품으며 빗줄기를 막아줍니다. 엄마 고양이도 행여나 새끼 고양이가 다칠세라 전전긍긍 어쩔 줄을 모릅니다.
집으로 돌아온 솔미는 그날 이후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고 기침이 멈추지 않았지요. 엄마는 병원을 오가며 솔미를 보살폈지만 차도가 없었습니다. 급기야는 고열로 입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우리도 고양이처럼 아빠 찾으러 가요. 고양이 가족들도 아빠를 기다리다가 긴 여행 끝에 아빠랑 함께 돌아왔단 말이에요."
솔미의 왕방울 같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그래, 솔미가 빨리 나아야지 아빠 찾으러 가지!"
"정말이지 정말!"
솔미는 엄마의 약속에 차츰 기운을 차렸습니다.
퇴원 하는 날, 솔미는 날아 갈 듯 기뻤습니다. 더 이상 솔미를 실망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엄마는 솔미 아빠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솔미가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군요. 잠시라도 만났으면 좋겠어요"
솔미 아빠도 전화를 기다린 듯 반가워했습니다.
"그럽시다. 그렇지 않아도 솔미가 많이 보고 싶었소."
솔미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가물합니다. 솔미가 세 살 되던 해에 아빠가 집을 떠났으니 그럴 수 밖에요.
솔미는 그날 저녁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꿈속에서도 아빠를 만날 것만 같아 잠을 청하려 했지만 밤을 꼬박 세우고 말았지요. 온 머리속이 아빠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아빠를 만나게 된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가슴이 뛰고 소풍가는 전날처럼 설렜습니다.
놀이동산에도 가고 싶고, 아빠 목마도 타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 양손을 잡고 앗싸! 그네타기도 하고 싶습니다. 또 피자와 통닭도 함께 먹고, 아빠 팔베개를 하며 밤새도록 옛날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다음 날, 모녀는 꽃단장을 했습니다. 엄마는 솔미에게 잠자리 날개처럼 예쁜 원피스를 입혔습니다. 솔미는 잠자리처럼 팔랑팔랑 날아 갈 듯 좋았습니다. 잠시라도 아빠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솔미는 아빠를 만나면 들고양이처럼 아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도 싶습니다.
'들고양이의 행진이 부럽지 않은 그날이 나에게도 올거야! 매일매일 손에 손 잡고 행진, 행진하는 그날이...'
솔미는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가슴이 아빠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 만큼이나 빠르게 콩닥콩닥 춤을 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