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는 자란다
이성칠
대지의 포근한 자궁에서
쌍둥이로 태어나
초록의 양손 맞잡고
하늘을 향한다.
엄마 품이 제일이라며
물갈퀴처럼 억세게 붙잡고
오뉴월 비바람에 잘도 견딘다.
속 빈 대나무처럼
늘씬한 허리마다
띠를 두르고
연록의 연미복 껴입는다.
꼭대기마다 어사화 꽂고
칠월의 작열하는 태양 불빛의
넓은 무대 위에서
쌍둥이들 등에 업고
장군감이야 예쁜 공주야
이리 저리 흔들 흔들
신명이 난다
너나없이 초록의 때때옷
빨강, 노랑, 엷은 연두에
파마머리 예쁘게 빗고서
단단해진 엄마 품에서
멋진 낭군 기다리듯
살포시 알알이 영그느라
옥수수는 자란다.
빨간색 부분 생략
어머니 가시던 날
이성칠
삼일밤 지새우던 상중
어머니 곁에 누웠다.
평생 온 몸 감쌌던 감응이
내게서 빠져나가는 절절함에
화들짝 눈을 떴다.
쓸쓸한 벌판에
나 홀로 외로이 나목이 된다.
갑자기 슬픔이 엄습하고
쏟아지는 소나기 같은 눈물
호수를 이룬다.
아버지와 나란히 쌍분을 하고
나흘간 소복들 훌훌 벗었다.
가족들마저 떠난 방
피로감에 잠시 눈붙인 순간
또 다시 엄습해온 불길한 고독감
우주의 미아가 되었다.
부르고 또 목놓아 되뇌어도
메아리마저 없는
나의 어머니여
정녕 돌아올 수 없나요?
가식의 눈물짓던 시인은
철부지 머슴애 되어 울부짖었다.
어무이! 엄메이! 엄마!
지방자치 선량들께 고함
이성칠
영광을 안은 선량들이여
그대는 흥분되어
오늘,
이 자리에 우뚝 섰노라!
한 달 전 오늘만 되새기는가?
두 달 전 오늘을 기억하는가?
건망증세,
든 것 아닐지니!
시민을 섬기는 선량들이여
그대에게 막중한 무게감
오늘 이 자리만큼,
가슴을 활짝 펴라!
앞으로 사 년을 생각하는가?
아니면 사 년 뒤만 걱정하는가?
항상 오늘,
어제 가신 분들께서 간절했던 날들이니!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대에 찬 선량들이여
사고하며 실천하는 진중한 자리
항상 깨어 있어라,
자만심 들어 온다!
선량들이여 그 자리 무소불위느뇨?
권한 한없고 책임 쥐꼬리로 착각한
후회막심 선례들,
반면교사 삼을지니!
이 자리 지켜보는 시민과 지인들
그대 선량께 진정 성원을 보낼지니
꿈 깨고,
초지일관 똑똑히 잘 하소서!
고구마 보식하기
이성칠
고맙구나!
쌀밥이 그리 먹고 싶을 때면
너는 왜 그리도
넉넉하게 주린 배 채워주었니?
맛있구나!
수릿물에 물장구치다 출출해지면
너는 왜 그리도
애정의 밥솥에서 달달하게 익혔니?
아팠겠다!
탯줄이 형극을 받아 땅 깊숙이 꽂혔지만
너는 왜 그리도
넉넉히 복주머니 달고 줄기까지 보시하니?
곰삭았네!
동지섣달 포갠 세 가마니 한 방에서 잤지만
너는 왜 그리도
흰 조각되어 심심한 식구들 달래 주었니?
우짜겠노!
한 달 전 심은 심 좋은 순 또 잘랐지만
너는 왜 그리도
새 살림 내 준다 흥분해 숨죽였구나!
점수 매기기
이성칠
밤늦도록
부부가 동그라미를 친다.
얼마 안 가 빗금을 친다.
부호화 된 속에
몇 날 며칠의 땀 밴 얼굴들
환히 스친다.
앗뿔사 빗금이 너무 많아
다시 동그라미를 친다.
주경야독한 피로한 얼굴이
무겁게 스친다.
여보! 너무 쉽게 냈나요!
아니 여보!
왜 이리 어렵게 냈어요?
모든 성화 내게로 날아든다.
그래 다음 학기엔
제발 쉽게!
쉽게 내자꾸나!
하지만 막상 돌아오면
또 재발하는
이성의 울림은 시작되니!
호박범벅
이성칠
호박꽃이 함박 피었다.
붉은 양대 벌 되어 날아들고
찹쌀가루 흰 눈처럼 내리네.
먼 고향 언덕이 묻어난다.
동이 속 누런 우주엔
흰 별이 무수히 떠 있고
밝게 빛나는 해와 달 사이로
비행접시가 맛있게 난다.
땅심 좋은 동아줄에
시월의 희디 흰 박꽃과
황금빛 보름달이 딩굴고
어머니의 주름진 손등이 보인다.
땀 밴 삼베 적삼에 지게 진
아버지의 절은 궐련 내음과
흙과 주린 동심이 비치고
범벅엔 눈물 같은 향이 흐른다.
카페 게시글
이성칠
고구마 보식하기
청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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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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