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교회사 글에서 밝혔듯이, 한국인이 쓴 책은 네임 밸류(name value)는 떨어지지만 의외로 내용이 좋고 의미 전달이 확실합니다. 그래서 김학관 목사님의 책 『개혁주의 전통 기독교회사』중 일부 내용을 올린 적이 있지요. 오늘은 같은 책 중 “어거스틴의 예정론”을 타자 쳐서 올립니다. 개혁주의의 지도자 칼빈이 가장 많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은 분은 어거스틴이었고 특히 예정론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의 예정론을 쉽게 압축적으로 써놓아서 초신자가 보기에도 아주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줄을 그었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은 택한 자를 부르시며, 믿음도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것입니다. |
어거스틴의 예정론
어거스틴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의지는 창조이전에 존재하고 있었으며, 이 하나님의 의지는 하나님의 본질 그 자체에 속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하나님의 명령이나 허락이 없이는 어떠한 사건도 발생할 수 없으며, 따라서 하나님의 의지는 만물의 최고의 원인이며 제일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택한 자녀들을 이 세상에서 불러내어 구원하셨지만, 그들은 창세전에 이미 그 안에서 선택된 자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거룩하고 무흠하게 되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되도록 하나님이 택하시며 예정하신 것이며, 즉, 자기의 목적에 따라 우리를 예정하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영원한 예정을 믿었으며, 중생의 은혜는 하나님께서 그의 은밀한 계획 속에서 적절한 시기에 우리에게 베푸시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구원은 우리의 결단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때에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믿고 구원받는다(→).
(→) Everett Ferguson, Church History Volume1, 277. 어거스틴은 396년 경에 예정을 확신하였다. 그는 하나님은 택한 자를 부르시며, 믿음도 하나님께서 주신다고 보았다(빌 2:13). |
즉 죄인들이 스스로 믿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들이 믿게 되기 위해서 선택된 것이다.
어거스틴은 예정이야말로 구원의 원인이라고 하였으며, 택자들에게는 단지 중생케 하는 은혜뿐만 아니라 견인의 은사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택한 자들은 중간에 신앙을 떠난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도 중생의 은혜를 최종적으로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특히 그는 예정론에 기초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구원의 효력인이라고 하였다. 즉 인간이 선을 선택하고 그리스도를 믿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의 효과인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는 아직 주님을 영접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하나님의 자녀라고 생각했으며, 예정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사역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경험 속에서 확인될 수 있는 구원론적 은총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는 구원에 있어서의 하나님의 불가항력적 은혜를 주장했는데, 이 은혜는 인간의 의지를 강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은혜가 인간의 의지를 변화시켜서 인간이 자발적으로 선한 것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믿는 자가 은총과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의지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활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모든 선행에는 은총이 먼저 앞서지만, 의지는 은총의 인도자로서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수종자로서 그 뒤를 따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거스틴의 예정론 구원받기로 예정된 택자에 대해서는 매우 정확히 설명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유기된 악인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는 종교개혁시기의 루터파 신학사상이 단일예정을 주장하면서도 유기를 사람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다시 인본주의 구원론으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어거스틴은 그의 목회사역과 관련하여, “거짓 사도들이 바울이 전한 진정한 교리 곧 예정론을 중상하고 비난했지만, 사도 바울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라고 하였으며, 그 자신도 “예정에 대한 설교를 너무 많이 한다는 비난을 자주 들었다”라고 했다. 16세기의 종교개혁자 칼빈은 어거스틴의 예정론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거스틴이 하나님의 은혜는 선택받기에 합당한 자들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여전히 진리이다"라고 말했다.
김학관, 『개혁주의 전통 기독교회사』(유페이퍼), pp.77~79.
첫댓글 위 본문에서 어거스틴이 예정론을 확신한 시기가 396년 경이라고 주장한 에버렛 퍼거슨(Everett Ferguson)에 대한 소개를 아래와 같이 간략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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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렛 퍼거슨(1933년 2월 18일 ~ )은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 있는 애빌린 크리스천 대학교에서 저명한 학자로 재직 중(명예교수)이다. 초기 기독교 연구에 관한 수많은 책을 저술했으며, 초기 기독교 연구 저널의 공동 편집자로 활동했다.
Everett Ferguson (born February 18, 1933) currently serves as Distinguished Scholar in Residence at Abilene Christian University in Abilene, Texas. He is author of numerous books on early Christian studies and served as co-editor of the Journal of Early Christian Studies.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Everett_Ferguson
저는 저 분의 표현에서 작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은 택한 자를 부르시며, 믿음도 하나님께서 주신다".
칼빈,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등에 나오는 예정론과 분위기가 많이 비슷하네요. 칼빈이 벤치마킹 할만한 분인 것으로 보입니다.
네, 그래서 그러한 신학적 경향성과 흐름을 통틀어서 개혁주의라고 하는 것입니다.
예정론 하면 칼빈과 개혁주의만 생각했는데 이미 어거스틴 때 그런 주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늘도 좋은 공부가 돼서 감사합니다^^
어거스틴 등 교부들이 세운 신학을 계승한 것이 종교개혁이고요. 루터는 막연하게 예정론으로 갔고 칼빈은 더 발전하여 이중예정으로 나아갔습니다.
칼빈의 이중예정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https://cafe.daum.net/1107/Y4cZ/29
좋습니다. 칼빈의 이중예정 주장을 기독교강요에서 보아야 합니다.
어거스틴의 예정론을 쉽게 설명한 글 잘 보았습니다.
네, 저 김목사님의 설명은 쉬워서 좋아요. 님을 비롯하여 독자님들이 더운 여름 컨디션 관리 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른 글의 어느 분 댓글처럼 이 카페에 오면 공부할 게 있어서 좋아요. 공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를 포함 모두가 학생의 자세로 함께 공부하는 카페입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바울에서 어거스틴 그리고 칼빈에게로 이어진 예정론에 대한 내용과 루터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해되기 쉽게 글을 쓰신 김학관목사님과 좋은 책을 소개해주신 장코뱅님 덕분에 매미소리를 들으며 짧지만 알찬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공감, 방문 및 댓글 감사합니다^^ 아파르님은 여름을 잘 지내실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제 여름의 극치이고 한 보름 지나면 조금 더 선선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 독서 같은 걸 하기도 더 좋아질 겁니다. 좋은 저녁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