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진달래, 달맞이꽃, 보춘화는 꽃이 피는 시기가 이름에 반영된 꽃들이다. 우리 나라 전역의 산에 자생하는 제비꽃은 제비가 돌아올 무렵에 핀다고 하여 붙은 이름으로, ‘오랑캐꽃’, ‘앉은뱅이꽃’, ‘봉기풀’, ‘장수꽃’, ‘씨름꽃’같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가운데 오랑캐꽃은 조선의 각 고을에 제비꽃이 필 무렵 오랑캐 무리들이 쳐들어왔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진달래는 꽃이 필 무렵이면 어김없이 두견새가 운다고 하여 두견화라고도 불렸다. 달맞이꽃은 밤에 피기 때문에, 보춘화는 봄에 꽃이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식물은 꽃피는 시기를 어떻게 알까? 어떤 신호가 개화를 조절하며, 식물은 이 신호들을 어떻게 인식할까? 식물은 외부와 내부의 환경 변화를 인식한다. 즉, 밤낮의 길이와 온도 변화를 인식하여 내부의 화학 물질이나 생장 물질의 변화를 통해 동일한 시간, 동일한 계절에 꽃을 피우는 것이다.
식물, 동물, 균류, 원생생물, 세균류 등 모든 생물들은 지구의 자전 주기와 동일한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주기를 일주기성이라 하는데, 생물체는 이것으로 하루의 시간을 인식할 수 있다. 일주기성과 더불어 생물체는 광주기를 가지고 있어 일년의 시간을 인식할 수 있다. 생물이 낮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는 광주기 능력을 보유한 덕분에 어떤 사건이 일년 중 특정한 시기에 일어날 수 있으며 계절에 따라 반응도 한다.
식물이 일주기성과 광주기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적색광을 흡수하는 피토크롬(phytochrome)과 청색광을 흡수하는 크립토크롬(crytochrome) 광수용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이것은 식물이 밤과 낮의 길이를 인식하는 것은 물론 계절의 변화를 측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식물의 발달 단계에서 이 방법은 특히 일년 동안 계절의 변화에 따라 기후가 규칙적으로 변해 가는 환경에서 식물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토크롬은 Pr(적색광 흡수 피토크롬)과 Pfr(원적색광 흡수 피토크롬)의 두형태로 존재한다. 적색광(660 nm)은 Pr을 Pfr로 전환하며 원적색광(730nm)은 Pfr을 Pr로 전환한다. 적색광과 원적색광을 흡수하는 피토크롬은 낮과 밤 동안 어떤 일을 하며, 계절적인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까? 태양빛은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태양빛은 원적색광보다 적색광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식물이 빛에 노출되면 Pfr의 양이 증가하고 밤 동안에는 Pfr의 농도가 서서히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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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기성은 식물이 밤과 낮의 상대적인 길이에 반응하는 현상이다. 식물은 영양기에서 개화기로 접어들 때 광주기성이 어떻게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단일 식물, 장일 식물, 중일 식물, 중성 식물 네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단일 식물(short-day plant)은 밤의 길이가 임계암기보다 같거나 더 길어지면 개화한다. 단일 식물의 개화는 낮의 길이가 짧아짐과 동시에 일정기간 동안 지속되는 밤의 길이가 길어져야지만 시작된다. 최소한 요구되는 임계암기는 식물 종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부분은 12~14시간 정도이다. 단일 식물로는 국화와 코스모스가 있으며, 이들은 일반적으로 늦여름이나 가을에 꽃이 핀다.
장일 식물(long-day plant)은 밤의 길이가 임계암기보다 짧거나 같아지면 꽃이 핀다. 시금치, 상추, 붓꽃은 늦봄이나 여름에 개화한다. 이들은 봄이나 초여름 밤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인식하여 개화한다. 중일 식물(intermediate-plant)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질 때 개화한다. 사탕수수와 콜레우스는 중일 식물로, 밤의 길이가 너무 길거나 너무 짧아지면 꽃이 피지 않는다.
중성 식물(day-neutral plant)은 낮이나 밤의 길이에서 계절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대신 다른 요인들에 의해 자극을 받아 개화하는 식물이다. 오이, 해바라기, 옥수수, 양파는 중성 식물이다. 이 식물들은 대부분 낮의 길이가 일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는 열대 지방에서 자생하던 식물들이다. 이에 반하여단일 식물, 장일 식물, 중일 식물은 온대 기후나 중위도에 분포하던 식물들이다.
식물의 광주기성에 대한 지식을 이용하여 제철이 아닌 시기에 꽃을 재배하여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화는 가을에 꽃을 피우는 단일 식물이지만, 밤의 길이를 적절히 조절하면 봄, 여름, 겨울에도 개화를 유도할 수 있다. 장일 식물은 밤의 길이가 임계암기보다 짧아질 때개화를 유도할 수 있으며, 단일 식물은 밤의 길이가 임계암기보다 길어질때 개화가 유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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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광주기성에 영향을 미친다. 각각의 식물들은 최적 온도에서 개화한다. 1년생 식물과 2년생 꽃피는 식물의 경우 저온 처리하지 않으면 개화가 지연되거나 억제된다. 춘화 처리라는 용어는 개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식물을 특정의 온도에서 일정 기간 노출시킴으로써 개화가 촉진되는 것을 말한다.
보리나 호밀 같은 겨울 곡류는 봄에 꽃을 피워 수확하기 위해 가을에 파종을 한다. 반면 봄 곡류는 심은 해에 꽃을 피우고 낟알을 생산한다. 봄 호밀은 전형적인 장일 식물로 장일 조건하에서 일곱 번째 잎이 만들어진 후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러나 단일 조건에서는 스물두 번째 잎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꽃이 피지 않는다. 그러나 겨울 호밀은 장일 식물이 아니며 광주기와 관계없이 스물두 번째 잎이 발생한 후에만 개화를 한다. 그러나 만약 발아된 겨울 호밀을 수주일 동안 저온 처리(1℃)하면 봄 호밀처럼 장일 조건에 반응하여 일찍 개화한다.
중일 식물을 저온 처리하고 나면 개화는 광주기와 관계없이 진행된다. 춘화에 유효한 온도 범위는 종과 처리기간에 따라 크게 변한다. 이러한 한계 내에서 춘화 처리의 효과는 처리한 기간에 비례한다. 춘화 처리를 1~2℃에서 1~2주일 정도 짧게 하면 개화가 촉진되고, 같은 온도에서 약 7주 처리하면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번 춘화 처리를 하고 나면 그 효과는 지속된다.
식물의 개화에는 온도나 밤의 길이를 비롯한 여러 환경 요인들이 관여한다. 식물의 개화는 경단분열조직에서 일어나지만 개화를 일으키는 사건들은 식물체의 다른 부분, 특히 잎과 경단분열 사이의 생화학적인 신호에 의해 일어난다. 광주기 자극에 따라 잎과 식물체의 여러 부분에 도달하는 생화학적 신호는 개화의 활성 인자나 억제 인자로 작용한다.
비록 지베렐린이나 에틸렌 같은 호르몬들이 특정한 종에서 개,화를 유도할 수 있지만, 개화를 촉진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최근의 개화 자극 모델은 여러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기에 의해 유도된 잎에서 생산되는 생화학적 신호는 호르몬과 같이 표적기관으로 수송되어 개화를 촉진한다.
1930년대 러시아의 미하일샤일라얀은 개화 호르몬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여 이를 화성소(florigen)라고 명하였다. 화성소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주로 광주기에 의해 유도된 공여체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유도되지 않은 수용체 식물에 접목시켰을 때 개화가 자극된다는 초기의 접목 실험에서 유래된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속끼리 접목을 해도 개화가 유도된다. 꽃이 핀 금잔화를 영양기의 도꼬마리에 접목시키면 단일 식물인 도꼬마리를 장일 처리하더라도 개화가 된다.
또한 접목 연구에 의해 개화 조절을 억제하는 항화성소(antiflorigen)도 밝혀졌다. 그 외 겨자나 애기장대의 연구를 보면 식물의 개화에서 지베렐린, 시토키닌, 설탕, 폴리아민 같은 물질들이 개화 촉진 인자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http://www.scienceall.com/dictionary/dictionary.sca?todo=scienceTopicView&articleid=2128&bbsid=180&classid=CS001054&popissue=flash#Num_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