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인삼(고려인삼)은 2000년 전부터 중국, 일본, 한국에서 불로(不老·늙지 않고), 장생(長生·오래 살고), 익기(益氣·기운을 돋우고), 경신(輕身·몸을 가볍게 하고)의 효능이 있는 명약으로 대접 받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약초서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기술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한방에서 사용하는 대표적 한약이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인삼에 대해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微溫) 맛이 달며(甘·약간 쓰다고도 한다) 독이 없으며, 주로 오장(五臟)의 기가 부족한 데 쓰며 정신을 안정시키고 눈을 밝게 하며 기억력을 좋게 하고, 허손된 것을 보(補)하며 곽란으로 토하고 딸꾹질하는 것을 멎게 하며 고름을 뱉는 것을 치료하며 담을 삭힌다’라고 적고 있다.
서양에서는 1843년 러시아 식물학자인 메이어(C. A. Meyer)가 고려인삼을 “모든 병을 치료한다”라는 의미로 ‘Panax ginseng C.A. Meyer’라고 명명하면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양의학적인 면에서 인삼의 약효를 밝히기 시작한 것은 구 소련의 브레크만 교수가 스트레스에 대한 고려인삼 및 홍삼(이하 모두 인삼으로 표시함)의 효능을 연구하면서부터였다. 브레크만 교수는 1956년 “인삼은 우리 몸에 부족한 것은 보충하고 많은 것은 줄여 몸의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하는 능력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많은 과학자가 인삼의 연구에 참여하여 현재까지 50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에서는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인삼의 효능 연구를 소개할 수는 없어 대표적인 인삼의 효능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항암 효과 일본의 우에케 교수가 1961년 고려홍삼이 항암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이래 많은 연구자들이 고려인삼의 항암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1987년 한국의 윤택구 박사는 인삼 복용군과 복용하지 않은 군과의 암 발생률을 비교했다. 윤 박사 연구에 따르면 인삼을 복용하지 않은 군의 암 발생률을 1.0이라고 할 때 인삼 복용군의 암 발생률은 현저히 낮은 0.56(0.45~0.69)이었다. 최근 한국의 서성옥 교수도 소화기계 암 환자들에게 항암제와 면역요법제를 투여하면서 인삼을 투여한 군과 투여하지 않은 군 사이의 면역활성을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인삼 복용군에서는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생체 내 여건이 좋아졌다.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 따르면 인삼의 항암효과는 인삼 안에 포함된 ‘인삼 사포닌’과 ‘인삼 다당체’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의 사이키 교수는 인삼 사포닌이 암세포를 죽이고 암이 전이하는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우수하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효과는 인삼 사포닌이 우리 몸 안에서 우수한 성분으로 변환(생물 전환)되기 때문이며, 우리 몸에서 변화한 우수한 사포닌은 현재 항암제로 사용하고 있는 약물 못지않게 암세포를 죽이고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윤현숙 박사, 박종대 박사는 인삼 다당체가 암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탁월하다고 보고했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하면 인삼은 사포닌 성분 하나가 아니라 사포닌과 다당체의 조화에 의해서 우리 몸에서 생기는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한편, 면역계를 증강시켜 간접적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등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고 하겠다.
항당뇨 효과 동의보감을 비롯한 많은 한방서적에 인삼은 소갈(消渴)에 효과가 있다고 수록하고 있어 인삼의 항당뇨 효과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다. 일본의 소타니에미 박사가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삼의 유효성을 임상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인삼 섭취 후 혈당이 낮아지고, 혈중 당화헤모글로빈 수치가 개선되었으며 기분 및 운동 수행 능력이 좋아지고 부작용은 없었다. 일본의 요시타 박사 등이 고려홍삼의 효과를 임상 연구한 결과도 비슷했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국제 인삼 심포지엄에서 캐나다의 벅산 교수는 고려인삼이 혈당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인슐린 내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단기 투여에서는 혈당을 저하시켰으며, 장기 투여에서는 혈당저하와 함께 인슐린 내성과 혈중 당화헤모글로빈 수치가 개선된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일본의 요코자와 교수는 동물 실험을 통해 인삼 사포닌이 혈당을 저하시켜 항당뇨 효과가 있다고 했고, 일본의 기무라 교수는 인삼 다당체가 혈당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인슐린 내성을 개선시켰다고 발표했다. 그 외에도 많은 연구들이 인삼이 혈당강하, 인슐린 내성 및 혈중 당화헤모글로빈 수치를 개선하여 항당뇨 효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항스트레스 및 항피로 효과 스트레스와 피로는 면역계를 저하시키면서 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인삼이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운동선수들의 피로도 개선효과를 조사했다.
구 소련의 브레크만 교수, 일본의 가네코 교수, 한국의 김성수 교수 등은 마라톤 선수에게 인삼을 먹게 하고 수행능력을 측정한 결과 인삼을 투여한 군에서는 인삼을 투여하지 않은 군에 비해 근육통증, 현기증, 피로도가 저하되고, 피로도 지표인 혈액 중의 젖산농도도 낮아졌으며, 목표지점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단축되었다.
또 회사 근무자에 대한 효과를 보기 위해 야간근무 간호사를 대상으로 인삼복용 효과를 측정한 결과에서도 인삼을 투여한 경우 정신수행 능력이 개선되고 적응성이 좋아졌으며 스트레스로 인한 혈당의 변화를 조절하였다. 요즘 조류독감, 사스 등으로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안전지대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인삼에 의한 효과로 생각되고 있다. 이런 효과가 알려지기 전에 인삼의 인플루엔자 및 감기에 대한 예방효과를 조사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백신을 맞고 인삼추출물을 투여한 군과 백신만 맞고 인삼추출물을 투여하지 않은 군을 비교하였다. 인삼추출물을 투여한 군은 13% 감염된 데 비해 투여하지 않은 군은 37%가 감염됐다. 인삼추출물 투여군이 투여하지 않은 군에 비해 3배 이상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결과였다. 추위가 심한 환경(한랭 스트레스) 및 물 속에 감금한 환경(수조 스트레스)에서 인삼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추위에 견디는 시간 및 수조에서 수영하는 시간이 2배 이상 증가하고 피로도 지표가 향상되었다. 이와 같이 인삼의 스트레스와 피로도에 대한 개선 효과는 감염증 및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기억력 능력 향상 효과 인삼을 복용한 노인의 기억력이 복용 전에 비해 좋아졌다는 것에 착안하여 1989년 불가리아 페트코프 박사가 관련 실험을 했다. 페트코프 박사는 인위적으로 기억상실증을 일으킨 쥐와 늙은 쥐의 기억상실증에 인삼이 기억력 증진과 학습능력 촉진 효과가 있는지 조사했는데 “인삼이 기억력 증진에 아주 유효했다”고 보고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사이토 교수도 유사한 실험을 했는데 뇌기능 활동에 인삼이 효과가 있으며, 유효성분은 ‘인삼 사포닌’이라고 보고했다. 필자도 뇌의 혈액순환 문제로 기능장애가 생긴 뇌허혈(腦虛血) 생쥐를 이용하여 홍삼 및 홍삼 발효물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밖에 영국의 케네디 교수, 중국의 도링 교수 등이 진행한 인지능력에 미치는 고려인삼의 효과를 조사한 임상연구에 의하면 인삼은 노인성치매 환자에서 인지력 향상, 기억력 증진 효과가 있고, 뇌 부위에 치매 원인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베타아밀로이드 펩타이드의 축척량을 감소시켰다.
노화방지 효과 생체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 들어오는 세균을 전멸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활성산소는 너무 많아도, 또 너무 적어도 우리 몸의 면역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만약 감기와 같은 감염증에 걸리면 우리 몸에서는 활성산소를 생산하여 감염증을 퇴치하게 된다.
그런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게 되면 우리 몸(조직)을 손상시켜 염증, 자기면역질환, 동맥경화, 뇌질환, 암 등을 일으키게 된다. 더 나아가서 지질 등에 과산화(過酸化)가 증가하게 되면 노화가 촉진된다.
한국의 한병훈 교수 등은 인삼에는 지질과산화를 억제할 수 있는 페놀성 성분들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활성산소 제거 효과가 크다고 했고, 중국의 메이 박사는 혈관 내피세포에서, 첸 박사는 심근에 과산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이러한 효과는 생존율 증가 및 수명 연장 효과를 가져온다고 보고했다.
성기능 향상 효과 한국의 최형기 교수가 진행한 임상연구에 의하면 인삼을 심인성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환자, 가벼운 혈관성 발기부전 환자에 투여한 결과 성생활 만족도, 성교의 횟수, 성욕, 발기 및 사정에서 향상되었으며, 남성호르몬 수치도 상당히 개선되었다. 이탈리아의 살바티 박사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이 외에도 인삼 및 인삼 사포닌은 수많은 임상실험과 동물실험에서 사람과 동물의 정자 수를 현저히 증가시켰으며 성 행동 장애를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 같은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전부터도 인삼은 중국의 여러 약전에 발기부전 치료제로 등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에이즈 치료 효과 1992년 한국의 신영오 박사는 HIV에 의해 일어나는 후천성 면역결핍증인 에이즈에도 인삼이 효과가 있다고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이후 한국의 조영걸 교수는 HIV 감염자들에게 장기간 인삼(홍삼) 엑기스를 투여하면 HIV 감염자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CD4 임파구 감소를 억제하고 에이즈 치료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여 치료 효과를 높인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는 인삼(홍삼)만으로도 효과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앞으로의 연구가 기대된다.
항염증 및 항알러지 효과 1992년 중국의 우 박사, 한국의 서영준 교수 등은 인삼이 우수한 항염증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필자가 요즘 빈발하는 아토피와 피부염증에 대해 인삼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항염증 효과 외에도 인삼 사포닌 성분이 가려움과 알러지를 일으키는 항체(이뮤노글로브린 E)의 생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인삼이 피부염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일본의 오우라 교수, 필자 등은 인삼이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된 간장에, 한국의 김낙두 교수, 일본의 오쿠다 박사는 인삼을 끓이거나 찔 때 나오는 새로운 성분들이 혈액순환에, 일본의 쿠이 박사는 인삼 사포닌 성분이 갱년기에 발생하는 골다공증에, 한국의 주충노 교수 등은 혈중에 높은 콜레스테롤로 인해 발생하는 고지혈증과 동맥경화증에, 한국의 함기백 교수, 필자 등은 위궤양 원인균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냈다. 이처럼 인삼이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한약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들이 계속됨을 알 수 있다.
인삼은 먹어야 약효가 나타난다. 사람이 인삼을 먹으면 입에서 위와 소장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밥에 있는 전분(포도당)과는 다르게 인삼 사포닌이나 인삼 다당체 성분은 위나 소장에서 쉽게 흡수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화관에 서식하는 세균들이 이 성분을 공격하고, 이 공격을 받아 변환된 인삼 사포닌이 우리 몸속(혈액)으로 흡수되어 우수한 효능을 발휘하게 된다. 즉 우리 몸속에서 고려인삼이 우수한 인삼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삼을 주사로 맞으면 이러한 성분이 생기지 않고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삼을 먹으면 우리 몸에서 우수 성분으로 둔갑을 해줘야 하는데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20% 정도는 이런 능력이 없거나 있어도 아주 약해 즉, 체질에 맞지 않아 이런 사람에게는 인삼의 효능이 없거나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대신한 사람 몸 안의 균주로 생물전환한 인삼을 선택하면 인삼의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